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한 서사시의 마무리의 역습. 매스이펙트3

헤일로에 이어 우주를 지키는 또 하나의 장대한 서사시가 화려하게 마무리됐다. SF 게임의 불모지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짜임새 있는 세계관과 완벽한 게임성을 무기로 아름아름 팬층을 늘려가던 바이오웨어의 수작 매스 이펙트 시리즈가 6년이라는 오랜 여행을 드디어 마무리한 것이다.

매스 이펙트 시리즈의 마지막, 아니 정확히는 전설의 용사 셰퍼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매스 이펙트3는 스타워즈에 버금가는 멋진 세계관으로 명성을 쌓아온 만큼 출시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던 게임이다.

1편부터 스타워즈에 버금가는 방대한 세계관과 게이머의 선택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스토리 라인으로 SF 롤플레잉의 정석을 선보였고, 2편에서는 시대를 뛰어넘는 화려한 그래픽과 더욱 더 강화된 액션으로 소포모어 징크스를 날려버렸으니, 이 멋진 스토리의 마지막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궁금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것이 더 신기한 일. 역시나 발매되자마자 폭발적인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웹진들도 호평 일색이었다. 적어도 엔딩을 본 사람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매스이펙트3
매스이펙트3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게임 스타일을 바꿔라
매스이펙트2가 워낙 뛰어난 발전을 보인 탓에 3편에 대한 기대감은 하늘을 찌를 기세였고, 이것은 바이오웨어 개발진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더구나 1편에서 토대를 닦고 2편에서 화려함을 더한 매스 이펙트의 시스템은 더 이상 손을 대는게 불필요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완벽함을 자랑하는 만큼, 3편은 어설픈 변화가 아닌 안정적인 계승을 선택했고, 사실상 그것이 성공적인 결과물로 이어졌다.

매스이펙트3는 전작을 플레이한 사람이라면 아주 편하게, 이번 작을 통해 처음 매스이펙트를 접하는 사람들도 불편하지 않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게임을 시작하면 원래의 매스이펙트 스타일과 스토리를 자동으로 진행되게 하고 전투만을 즐기는 액션 스타일, 전투의 비중과 난이도를 낮추고 여유있게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스토리 스타일 중 하나를 골라 게임을 시작하게 된다.

이것은 전작을 플레이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매스이펙트를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로 좀 더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는 시스템으로 전작의 세이브 데이터로 이어서 플레이한다면 자연스럽게 롤플레잉 스타일이 선택되며, 게임 플레이 도중 이것을 바꿀 수도 있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세이브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면 무조건 그것을 사용해서 게임을 플레이하기 바란다. 매스이펙트의 스토리는 이전까지 자신이 플레이하면서 내린 결정에 의해 계속해서 변화하며, 이번 3편에서는 그것이 마무리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매스이펙트3
매스이펙트3

멀티 플레이의 추가
이번 작에서 가장 큰 변화는 멀티 플레이의 추가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싱글 플레이가 이미 2편에서 완성된 만큼 새로운 즐길거리를 추가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전투를 하는 코옵 플레이 요소를 추가한 것. 왠만한 게임에서는 대부분 지원하고 있는 요소이기 때문에 획기적이라는 느낌은 주지 못하지만 나름 완성도가 뛰어나며 멀티 플레이를 통해 엔딩에 영향을 주는 전쟁 자원이라는 요소를 획득할 수 있어 싱글 플레이와의 연계성도 만족시키고 있다.

매스이펙트3
매스이펙트3

더욱 역동적으로 변한 전투
멀티 플레이 외에 변화된 요소로는 전투가 있다. 이전작에서도 롤플레잉과 슈팅을 잘 조화시킨 매력적인 전투를 선보였던 바이오웨어는 3편에서 구르기 등 각종 동작을 추가시켜 더욱 역동적인 전투 장면을 연출했으며, 다른 동료들과의 스킬 연계로 전략성도 강화했다. 전작에 비해 월등히 똑똑해진 적들 덕분에 엄폐만으로는 살아남는 것이 쉽지 않아 손이 바빠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멋진 전투 장면을 연출하는 세필드를 보면서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1편만 하더라도 성장에 비해 박진감이 떨어지는 슈팅 요소가 단점으로 지적됐고, 2편에서는 액션을 더한 대신 스킬의 수를 줄여 불만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2편의 박진감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스킬의 연계를 강화시킨 이번 작품의 전투 시스템은 바이오웨어가 그동안 추구했던 진정한 전투 시스템의 결과물이라고 할만 하다. TPS 스타일의 전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게임 중 언제나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게임 내 스킬 연계를 설명해주는 튜토리얼의 존재도...

