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를 찌른 신작 게임들, 2012년을 관통하다

게임의 미래는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실패하는 방법은 100가지라도 말해줄 수 있지만 확실한 성공법은 누구도 말할 수 없는게 현실이다.

물론, 검증된 개발자와 비싼 상용 엔진, 막대한 개발비가 투입된 될성 부른 떡잎도 존재한다. 사실 자신있게 게임의 규모를 공개할 정도라면 막대한 마케팅비가 투입되는게 당연하고, 대중에게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매체들의 관심도 집중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관심을 많이 받으면 그만큼 성공 확률도 높아진다.

반면에 "이런게 통한단 말이야"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기가 막힌 신작들이 있어 업계에 10년 이상 게임업계에 종사한 전문가들도 "성공 비법은 며느리도 모르고 시어머니도 모른다"라는 자포자기 발언을 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올해는 그런 신작들이 유독 많아 더욱 허탈하다.

애니팡
애니팡

올해를 강타한 최고의 허를 찌르는 게임은 애니팡이다. 애니팡은 모바일 게임업계에서는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심하게 말하면 라인업이 허전할 때 빨리 만들어 넣는 1순위라고 할 수 있는 3-매치 게임이다.

그런데, 이 게임이 카카오톡을 만나면서 단숨에 국민게임이 됐다. 회원수는 1700만이고, 동시접속자수는 300만명, 월 매출은 100억이 넘는다고 한다.

1분이면 즐길 수 있는 빠른 게임속도, 터치만 하면 되는 간단한 조작법, 친구들과의 스코어 경쟁, 그리고 하트. 따로 떼어놓고 보면 별 것 아니지만, 이것이 합쳐지니 상상도 못할 파괴력을 발휘했다. 개발사인 선데이토즈는 스마트폰 게임 업계의 대표주자로 떠올랐고,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카카오톡은 흑자로 전환했다.

드래곤플라이트
드래곤플라이트

애니팡의 바통은 드래곤플라이트가 이었다. 넥스트플로우가 만든 이 게임은 카카오톡 게임하기에 입성하면서 일 매출이 12억이 넘는 대박 게임이 됐다. 게임성은 정말 간단하다. 자동으로 불을 쏘는 용이 등장하고, 적들이 나오면 없애거나 피하면서 가장 멀리 가는게 목표다. 슈팅 게임이라고 볼 수도 있고 장애물 피하기 게임이라고 볼 수도 있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면 누구나 다 만들 수 있는 간단한 게임이다. 좌우로 움직이는게 전부이고, 적들이 특별한 패턴을 보이는 것도 아니다. 단지 체력이 더 많은 적이 있을 뿐, 그냥 위에서 밑으로 내려오기만 한다. 하지만 카카오 특유의 친구에게 자랑하기 시스템과 돈을 쓰면 쓸수록 기록이 향상되는 절묘한 밸런스가 이 게임을 애니팡을 능가하는 대박 게임으로 만들었다.

모두의마블
모두의마블

온라인 게임에서도 이런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CJ E&M 넷마블의 모두의 마블이 바로 그런 사례다. 모두의 마블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부루마블 게임이다. 주사위를 굴려 캐릭터를 움직이고, 땅을 구입해서 건물을 올리는 부루마블은 간단한 규칙 덕분에 가장 널리 알려진 보드 게임으로 인정받고 있다.

모두의 마블은 기존의 부루마블 게임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단지 통행료를 몇배로 인상시킬 수 있는 올림픽 기능과 독점 기능이 조금 다를 뿐이다. 하지만 이 작은 차이가 모두의 마블을 단숨에 넷마블 대표 게임으로 만들었다. 올해 온라인 게임 시장이 대작 게임들의 나눠먹기 분위기로 흘러간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모두의 마블이 올해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최고의 다크호스다.

위 게임들은 간단한 조작과, 익숙한 방식으로 주목 받는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주목 받는 게임도 있다.

히트더로드는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는 드문 실사형 레이싱 게임이다. 보통 실사형 레이싱 게임은 그란투리스모나 포르자 모터 스포츠 등 콘솔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고, 온라인 게임에서는 대부분 카트라이더 스타일이 주를 이루고 있다. 더구나 유명 개발자인 송재경 사단의 XL1이 실패를 거두며 실사형 레이싱 게임은 아무래도 힘들다는 전망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높은 국내 자동차 보유량과 온라인 게이머의 주 연령대/성별이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층이다 보니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 볼 수 있다.

히트더로드는 과감히 실사형 레이싱으로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고, 별다른 마케팅 없이 동시접속자 1만명을 넘겼다. 결코 대박이라 할 만한 기록은 아니지만 온라인 게임사 대부분이 유행 장르에 쏠려있는 지금. 남과는 다른 노선을 걷고 있는 실사형 레이싱 게임이기에 이 수치가 특별하다.

더구나 최근 전문 레이싱팀인 쉐보레레이싱팀과 사업-후원 계약도 체결했다. 콘솔 게임에 뒤지지 않는 전문적인 레이싱, 그리고 온라인에서 구현되어 쉽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낮은 진입 장벽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다소 무모해 보였던 도전이 조금씩 성과를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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