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이 담긴 게임 운영, 냉정한 게이머들의 마음도 움직인다

온라인게임 관련 커뮤니티에서 리그오브레전드에 관한 글을 보다보면 자주 눈에 띄는 게이머들의 반응이 있다. 바로 '게임도 재미있지만 운영진이 개념이라 게임에 애정이 생겼다'며 라이엇게임즈의 운영을 칭찬하는 게이머들의 게시글이다.

온라인게임의 흥망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서비스 업체의 운영정책이 부각되고 있다. 좋은 게임성을 지닌 게임이 잘 못된 운영으로 인해 인기가 시들해지는 것은 물론, 그와는 반대로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운영으로 게임의 인기가 더욱 높아지는 사례는 흔히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게이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운영으로 게이머들에게 찬사를 받고 있는 업체 중 대표적인 업체라면 앞서 언급했던 라이엇게임즈를 꼽을 수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라이엇게임즈가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는 디아블로3의 공세 속에서 PC방 점유율 14%선을 유지하며 흔들리지 않는 인기를 과시 중이다. 디아블로3의 출시 이후에 여타 온라인게임들의 점유율이 모두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LOL의 이와 같은 성적은 예사롭지 않은 것이다.

LOL의 이러한 인기 비결로는 LOL이 지니고 있는 게임성을 꼽을 수 있겠지만, 게이머들과의 소통을 멈추지 않는 라이엇게임즈의 운영 방식도 LOL의 인기를 지탱하는 또 하나의 축이라 할 수 있다.

미국 내에서 서비스 중일 때부터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면 더욱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지 않느냐?"는 게이머들의 걱정에 "우린 수익보다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을 더욱 신경쓰는 회사다. 게이머들은 그런 것 걱정하지 말고 재미있게 게임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라고 답변할 정도로 라이엇게임즈는 우직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또한 지난 4월에는 골수암을 앓고 있던 LOL 게이머 조 켈리(Joe Kelly)를 위한 이벤트 'Support a Fellow Summoner and Make-A-Wish'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 이벤트를 통해 라이엇게임즈는 본사로 조 켈리를 초청해 개발진과 함께 게임을 즐기는가 하면, 소년의 완쾌를 기원하며 5월 4일부터 18일까지 북미 서버에서 특별 세일을 진행하기도 했다.

바로 조 켈리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 내 챔피언인 잭스와 가장 좋아하는 스킨인 잭시무스 스킨을 할인된 가격에 판매했으며, 이 기간 중 해당 아이템을 판매해 얻은 수익 전액을 메이크어위시 재단에 기부했다.

하지만 라이엇게임즈의 이러한 정성에도 결국 조 켈리는 병마를 이겨내지 못 하고 지난 6월 7일 사망해 안타까움을 남겼다. 이에 라이엇게임즈는 그의 사망을 애도하는 글을 자사 홈페이지에 게재했으며, 많은 게이머들은 이 글에 조 켈리를 추모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 덕분인지 라이엇게임즈는 어느 사이엔가 게이머들 사이에서 '라이엇게임즈 = 장인'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게 됐다. 라이엇게임즈의 저런 행동이 게이머들의 호감을 사기 위한 계획된 행동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게이머들의 '호감'을 얻게 된 것이다.

이런 라이엇게임즈 특유의 운영정책은 국내에서도 종종 발견된다. 게임 내 아이템을 구매하기 위한 캐시라 할 수 있는 'RP'운영에서 이러한 모습은 더욱 도드라진다.

게임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약간의 'RP'가 부족해서 게임 아이템이나 챔피언을 구매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기 마련. 이런 상황에 처한 게이머들이 게시판을 통해 "RP가 아주 조금 모자라 캐릭터를 구매할 수가 없는데 그렇다고 RP를 추가로 충전하는 건 낭비인 거 같다. 부족한 금액으로 캐릭터를 구매할 수는 없나"라며 글을 남기자 라이엇게임즈 측에서 해당 게이머에게 챔피언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 준 것이다.

또한 게임 내에서 벌어지는 소위 '비매너 게이머'를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공지를 통해 꾸준하게 '정화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의 활동도 게이머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주목할 것은 이러한 라이엇게임즈의 행보 덕분에 라이엇게임즈가 게이머들에게 '호감 게임사'라는 호칭을 얻게 됐다는 것이다. 게이머는 어떠한 의미에서는 '소비자'에 가깝다. 게임을 개발한 게임사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권한을 판매하고 게이머는 이를 구매해 게임을 즐기는 셈이니 말이다.

어떠한 사업군이던 간에 판매자는 소비자에게 다양한 질타를 받기 마련이며, 그만큼 '장사'를 하는 이들은 소비자들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기 어렵다. 하지만 라이엇게임즈는 게이머들로부터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 배경에는 다양한 이벤트도, 어마어마한 물량공세가 있던 것이 아니다. 게이머들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라이엇게임즈의 노력이 이러한 결과를 이끌어 낸 것이다.

실제로 라이엇게임즈를 칭찬하는 글에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타 게임사와 라이엇게임즈를 비교하는 글이 따라붙는다. '이러한 모습은 국내 게임사들에게는 기대도 못 할 일이다'라는 류의 글 말이다.

한 번 밉보인 업체는 무엇을 해도 게이머들에게 비난 받기 마련이다. 반대로 한 번 잘 보인 업체는 어지간해서는 게이머들에게 큰 비난을 받지 않는다. 국내 게임업체들이 '동시접속자 얼마', '매출액 얼마'와 같은 지표를 자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게이머들의 진심을 얻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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