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학동의 모바일 게임 따라잡기 [애니팡]

수천만 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카카오톡이 게임사업으로 뛰어들겠다고 했을 때, 시장에서는 그 파급력에 대해 왈가왈부 말이 많았다. 사용자 층이 넓으니 크게 성공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고 게임에 관심 없는 이용자들이 대부분이라 이용이 제한적일 것 이라며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카카오톡은 게임업계에 폭풍과도 같은 반응을 불러왔다. 가장 강력한 마케팅 툴로 인식될 만큼 순식간에 4~5개의 게임을 정상으로 올려놨다. 그리고 그 힘을 가장 단적으로 누린 게임이 있었으니, 바로 오늘 알아 볼 '애니팡'이 되겠다.

'애니팡'을 게임 자체로만 보면 사실 썩 훌륭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시중에는 '애니팡'과 같은 형태의 게임들이 이미 수백 수천 개가 있다. 한 오브젝트를 드래그 하고(손으로 그어 옮기어) 3개의 같은 오브젝트가 상하 중 일렬로 배열되면 터져서 사라진다는 방식. 그 방식은 흔하다 못해 익숙하다.

조금 더 꼬아서 말하면, '애니팡'의 원천 시스템 자체는 인정받을 수 없다. 만약 그 시스템을 처음 고안한 회사가 한국 시장에 빠삭하다면 선데이토즈는 애플이 삼성을 물어뜯는 것처럼 혹독하게 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 시스템 자체를 외부에서 가져왔다 치더라도 선데이토즈가 '애니팡'에 쳐 놓은 양념은 '카카오톡'과의 환상적인 궁합으로 시대를 초월하는 인기를 불러왔다. 자의든 타의든,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결과적으로 선데이토즈는 명작 개발사의 반열에 올라갔다. '애니팡'과 카카오톡을 보면 성공을 위한 각종 요소들이 운명적으로 만난 느낌이다.

일단 '애니팡'의 단순한 조작 방식은 '카카오톡'을 이용하는 수천만 명 중 누구에게도 허들로 작용하지 않았다. 배우지 않고도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단순한 구조에서 시작했기에 '카카오톡'의 빠른 입소문이 그대로 게임 다운로드와 이용으로 흡수됐다.

두 번째 '애니팡'은 플레이 타임을 짧은 시간으로 제한했다. 1분이라는 제한 요소를 두고, 그 사이에서의 높은 점수 경쟁을 유도한 것은 '카카오톡'을 비롯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요사이 이용자들의 트렌드와 취향에 적합했다. 짧게 짧게 집중하고, 자주 접속해서 즐긴 이후에는 자신의 결과값을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세 번째 특징은 경쟁과 시도의 제한이다. '애니팡'을 한 판 마치고 나면 바로 자신이 등록된 '카카오톡' 친구들과의 즉석 순위가 나온다. 순위가 높을수록 자주 노출되고 자신이 좋은 성적을 내면 바로 순위에서 앞서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렇게 '다른 플레이어를 이기고 싶은데' 라는 욕망을 '애니팡'에서는 하트라는 소모 자원을 이용해 제한을 뒀다. 한 판 할 때마다 하트가 1개씩 사라져서 하트가 떨어지면 더 게임을 진행하지 못하는 구조다. 물론 하트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을 수 있고, 8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채워진다. 하지만 그것을 기다리지 못하면 바로 돈을 써서 하트를 지르게 된다.

특히 그 하트를 남들에게 쉽게 줄 수 있게 해놓은 것이 '애니팡'의 가장 핵심이자 시스템의 묘다. 게임을 하지 않고 있다가도, 카카오톡을 통해 '하트가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뜨고, 누구든지 쉽게 한판 하는 것이다. 게임이 없더라도 불특정 다수에게 하트를 준다는 메시지를 받고는 게임을 다운로드 받게 된다. 그야말로 카카오톡과의 연계를 극대화 시킨 모양새다.

네 번째 인기 요소는 경험치 시스템이다. 단순한 캐주얼 게임이지만 '애니팡'에는 경험치 시스템이 존재한다. '애니팡'의 궁극적 목표가 높은 점수로 정해진 상황에서, 개발사인 선데이토즈는 많이 플레이한 게이머들에게 가중치가 주어지도록 했다. 레벨5인 게이머는 마지막 보너스 점수를 1천 점을 받는다면, 레벨 30인 게이머는 1만 점을 받는 식이다. 높은 점수를 내려면 어쩔 수 없이 더 '애니팡'을 많이 플레이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마지막으로 '애니팡'이 가진 최대 핵심 요소는 랜덤성과 콤보 시스템의 깊이이다. 매번 '애니팡'의 오브젝트는 시시때때로 바뀐다. 그런 가운데 빠르게 퍼즐을 맞춰야 하고, 그것을 계속 짧은 시간 내에 이어가야 한다. 콤보가 높을수록 압도적으로 점수를 내는 시스템이기에 게이머는 콤보를 높이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해야한다. 물론 콤보를 높이는 것은 쉽지 않다. 쉬운 게임성을 가지되, 높은 목표를 추구했기에 '애니팡'은 계속적으로 게이머들의 도전을 지금 이 시간에도 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애니팡'은 가히 폭발적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의 다운로드와 매출은 내고 있다. 1천만 다운로드는 물론이요, 매일 1억 원 이상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잠잠했던 구글 플레이 마켓 자체를 뒤흔드는 역 현상 까지도 발생시키고 있고, 컴투스나 게임빌 등에서도 '애니팡'을 모티브로 하는 캐주얼 게임 라인업이 갖춰지는 등 업계를 리드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애플로 출시된 지 하루 만에 국내 게임 순위 1위를 꿰찼다.

'애니팡'의 인기는 당분간 고공행진을 거듭하겠지만, 만약 '카카오톡'이 '계속 '애니팡'과 같은 수준의 인기 게임을 배출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해보면 그것은 좀 아닌 듯 싶다.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카카오톡'을 통해 꽃 피울 것은 명확하다. 하지만 게이머들 간의 과도한 하트 날리기를 통해 벌써부터 네이버에 '애니팡'이라고 검색하면 하트 차단 등이 연관 검색어로 뜬다. 즉, 후발 게임들은 카카오톡과의 연계에서 오는 부작용 때문에 '애니팡' 처럼 마음놓고 하트를 날리거나 입소문을 내는데는 제한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 30% 라는 과도한 과금 정책에 대한 반발(내년부터 20%이긴 해도), 카카오톡에 의해 상대적으로 축소될 수 밖에 없는 국내 이통사 중심의 토종 안드로이드 스토어의 반발 등 카카오톡이 넘어서야 할 벽은 많다.

결과적으로 '애니팡'은 그렇기 때문에 더욱 깊이 사람들의 인식에 남을 것 같다. 어느정도 검증된 캐주얼 게임 시스템이 마케팅을 잘 만났을 때 어느정도나 대박을 칠 수 있는지, 더 좋은 계기가 있을 수 있을까 생각이 든다.

애니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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