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경의 아키에이지, 기존 MMORPG와 무엇이 다른가?

국내의 게임 전문 개발자 중 이름이 알려져 있는 이는 많지 않다. 국내에서 히트작을 연이어 선보인 개발자가 많지 않을 뿐더러 대부분 개발자 보다 게임의 이름이 더 알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엑스엘게임즈의 송재경 대표는 다르다. 바람의 나라, 리니지 등 국내 MMORPG(다중접속롤플레잉온라인게임)의 큰 획을 긋는 게임을 개발하며 한국 MMORPG의 기반을 만든 인물이기 때문이다. 두 게임은 서비스가 시작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을 정도로 게임성과 상업성 모두 인정받고 있다.

송재경 대표의 신작 아키에이지가 주목 받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리니지, 바람의 나라와 같이 아키에이지로 인해 국내에서 다시 한 번 MMORPG의 역사가 새로 쓰여질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아키 5차
아키 5차

하지만 비공개테스트가 이어지며 테스트에 참여했던 게이머들의 평가는 상반되는 모습을 보였다. 새로운 가능성을 언급하며 호평을 보내는 이들이 있는가하면, 기존 MMORPG와 차이가 없다는 의견도 많았다.

전투를 강조한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 MMORPG의 영역을 하늘로 확장한 아이온, 한차원 높은 그래픽과 논타게팅 전투의 테라 등 최근 MMORPG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특징을 전면에 내세운 경우가 많았다.

송재경 대표의 아키에이지는 그런 면에서 보면 기존 MMORPG와 눈에 띄는 차별점이 한 번에 느껴지지 않는다. 많은 게이머들이 테스트를 통해 불만을 제기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게임이 완성될 수록 평가는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키에이지는 그래픽, 전투, 아이템 파밍 보다 다른 부분을 우선시해서 게임을 완성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키홈1
아키홈1

송재경 대표는 약 3년전 게임을 공개하며 커뮤니티와 엔드 콘텐츠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MMORPG는 오랜 기간 게이머들이 자유롭게 놀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인데, 몇 개월 만에 콘텐츠 부족이란 이유로 게이머들이 그 공간에서 지루함이나 실증을 느끼게 할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그래서 게임 개발 초기부터 게이머들이 게임 안에서 자유롭게 활동하고 놀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해야 하며, 그것은 게임 개발사가 만들어 주는 것들도 있지만 게이머들이 자신들의 의지를 가지고 만들어갈 수 있는 부분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쉽게 설명하면 자연스러운 커뮤니티가 형성되어야 하고, 그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게이머들이 스스로 놀거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게임의 커뮤니티는 MMORPG는 물론이고 모든 게임 개발자들이 중요시 하는 부분이다. 때문에 아키에이지가 이를 특별히 강조한다고 설명하고 어필해도 쉽게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기 힘들었던 이유다. 몇 만명 규모의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했지만 결국은 비공개 테스트일 뿐이고, 커뮤니티란 부분은 오픈베타 혹은 이후 정식서비스에서나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또한 게이머들 스스로 놀거리를 찾는 부분 역시 마찬가지다. 송 대표의 설명을 인용하면 '게임의 빈 공간을 제공해서 그 부분을 게이머들이 자유 의지를 가지고 채워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역시 쉽게 이해하기 쉽지 않다. 게임의 빈 공간이란 부분도 그러하거니와 게이머들의 자유의지란 부분도 기존 게임에서 쉽게 언급되지 않았던 내용이다.

아키에이지
아키에이지

아키에이지를 보면, 여러 가지 선택과 분기를 게이머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간단한 예로 게임의 초반 퀘스트 중 사과 2개를 가져오는 내용이 있다. 간단한 내용이고 다른 게임에서도 충분히 있을 법한 내용의 퀘스트다.

간단하게 사과나무를 심어서 사과를 채집하면 완료되는 간단한 내용이다. 하지만 아키에이지의 다른 한 가지 흥미로운 시스템이 드러난다. 누군가 심어둔 사과나무가 있다면 이를 몰래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에 대한 패널티는 있지만 사과나무가 자라는 시간을 절약하는 것과 비교해 게이머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또한 나무를 베어 버릴 수도 있다. 반대로 다른 사람들을 위해 많은 사과나무를 심어 두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반적인 게임이라면 필드에 사과나무가 존재해 사과 2개를 얻어서 돌아가면 퀘스트가 완료된다. 하지만 아키에이지에서는 여기서 다른 개념의 접근 방식을 채택했다. 게이머들의 하나의 행동이 다른 게이머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이로 인해 다양한 연쇄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송 대표가 언급한 게임의 빈 공간을 나타내는 간단한 예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아키에이지는 새로운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반대로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게이머들의 상호작용이 필요한 시스템과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해야 보다 완성도가 높아지는 내용들이 게임 내에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한 번의 전투나 인스턴스던전의 아이템 파밍이 아닌 게이머들과 함께 그 안에서 대립하거나 협동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지난 테스트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다. 게임 내에 하이하란 종족으로 게임을 시작하면 황량한 벌판에서 캐릭터가 생성된다. 그런데 어느 날은 게임 시작점에 벚꽃나무들이 가득 채워져 게임을 시작한 사람들은 만개한 벚꽃 한가운데서 게임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그날 게임을 처음 시작한 게이머는 하이하란 종족은 황량한 사막이 아닌 벚꽃의 한가운데 있는 공간에서 게임을 시작한다고 느낄 수도 있다.

아키에이지는 이처럼 쉽게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 많은 게임이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을 인식하지 않은채 그냥 즐겨도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바로 MMORPG는 솔로 플레이를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상호작용을 통해 많은 것들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아직 아키에이지가 어떤 결과물을 낼지는 미지수다. 오는 12월12일 열리는 간담회에서도 새로운 콘텐츠의 공개 보다 게임의 향후 방향성과 MMORPG의 미래에 대해서 언급될 가능성이 높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리니지, 울티마 온라인 등 많은 MMORPG들의 장점과 재미를 송재경 대표는 아키에이지를 통해 국내 시장에 맞게 선보여 나갈 것이다.

확실한 것은 오픈베타의 아키에이지와 상용화 시점의 아키에이지 그리고 한달 이후의 아키에이지는 다른 모습일 것이라는 점이다. 콘텐츠의 추가와 변화의 이유가 아닌 그 안에서 게이머들의 많은 시간이 녹아들어 게임이 변화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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