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VITA와 함께 찾아온 진삼국무쌍 넥스트

진 삼국무쌍 NEXT(이하 NEXT)는 2012년 2월 PS VITA가 국내 정식발매 할 때 동시 발매작품으로 나왔다(일본에선 2011년 12월 발매). 따라서 국내 게이머에겐 NEXT가 2012년 첫 진 삼국무쌍 시리즈인 셈. 휴대용 기기라 믿기 힘든 PS VITA의 우수한 성능, 기기의 성능에 따라 게임의 묘사가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진 삼국무쌍 시리즈의 만남은 발매 전부터 여러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더욱이 2011년에 발매한 진 삼국무쌍 6와 진 삼국무쌍 6 맹장전이 역대 시리즈 중 손꼽히는 완성도를 자랑했기에 이 상승세를 이어가길 바라는 게이머들의 심리가 컸다.

진삼국무쌍넥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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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대 속에서 NEXT는 2011년에 선보인 파격적인 실험보다 검증 받은 재미를 선택했다. 진 삼국무쌍 6을 바탕으로 전략 시뮬레이션 요소를 강화한 진 삼국무쌍 시리즈의 확장팩 엠파이어스 시리즈의 모습을 갖춘 진 삼국무쌍 6의 연장선임을 암시했고, 역대 시리즈에서 선보인 IF 스토리, 무기&아이템 수집, 거점 제압, 신 무장 생성 시스템 등을 채용해 기존 진 삼국무쌍 시리즈의 매력들을 되살리려는 시도를 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진 삼국무쌍 시리즈 즐긴 게이머에겐 익숙한 재미를, 진 삼국무쌍 시리즈를 처음 시작한 게이머에겐 역대 시리즈의 장점만 선사하려는 의도가 뚜렷하다.

진삼국무쌍넥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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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연의를 재해석 하여 IF 스토리로 나아가는 연의모드, 여러 세력과 전략적인 땅따먹기를 겨루는 쟁패모드만으로 수 십 시간 플레이를 제공하며 카메라와 미니 게임으로 가볍게 즐기는 유희 모드, 자기만의 신 무장을 꾸미는 에디트 모드, 멀티 플레이 중심인 공투 모드, 여기에 게임 전반에 걸친 무작위 요소와 랭킹 및 네트워크 연동이 들어가면서 게임 볼륨만으로 기존 진 삼국무쌍 시리즈는 물론이고 국내에 정식 발매한 VITA 게임 중에서도 따라올 게임이 몇 없는 NEXT. 이 거대한 게임을 두 가지 관점으로 나눠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진 삼국무쌍 시리즈의 'NEXT'

진 삼국무쌍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최대한 통쾌하게 무엇보다 화려하게 누구보다 빠르게 적들을 물리칠 수 있느냐이다. 여기에 그래픽 퀄리티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그동안 가정용 기기보다 상대적으로 그래픽 성능이 떨어지는 휴대용 기기에서 진 삼국무쌍 시리즈의 매력을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NEXT는 다르다. PS VITA의 우월한 성능이 PS3로 발매한 진 삼국무쌍 6 수준의 그래픽 퀄리티를 소화하면서 게이머를 사로잡는다. 거점 중심으로 전투가 벌어지는 NEXT 특성상 1000명 격파, 3000명 격파가 어려울 뿐이지 PS3에서 선보인 압도적인 적의 숫자와 그들을 물리치는 일기당천의 위용이 PS VITA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진삼국무쌍넥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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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시스템 역시 그래픽 퀄리티에 뒤처지지 않아 NEXT의 몰입도를 한층 올려준다. 시리즈의 노하우가 총집합하여 이뤄낸 안정적인 밸런스는 눈에 띄지 않지만, 게이머가 몸으로 느끼기 쉬운 장점. 무궁무진한 아이템&무기 조합과 엠파이어스 시리즈 전통의 정책 활용은 흥미진진한 플레이를 꾸준히 만들어낸다. 콘텐츠의 경우 진 삼국무쌍 6 본편만이 아니라 진 삼국무쌍 6 맹장전, 두 작품의 DLC까지 다루기 때문에 휴대용이라 해서 차별 받지 않았다.

