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이름, 다른 느낌. 게임업계 변신의 시대 돌입

시대의 흐름에 따라 트렌드가 바뀐다고는 하지만 발라드로 유명한 신승훈이나 성시경이 랩을 한다거나, 랩으로 유명한 김진표나 타이거JK가 발라드를 부른다면 큰 화제가 되기 마련이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지만, 평상시의 모습에 익숙한 팬들에게는 완성도를 떠나서 이 같은 변신을 시도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놀라움을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트렌드에 민감한 아이돌 그룹 같은 경우에는 팬들을 위한 깜짝 선물이나 이미지 변신을 위해 시도하는 경우가 많이 있지만, 한 장르만을 10년 이상 매진해온 장인 같은 가수들의 변신은 그야말로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가요계만큼은 아니지만 게임업계도 최근 들어 변신의 시대에 돌입해 팬들에게 충격과 기대감을 동시에 선사하고 있다. 과거 추억을 함께 했던 명작들이 최신 기술로 부활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장르의 신작으로 변신을 시도한 것. 아름다웠던 추억을 날려버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많지만 실망하더라도 실체를 확인했으면 하는 팬들의 목소리도 많은 편이다.

금일(2일) 간담회를 개최하고 공식 일정을 발표한 거울전쟁 신성부활은 L&K로직 코리아의 데뷔작인 거울전쟁 시리즈의 7년만의 부활작이다. 거울전쟁은 L&K로직 코리아의 남택원 대표가 직접 집필한 소설을 바탕으로 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거울전쟁, 거울전쟁 어드밴스드 은의 여인이 연이어 발매되면서 스타크래프트에 당당히 맞선 국산 전략 시뮬레이션으로 팬들의 기억에 남아있다.

하지만, 이번에 서비스를 시작하는 거울전쟁 신성부활은 전략시뮬레이션이었던 전작과 달리 비행 슈팅과 롤플레잉이 결합된 롤플레잉 온라인 게임이다. 세계관은 전작의 160년 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으며, 다양한 직업과 1000여개의 스킬, 해방군, 흑마술파, 악령군으로 나뉘는 진영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드래곤플라이가 준비중인 킹덤언더파이어 온라인은 판타그램에서 선보였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킹덤언더파이어 시리즈를 부활시킨 게임이다.

킹덤언더파이어 시리즈는 맨 처음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로 출발했으나, 콘솔 게임기로 진출해 액션과 전략 시뮬레이션이 합쳐진 복합 장르의 게임, 그 다음은 순수 액션 게임으로 변신을 꾀했다가, 이번에는 리오브레전드로 대표되는 AOS 장르로 또 변신했다.

지난해 6월경 베타 테스트를 통해 잠깐 모습을 드러낸 킹덤언더파이어 온라인은 킹덤언더파이어 세계관에 등장하는 다양한 영웅들을 고용할 수 있으며, 타 AOS 게임과 달리 액션을 좀 더 강조한 스타일을 선보여 화제가 됐었다.

창세기전4
창세기전4

한국 패키지 게임의 전설로 추앙받은 창세기전의 최신작 4편도 개발중이다. 창세기전4는 이전까지 유지해왔던 턴제 시뮬레이션 롤플레잉(SRPG) 장르를 버리고 롤플레잉 온라인(MMORPG)로 변신을 꾀했다.

창세기전4는 창세기전 세계관에 등장하는 다양한 영웅들로 부대를 구성해 전투를 즐기는 방식이며, 게이머들의 선택에 따라 게임 내 역사가 바뀌고, 그에 따라 영입할 수 있는 영웅들이 달라지는 시스템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해외에서도 소식이 끊겼던 고전 명작을 부활시키는 시도가 최근 들어 많아지고 있지만, 장르를 변경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대부분 최신 기술을 사용해 그래픽 퀄리티를 개선한 HD리메이크가 대다수이며, 아예 새롭게 만들더라도 폴아웃3처럼 장르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시스템을 최신의 것으로 교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전략 시뮬레이션에서 FPS로 변신한 신디케이트나 과거 시스템을 그대로 계승하는 버전과 FPS로 변신한 버전을 각기 다른 회사에서 개발중인 엑스컴처럼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는 사례가 조금씩 늘고 있긴 하다.

이렇게 게임사들이 고전 명작을 장르 변경을 통해 부활시키는 이유는 경쟁이 치열해진 게임시장의 흐름 때문이다.

너무나도 많은 게임이 등장하다보니 이슈를 만들어내기 힘든 신작보다는 팬층이 두터운 고전 명작을 부활시키는 것이 홍보, 마케팅 측면에서 더욱 유리해지는 것.

하지만, 게임 시장의 트렌드가 변해버린 지금에 와서 과거와 같은 장르를 선택하는 것은 상당한 위험이 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최근 유행하는 장르로 변신시키려는 시도를 할 수 밖에 없다. 특히, PC 패키지 게임 시장이 전멸해버린 국내 게임 시장의 특성상 온라인 게임으로의 변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추억의 명작을 부활시키는 것은 팬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그들의 기준은 일반적인 게이머들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완성도 측면에서 더욱 까다롭게 기준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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