비디오게임에 미래가 없다? 건재함 과시하는 비디오게임 시장

비디오게임 시장은 정말 미래가 없을까?

최근 엑스엘게임즈의 송재경 대표가 본인이 패널로 참석한 4차 ‘곽승준의 미래토크’에서 언급한 발언이 게임 시장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날 송대표는 비디오게임 시장이 곧 사라질 시장이라며, 비디오게임 시장의 장래에 대해서 대단히 회의적이고 비관적인 견해를 밝혔다.

송대표의 이러한 발언을 두고 네티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 게임의 시장 규모가 나날이 커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송대표의 의견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높은 반면에, 이러한 발언은 비디오게임 시장의 상황을 전혀 모르는 이의 독설이라고 칭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게 나타났다.

사실 ‘비디오게임 시장 비관론’은 어찌 보면 아예 틀린 말은 아니다. 특히나 비디오게임 시장의 규모 자체가 작은 한국 시장에서는 틀린 말이 아닌 정도가 아니라 ‘진리’에 가까운 말일 수도 있다. 나날이 양적, 질적 성장을 거듭해가는 온라인게임 시장과는 달리 비디오게임 시장의 규모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규모에서 이러한 발언을 바라본다면 ‘비디오게임 시장 비관론’은 상당히 성급한 발언으로 치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물론 온라인게임 시장의 규모가 세계적으로 나날이 성장하면서 상대적으로 비디오게임 시장의 규모가 위축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전체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졌다는 것을 의미할 뿐, 비디오게임 시장의 절대적인 규모가 작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비디오게임 시장의 규모가 축소되고 급기야는 사양산업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 이들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 하는 근거는 보통 두 가지다. 하나는 PS3와 PSP, PS비타 등의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소니가 최근 적자를 보고 있다는 것과 Xbox360이라는 가정용 기기를 지닌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의 엔터테인먼트 사업 분야가 큰 성과를 거두지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러한 예는 비디오게임 시장의 부진을 설명하기 위한 근거가 될 수 없다. 소니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는 것은 비디오게임 시장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소니라는 기업 자체가 전면적인 면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있기 때문이며, MS의 엔터테인먼트 사업 분야는 성공적으로 흑자 전환을 거뒀으니 말이다.

소니가 비디오게임 사업으로 고생을 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소니의 비디오게임 사업은 흑자로 전환했으며, 오히려 기타 사업군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 소니의 부진을 비디오게임 사업부가 매워주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소니가 부진에 빠진 것은 비디오게임 사업의 부진 때문이 아니라 무리한 M&A와 전자, 영화, 음악, 금융 등 소니의 사업분야 대부분에서 수익이 제대로 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우수한 기술로 유명했던 소니가 기술 개발을 소홀히 해 기술적인 면에서 타 기업에 비해 우위를 점하지 못 하고 있다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소니는 자사의 이사진 15명 중 13명을 전문성이 없는 사외이사로 임명해 기술 개발에 대한 열정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은바 있다.

또한 자신들의 심장부 역할을 하던 TV 사업분야에서도 핵심적인 위치에 있는 A3 연구소를 수익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지난 2008년 해체했으며, 그 이후로 TV 시장에서의 입지를 계속해서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즉, 지금 소니의 부진은 전반적으로 기업이 취하고 있는 전략이 어긋나 있기 때문이지, 특정 사업분야, 특히 게임사업 분야의 부진 탓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게임사업 때문에 소니가 부진에 빠졌다는 주장은 얼핏 ‘게임 때문에 사회 문제가 발생했다’는 확대해석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정부 측과 같은 우를 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오히려 타 사업분야가 부진한 가운데도 게임사업부가 고군분투 하고 있다는 것은 비디오게임 시장이 건재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척도라 할 수 있다.

비디오게임 시장의 장래가 밝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또 하나의 근거로는 MS의 예를 들을 수 있다. 비디오게임 시장 비관론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MS의 엔터테인먼트 부문도 소니와 마찬가지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물론 Xbox로 비디오게임 시장에 처음 뛰어들었을 당시만 하더라도 MS는 부진을 면치 못 했으며 한 때는 골드만삭스로부터 ‘MS는 게임사업부를 매각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MS의 게임사업은 MS의 주요 사업군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011년에 MS는 OS 판매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도 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한 58.7억 달러의 순이익을 거두었다. 이러한 호성적 뒤에는 전년 동기 대비 30% 성장한 14.8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엔터테인먼트 부문의 선전이 있었다.

MS의 엔터테인먼트 부문의 연간 실적 뛰어났다. MS의 엔터테인먼트 부문이 2011년에 거둔 성적은 2010년 대비 44.5% 성장한 89.1억 달러로 MS 내에서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OS, 오피스와 함께 MS를 지탱하는 주요 사업분야로 성장했다. 즉, MS가 게임 사업 때문에 부진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 역시 사실과는 다른 셈이다.

콘텐츠의 질적인 면에서도 비디오게임 사업분야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내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엘더스크롤5: 스카이림, GTA 시리즈 같은 오픈월드 장르의 게임들은 비디오게임 시장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콘텐츠 시장의 또 다른 확대를 이끌고 있다.

또한 키넥트와 무브 같은 동작인식 주변기기들 역시 간단히 게임을 즐기는 소위 ‘라이트유저’를 게임 시장으로 편입시키며 시장의 양적인 팽창을 선도하고 있다. 비디오게임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을 비디오게임 하드웨어 개발사들이 꾸준히 제시하며 비디오게임 시장은 다시 한 번 활력을 얻은 셈이다.

‘Video Killed Radio Star'. TV, 비디오 등 영상매체가 등장하면서 기존의 라디오 시장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을 단편적으로 표현한 문장이다. 하지만 이는 틀린 예측이라는 것은 현 상황이 증명하고 있다. TV, 비디오가 라디오 시장을 밀어내며 여가 시장의 전면에 나서면서 여가 콘텐츠의 질적, 양적 성장이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라디오가 완전히 시장에서 사라지는 일은 결국 일어나지 않았다.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라디오가 처음 등장했던 시기에는 라디오로 인해 도서, 출판 시장이 완전히 전멸할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일 역시 일어나지 않았다.

한편, 비디오게임을 즐기는 이들은 이러한 발언이 나온 이후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에 애착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더 나아가서는 해당 분야의 성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행동일 수도 있다"는 의견과 "라이벌로 여겨지는 분야에 대해 비판하는 것 역시 사업을 하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라는 의견 등 해당 발언도 일리가 있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비판에 충분한 근거가 제시되지 못 한다면 대중의 공감을 사기는 어려울 것이다"라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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