진삼국무쌍넥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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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NEXT로 오면서 일부 시스템이 바뀌거나 사라져 전작에 없던 문제점들이 생겼다. 전투의 경우 무기 교체와 인장 시스템의 삭제가 조작 무장들의 중복 모션, 성능 차이에 따른 쏠림 현상을 만들어 무엇보다 아쉬우며, 기마 상태에서의 난해한 조작, 이따금 나타나는 안개 현상(주위의 적들이 등장과 소멸을 반복)및 슬로우 현상, 활용도가 떨어진 맵 확대/축소 기능들은 다음 작품에서 해결해야 할 숙제다. 그나마 진 삼국무쌍 시리즈의 꽃인 무쌍난무가 여전히 조작 무장 별로 2개고 그 중 하나는 터치스크린을 활용한 신속난무라 무쌍난무로 전장을 지배하는 재미가 여전하다.

진삼국무쌍넥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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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외적으로는 세심한 조정이 아쉽다. 땅따먹기에서 침공만 하는 연의 모드와 달리 쟁패 모드에선 AI와 제로섬 게임을 해야 하는데 적대 세력에 따른 난이도 격차가 너무 심하다. 적대 세력이 늘어날수록 어려워지는 건 당연하나 턴이 지날수록 일방적인 협공으로 인한 불합리한 전세와 영토에 따른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져서 정상적인 플레이가 힘들다. 턴 시작마다 영토 방어를 위한 토지 레벨 업은 보기에만 무작위이지 턴 시작 때 이미 정해져서 세이브/로드 꼼수조차 불가. 토지 레벨 업만이 아니라 토지 관련 정책 등 확률을 표방한 모든 기능이 이미 정해진 결과를 확률처럼 속이고 있다. 영토 침공에 따른 레벨 상승만으로 영토를 방어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어떻게든 적대 세력의 군주 영토를 침공해 적 세력을 한꺼번에 무너뜨려야 하는데 여기까지 오면 전략적인 요소가 무의미하다. 엠파이어스 시리즈를 대신한 NEXT라 안타까운 흠이다. 쟁패 모드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지만, 숙련자 4명이 모이지 않는 한 성과를 내기 어려운 공투 모드와 조작감 차이가 심한 유희 모드의 미니 게임들 역시 개선의 여지가 있다. 만약 지금의 NEXT처럼 전체적으로 우수한 완성도와 재미가 없었다면 이러한 단점들이 더욱 크게 보였을 것이다.

PS VITA 게임의 'NEXT'

PS VITA는 성능만 좋은 휴대용 기기가 아니다. 기울기에 따라 반응하는 자이로 센서, 전면 터치스크린, 후면 터치패드, 좌우 아날로그 스틱 등 휴대용 기기가 선보일 수 있는 조작 방법은 거의 다 소화한다. 직감적 조작 체계를 선호하는 게이머들의 요구에 부응한 결과다. 그러나 기기의 기능들을 활용하는 게임이 있어야 비로소 빛이 나는 법. 그런 의미에서 NEXT는 PS VITA를 위한 PS VITA에 의한 PS VITA용 게임이다. PS VITA의 기기 성능을 마음껏 활용하는 정도에서 끝나지 않고 PS VITA의 각종 조작 기능들을 비중 있게 다루기 때문이다. NEXT만큼 적극적으로 PS VITA의 기능들을 수용한 국내 정식 발매 게임이 아직 몇 없을 정도다.

