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이머들은 정말 중국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을까?

지난 5월 15일에 디아블로3가 국내에 발매된 이후, 국내 게이머들의 화제의 중심으로 느닷없이 들어온 국가가 있다. 바로 중국이다.

디아블로3가 중국에서 개발된 게임도 아니고, 중국에서 판매가 시작된 게임도 아닐진데, 중국이 한국 게이머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는 것은 다소 의아하게 보일 수 있는 일. 하지만 이런 의문을 가진 이들도 그 내막을 알게 되면 ‘아!’하는 탄식을 낼 것이다.

디아블로3의 발매에 얽혀 중국이 한국 게이머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 게이머들이 디아블로3가 서비스 되고 있는 배틀넷에 몰려들어, 배틀넷 서버가 다운되고 이로 인해 게임에 접속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지난 주 내내 온갖 에러 메시지 때문에 디아블로3를 제대로 즐길 수 없던 게이머들은 이러한 소식에 자연스럽게 분노했으며,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왜 디아블로3가 정식으로 발매도 되지 않은 중국 때문에 우리가 피해를 봐야 하느냐!”라고 말이다.

게이머들의 이러한 반응에 디아블로3의 개발과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 측은 디아블로3의 아시아 서버 접속 오류가 중국 게이머들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일부 중국 게이머들이 경로를 우회해 아시아 서버로 접속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이유보다는 단지 많은 이들이 아시아 서버에 접속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블리자드 측의 설명이었다.

이번 디아블로3의 접속 오류 사태가 정말로 중국 때문에 발생한 사태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하지만 게임 접속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에 국내 게이머들이 블리자드를 탓하는 것에 앞서 중국을 탓하고 나섰다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그만큼 국내 게이머들이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다는 반증이라 하겠다.

국내 게이머들이 이렇게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갖게 된 이유라면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국내 온라인게임에서 발생한 수 차례의 해킹 사건, 특히 주민등록번호 유출 사건이 중국과 연관되어 있었다는 점과 게임 내 오토로 대변되는 작업장으로 인해 피해가 이런 사례의 대표적인 경우다.

온라인게임을 비롯해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발생한 해킹 사건을 통해 한국인들의 주민등록번호가 해외로 유출되고 그 중 대다수는 중국으로 넘어갔다는 것은 수차례 언론보도를 통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모르는 사이트에 자신의 이름으로 아이디가 생성되어 있다거나, 자신의 계정 내에 있는 아이템이 모두 사라지는 게임 내의 피해를 본 이는 적지 않다. 이 모든 게 해킹으로 인한 피해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또한 단순히 온라인게임 내의 피해를 넘어 자신의 주민등록번호와 개인정보가 보이스피싱으로 대변되는 각종 사기에 이용되기도 한다. 특히 이러한 보이스피싱의 경우는 대부분이 중국에서 국내로 시도되는 경우가 많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온라인게임에서 중국인에게 해킹 당했던 일이 간접적으로 국내에 또 다른 형태로 피해를 주고 있다는 감정이 게이머들의 머리 속에 자연스레 자리잡게 된 셈이다.

게임 내 오토와 작업장 문제도 이러한 개인정보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일반 게이머들이 오토로 인해 피해를 받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 MMORPG 내에서 오토가 자리잡고 있는 소위 ‘사냥터’에서는 일반 게이머들은 사냥을 할 수 없을 정도이며, 이들이 일반적인 플레이로는 습득할 수 없는 수량의 아이템을 휩쓸어가는 바람에 게임 내 경제가 휘청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이미 온라인게임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 된 오토와 작업장 문제를 지금 시점에서 모두 중국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

오토를 이용하는 한국인이 없는 것도 아니고, 오토를 이용해 조직적으로 사냥을 반복하고 아이템과 게임머니를 획득하는 작업장은 중국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다수가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업계의 시선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오토와 작업장과 관련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중국에서 이러한 일이 워낙에 대량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오랜 기간 진행되어 왔기에 게이머들은 오토와 작업장이라면 자연스레 중국을 떠올리고 중국을 비판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전세계 곳곳에서 마약이 생산되고 있음에도 사람들이 마약하면 ‘콜롬비아’를 떠올리는 것과 비슷한 상황인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은 국내 온라인게임에 있어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가지고 있지만, 특히 게이머들에게는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고 있다”며, “중국이 실제로 표절, 해킹, 대량의 오토 계정을 통한 부정적인 플레이를 진행해 오면서 이러한 부정적인 면이 게이머들에게 각인됐다. 중국으로 인한 피해가 없도록 업계에서 나서서 게이머들을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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