매스이펙트3
매스이펙트3

중반까지는 참 좋았다
이제 논란이 되고 있는 매스이펙트3의 시나리오를 살펴보자. 매스이펙트3는 셰퍼드와 리퍼와의 전쟁을 마무리 짓는 완결편 답게 이전까지 여행에서 있었던 모든 문제의 종지부를 찍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작하자마자 리퍼들을 피해 지구를 탈출하고, 그들을 막아낼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온 우주를 돌아다니며, 결국 지구로 돌아와 그들과의 치열한 결전을 벌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이전 시리즈에서 생사를 함께 했던 동료들과 반갑게 조우하기도 하고, 모든 종족의 화합을 위해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전 작에 비해 퀘스트의 수가 조금은 줄어든 느낌이지만 하나 하나 담고 있는 내용들이 굵직굵직한 탓에 서브 퀘스트 하나도 그냥 넘기는게 아쉽게 느껴질 정도다. 특히 오랫동안 크로건 종족을 괴롭혀온 제노페이지를 치료하기 위한 사투나 쿼리안 종족과 그들을 우주로 떠돌아다니게 만든 게스와의 갈등 등은 대작 다운 품격이 느껴진다. 적어도 지구로 돌아가 리퍼들과의 마지막 결전을 준비하는 과정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매스이펙트3
매스이펙트3

정말 색다른 엔딩이다
매스이펙트3가 발매되기 이전 개발진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색다른 엔딩을 보게될 것이라고 장담을 했었다. 필자도 이 말을 듣고 엄청난 기대를 가지고 게임을 플레이했고, 중간 과정까지는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다.

매스이펙트3의 엔딩은 그동안의 플레이를 통해 전쟁자원을 얼마나 모았는가에 따라 3가지로 나뉜다. 엔딩을 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모든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정말 화면을 구성하는 전반적인 색깔톤만 다르고 나머지는 거의 동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스이펙트3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이 개발진에게 얼마만큼 큰 부담이 됐을지는 이해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결과가 빨간 엔딩, 파란 엔딩, 녹색 엔딩이 되어서는 안됐다. 이건 정말 배반이다.

매스이펙트3
매스이펙트3

매스이펙트3가 스타워즈에 버금가는 방대한 세계관과 그동안 쌓아온 매력적인 시나리오를 마무리 짓는 게임인 만큼 뭔가 식상한 결말보다 철학적인 무엇인가를 담고 싶었을 것 같긴 하다. 단순히 영웅 한명이 우주를 구원하는 결말은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렇게 해서는 다음 작품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떡밥이 만들어지기 힘들다고 판단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게이머들이 무려 6년 동안 힘들게 진행해온 모든 일들을 아무런 가치가 없는 일로 만들어버리는 것은 무슨 생각에서 나온 것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가 식상한 시나리오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기를 끌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의 기대에 어울리는 결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게 해피엔딩일 수도 있고, 처절한 배드엔딩일 수도 있다. 단지 기대를 충족시키는 수준이면 된다. 그런데 매스이펙트3는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엔딩으로 지난 6년간의 고생을 헛되게 만들어버렸고, 더 많은 모험을 즐기기 위해서는 DLC를 구입하라는 말로 팬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물론 많은 이들을 분노하게 만든 모 게임처럼 DLC로 진짜 엔딩을 내놓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분노가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아직 매스이펙트3의 엔딩을 보지 않은 상태라면 마지막 결전을 앞둔 상황에서 자신만의 엔딩을 상상하는 것이 매스이펙트 시리즈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매스이펙트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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