진삼국무쌍넥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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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반복 동작이 많은 연타 조작이 지금껏 진 삼국무쌍 시리즈에서 선보이지 못 한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냈다. 연타 조작 자체가 입력이 많아질수록 공격이 더 강력해지기 때문에 전장을 지배하려는 게이머의 욕구와 맞물려 게임에 더욱 몰입하기 마련. 간편하면서 재밌고 조작 부담이 적은 덕분에 NEXT를 즐기면서 직접 손으로 PS VITA를 두드려 적들을 물리치는 쾌감이란 버튼 입력으로 맛보기 힘든 경험이다. 그래서 버튼 하나로 해결하는 무쌍난무보다 터치 조작 때문에 자칫 번거로울 수 있는 신속무장을 더 높이 평가하고 싶다. 신속무장이 아니라도 연의모드와 쟁패모드에서 생기는 특정 이벤트에서 터치 조작을 활용한 미니 게임이 나와 터치 조작을 즐길 기회가 많다(다만, 중요 이벤트를 미니 게임으로 표현한 점에 대해선 호불호가 생길 수 있다).

진삼국무쌍넥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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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세심하고 타이밍을 요구하는 조작에 대해선 쓴 소리가 절로 나온다. 재미, 의미, 필요성 어느 것 하나 게이머에게 드러내질 못 한다. 한 끗 차이로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 플레이가 부담스러워지고 노포처럼 세심한 조작이 필요한데 세심한 조작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아무리 PS VITA가 높은 인식률을 자랑한다지만, 조작하는 게이머에 따라 조작 당시 환경에 따라 인식률에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성공 조건을 까다롭게 만들어 게이머에게 부담을 줬다. 자이로 센서를 이용하는 조작의 경우 일반 조작으로 대체할 수 있게 배려해준 점을 높게 평가하고 싶지만, 이 일반 조작의 안내가 부족해 시행착오가 필수여서 점수를 깎아버린다. 맵을 확대하여 일부 장수에게 거점의 공방 지시를 내리거나 전면 스크린과 후면 패드를 번갈아가며 사용하는 한자를 그리는 미니 게임 정도가 이런 단점에서 벗어났다.

진삼국무쌍넥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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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마다 최소 1~2회씩 벌어지는 일기토는 앞서 설명한 NEXT의 조작체계의 축소판이다. 힘겨루기에서 나타나는 연타 패널과 결정타를 날릴 때 사용하는 플릭 연타 조작이 장점을 보여준다면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적과 게이머와의 불공평한 조건, 조작 실수 한 번에 적의 연속 공격으로 순식간에 역전 당할 수 있는 위험, 수긍하기 힘든 진행 방식이 단점을 보여주고 있다(삼국지의 대표 명마 적토마를 얻기 위해 도전했던 게이머 대다수가 이 일기토 때문에 치를 떨기까지 한다). PS VITA의 기능들을 전부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조작을 모색한 NEXT의 노력을 높이 평가 하고 싶어도 게임의 재미를 떨어트려서야 좋은 평가가 어렵다. 부디 다음 작품에선 기능 활용에 집착하지 말고 게이머가 느낄 재미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줬으면 한다.

진삼국무쌍넥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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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에 있을 NEXT가 아니다

PS VITA는 지금까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매우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는 휴대용 기기다. PS3로 발매한 게임이 거의 동일한 내용의 PS VITA 게임으로 나오는 시점에서 성능 운운은 무의미. 여기에 PS VITA가 제공하는 기능들이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제공하기 때문에 PS VITA보다 게임 개발에 제한이 적은 휴대용 기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이런 기기와 함께 NEXT가 나왔으니 이대로 멈출 리가 없다. PS VITA를 더욱 빛나게 할 새로운 진 삼국무쌍 시리즈가 반드시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NEXT는 이름대로 하나의 통과점이라 볼 수 있는 동시에 이 자체만으로 우수한 게임이라 다음을 기대하게 만든다. 이 다음이 NEXT에서 드러난 곁가지를 잘라내고 유종의 미를 거둔다면 PS VITA와 진 삼국무쌍 시리즈 그리고 재밌는 게임을 즐길 게이머 모두가 상생하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확률 놀음을 줄여주면 더욱 좋고.

진삼국무쌍넥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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