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예산 게임의 반란? 콘솔 시장에 저용량 게임이 뜬다

현대 대중문화 산업은 엄청난 자본력을 필요로 하는 산업군이 된지 오래다. 몇 백억 원 단위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영화, 수 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음반은 물론 게임 산업에서도 수 백억 원의 개발비가 투입된 게임이 출시된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오고는 한다.

이러한 상황 때문일까? 저예산을 들인 작품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게 되면 이러한 일은 사건이 되고 대중들 사이에서 일반적인 경우보다 몇 배는 더 화제가 되고는 한다. 성서에 나오는 '다윗가 골리앗의 싸움'에서는 다윗이 이기지만 현실에서는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경우가 드물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저예산 작품의 활약에 더욱 열광하는 것이다.

최근 비디오게임 업계에도 골리앗을 이긴 다윗과 같은 작품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3년 전에 해외의 주요 게임 웹진들의 리뷰점수 만점 행렬을 이끌었던 브레이드(Braid)가 그랬듯이 이들 게임들도 게이머들과 전문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PS3의 네트워크 서비스인 플레이스테이션네트워크(PSN)으로 출시된 저니의 행보는 그야말로 눈부시다. 주요 리뷰 사이트들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리뷰 점수 종합 사이트인 메타크리틱에서 평균 점수 92점을 획득한 것이다.

뛰어난 그래픽을 지닌 것도 아니고, 요즘 유행하는 대규모 멀티플레이를 지원하는 것도 아닌 이 작품이 이토록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게임에 반영된 개발진의 아이디어 덕분이다. 이 작품은 '바람의 방랑자'라는 부제대로 끝없는 사막과 눈보라가 휘날리는 산 속을 헤매는 캐릭터의 여정을 담고 있다.

좋게 말하면 깔끔하고 나쁘게 말하면 단순한 그래픽 외에 이 작품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특수문자와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 정도이다. 게이머가 할 수 있는 조작 역시 걷고, 특별한 상황에서 하늘을 나는 것 정도 뿐인 이 작품은 인생(人生)을 연상시키는 스토리 라인과 인상적인 연출로 게이머들을 감탄하게 만들며 게이머들의 극찬을 받고 있는 중이다.

특히, 사람과 사람이 서로 힘을 합쳐 고난을 이겨나간다는 게임 내 설정을 이렇다 할 설명과 대사 하나 없이 게이머가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연출력은 이 작품의 백미라 할 수 있다. 담백하기 그지없이 게이머들의 심금을 울리는 이 작품이 과연 고어한 액션과 연출로 유명한 '갓오브워' 시리즈를 개발한 산타모니카 스튜디오의 작품이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이다.

한동안 이렇다 할 성공작이 없었던 횡스크롤 슈팅 장르에 새로운 바람을 이끌고 있는 Xbox360용 슈팅게임 '시네모라'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승리한 다윗과 같은 또 다른 작품이다.

빼어난 그래픽은 아니지만 게이머의 몰입을 돕는 박력있는 연출과 게임 분위기와 어울리는 사물 디자인, 꾸준하게 60프레임으로 표현되는 부드러운 움직임과 준수한 효과음 등으로 슈팅 게임 마니아들을 들끓게 하고 있는 것이 시네모라의 특징이다.

게임의 난이도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높아지고 있는 근래의 슈팅게임들과는 다르게 쉬운 것은 매우 쉽게, 어려운 것은 까다롭게 느껴질 정도로 다양한 난이도를 제공한다는 점도 게임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다양한 수집 요소를 통해 게이머들이 반복적으로 게임에 도전할 수 있는 동기를 꾸준히 부여하고 있는 등 슈팅 게임의 고질적인 단점을 깨트리기 위한 노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러한 저예산 게임들의 성공을 두고 업계의 한 전문가는 "저예산 게임들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매력은 역시나 참신함이다. 많은 예산을 들인 작품들은 제작비 회수를 위해 안정적인 길을 갈 수 밖에 없고, 이는 게임의 다양성을 해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며, "그러나 저예산 게임들의 경우는 이러한 위험요소에서 비교적 안전한 편이며, 자신들이 원하는 작품을 개발하거나 보다 원초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게임을 만드는 데 몰입할 수 있다. 저예산 게임이 꾸준하게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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