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들 놀라게 한 게임업계 M&A, 무엇이 있었나?

지난 6월 8일. 국내 게임업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명실상부히 국내 양대 게임업체로 불리는 넥슨과 엔씨 사이에 빅딜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지분 14.8%를 인수한 이날 이후 국내 게임업계는 물론 경제 관련 종사자들은 모두 넥슨과 엔씨의 향후 추이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기업이 다른 기업을, 그것도 동종업계에 있는 기업의 지분을 인수한다는 것은 업계 관계자들에게 꽤나 충격을 주는 소식이니 사람들이 이러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세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게임업계에서 하나의 업체가 다른 업체의 지분을 인수하거나 통채로 합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실제로 해외 게임업계에서는 이전부터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의 대형 M&A가 수 차례 진행되어 왔다. 이번 넥슨의 엔씨소프트 지분 인수처럼 게이머들을 놀라게 한 업체의 인수 소식은 무엇이 있었을까?

<파이날판타지와 드래곤퀘스트의 만남, 스퀘어에닉스의 탄생>

지난 2003년 4월 1일. 게이머들에게 믿기 어려운 소식이 전해졌다. 다수의 게이머들이 "만우절 거짓말 아니야?"라며 쉽게 믿지 못 할 정도의 소식. 바로 드래곤퀘스트의 개발사인 에닉스와 파이날판타지 시리즈의 개발사인 스퀘어가 하나로 합병된다는 소식이었다.

드래곤퀘스트와 파이날판타지는 일본을 대표하는 롤플레잉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일본식 롤플레잉이라는 영역을 구축하고 그 안에서 명성을 탄탄하게 쌓아올린 이들 작품을 개발한 에닉스와 스퀘어는 이들 작품 이외에도 다양한 게임을 선보이며 높은 명성을 자랑하던 업체였다.

그런 이들이 합병된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이 둘이 하나의 회사로 합병된 이유는 하나. 두 회사에 찾아온 자금난을 극복하기 위함이었다. 일각에서는 '파이날판타지 더 무비'로 큰 적자를 보게 된 스퀘어가 에닉스에 인수되는 형국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에닉스 역시 드래곤퀘스트 이외의 작품에서 재미를 보지 못 하며 스퀘어와 마찬가지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실제로 에닉스가 존속회사, 스퀘어가 해산회사로 에닉스가 스퀘어를 인수했다고 보는 것에는 큰 무리가 없지만 합병 비율이 1:0.81 수준으로 양사간에 큰 차이가 없으며, 인수 이후의 영향력도 두 회사가 비슷하게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일본에서는 이 두 회사의 합병을 두고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합병은 아니지만 하게 될 경우에는 큰 잠재력을 얻게 되는 합병"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두 회사의 간판 타이틀인 드래곤퀘스트와 파이날판타지가 매년 나오는 시리즈가 아니기 때문에, 각 작품이 나오는 텀에 번갈아 가며 출시해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합병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였다.

이 합병 이후 스퀘어에닉스는 자금난에서 벗어났으며, 타이토와 에이도스 등 다수의 개발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2011년에는 1조 6백 억원 수준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라이선스와 개발력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 반다이남코>
건담, 원피스, 드래곤볼 등 다양한 애니메이션 작품의 판권을 갖고 있는 반다이와 다양한 게임에서 특유의 개발력을 인정받은 남코의 만남은 게이머들에게 큰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반다이는 지난 2006년 3월 31일에 남코를 인수하며 자신들에게 부족한 개발력을 충족시키는 데 성공했다.

당시 양사가 경영권을 통합하며 거두게 된 연매출 규모는 약 5조 원 규모로 당시 일본 게임업계는 이 둘의 만남으로 인해 게임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견해로 시끄러웠다.

물론, 반다이남코게임스가 설립된 이후 도가 지나친 DLC 정책으로 인해 “남코의 기술력과 반다이의 라이선스가 만나기를 기대했는데, 반다이의 기술력과 남코의 수완이 만난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다소 실망스러운 행보를 보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반다이남코게임스는 지난 2011년에 2조 8천억 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하며 엄청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둘이 병합될 당시 기대됐던 시너지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고 있는 셈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두 회사가 합병되기 전부터 양사 직원을 대상으로 합병 이후의 기업상에 대한 논문 공모가 실시됐을 정도로, 두 회사의 합병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로 치부되어 왔다는 점이다. 양사는 당시 논문 공모를 실시한 이유로 현장에서 직접 활약하는 이들의 의견을 모으기 위함이었다고 밝힌 바 있으며, 반다이남코의 이러한 기조는 회사가 성장하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합병을 두고 얽히고 섥힌 스토리. 액티비전-블리자드>
비디오게임 업계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던 액티비전과 PC,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탄탄한 지지기반을 보유하고 있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는 지난 2008년 7월 9일을 기해 나란히 한 배를 타게 됐다.

액티비전과 블리자드의 사례는 한 회사가 나머지 회사를 합병한 사례라기보다는, 두 회사가 나란히 다른 회사에 합병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블리자드를 소유하고 있던 프랑스의 대기업 비벤디가 액티비전을 인수하게 되면서 생긴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비벤디가 액티비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비벤디 게임즈가 해체됐다는 것이다. 해체된 비벤디 게임즈는 81억 달러 규모의 주식으로 전환됐으며, 이 주식은 액티비전의 주식으로 편입됐다. 당시 비벤디 게임즈 내에는 4개의 크리에이티브 부서가 있었는데, 이 4개 부서 중 하나가 블리자드였으며, 비벤디 게임즈가 해체되는 과정에서 4개 부서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던 블리자드가 액티비전과 하나가 되면서 현재의 액티비전-블리자드가 탄생한 것이다.

액티비전-블리자드는 한 배를 탄 몸이지만 각자의 영역에서 독자적인 사업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액티비전이 인수한 모든 회사가 블리자드처럼 독자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액티비전이 인수한 또 다른 업체인 시에라의 경우는 더 이상 게임을 만들지 않고 있으며, 과거 발매된 시에라의 게임들 역시 액티비전의 이름으로 발매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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