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온3 박창준 팀장, "현장감을 전달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다"

넥슨의 신작 축구 온라인게임 피파온라인3가 피파11을 원작으로 한다는 것은 이제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사실은 사람들이 피파온라인3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면서도 피파온라인3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점이기도 하다. 원작과의 비교가 필연적으로 따라붙게 됐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비교는 게임을 접할 때 가장 먼저 마주치게 되는 '그래픽 요소’에서 발생하고는 한다.

일각에서는 피파온라인3의 비공개테스트 이전부터 아무래도 온라인게임으로 출시되는 작품이니 비디오게임에 비해 그래픽 품질이 떨어지게 되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하지만 공개된 피파온라인3의 그래픽은 피파11의 그것을 상회하는 수준을 보이고 있다. 유니폼의 등번호 폰트는 물론, 최신 헤어스타일이 반영된 선수들의 캐릭터. 거기에 원작보다 더욱 강한 현장감을 전달하는 카메라 워크까지. 기술적인 면은 물론 세세한 곳까지 일일이 공을 들인 그 정성이 놀라울 정도다.

"기자가 아니라 한 명의 게이머 입장에서 말씀 드리는 건데… 안 힘드세요?"

피파온라인3의 개발에서 그래픽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EA 서울 스튜디오의 박창준 팀장에게 기자가 건낸 말이다.

"우리가 좀 더 개발을 잘 하면 더 많은 게이머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솔직히 많이 힘들어요. 그래도 '진짜 축구를 하는 것 같다’는 게이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기운이 납니다. 이런 게이머들에게 게임을 통해 현장감을 전달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입니다."

담담한 말투였지만 확실한 말투였다. 피파온라인3의 그래픽이 이 정도 품질을 갖추게 된 것은 피파온라인3 개발자들의 저러한 마인드가 바탕이 됐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과연 박창준 팀장이 밝힌 피파온라인3의 그래픽에 얽힌 이야기는 무엇이 있을까? 이번 인터뷰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자. 아래는 현장에서 진행된 인터뷰 전문이다.

질: 피파11을 원작으로 하는 게임이다 보니 원작과의 비교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피파11과 비교하면 피파온라인3의 그래픽에는 변화가 생겼나?
답: 피파11을 기반으로 한 게임이며 개발 초기부터 피파11과 피파온라인3의 그래픽 퀄리티가 동일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피파온라인3의 그래픽 품질 향상이나 최적화에 노력을 기울인 결과 이제는 피파11을 능가하는 수준의 그래픽을 갖추게 됐다. 이에 대해 게이머들도 반응이 나쁘지 않다.

질: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변경이 있었는가?
답: 선수 모델링은 질적, 양적 면에서 모두 달라졌다. 피파11의 선수 얼굴 모델링 데이터는 총 645개이며 최신작인 피파13은 775개의 모델링 데이터를 지니고 있다. 피파온라인3는 이들을 모두 뛰어넘는 총 877개의 고유 헤드를 지니고 있다. 양적인 면에서 현존하는 피파 시리즈 중 가장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질적인 면에서는 한국인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는 선수들 위주로 더욱 모델링에 신경을 썼다. 또한 단순히 얼굴, 헤어스타일 뿐만 아니라 각 유니폼의 등번호 폰트를 수정하고, 70여 종의 신발과 60여 종의 축구공 데이터도 준비해 놨다.

질: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는가?
답: 1차 비공개테스트 당시 퀸즈파크 레인저스의 유니폼 등번호 폰트가 왜 아직도 2부리그 당시에 사용하던 폰트냐는 지적을 한 게이머가 있다. 이렇게까지 게임을 세세하게 봐준다는 것에 놀라웠으며, 그 즉시 지적사항을 개선했다.

또한 나이키의 새로운 축구공, '하이비즈’가 공개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이를 게임에 추가하기도 했다. 텔레비전에서 보던 내용을 게임에서도 그대로 느끼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질: 게임을 하다보면 피파11보다 연출면에서도 발전된 것이 느껴진다. 어떤 부분을 개선했는가?
답: 경기가 시작되는 준비 장면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피파11을 접했을 당시 그래픽은 뛰어나지만 연출은 그에 미치지 못 해 아쉬웠기에 이런 부분을 개선했다.

먼저 카메라 각도에 차이를 둬 선수가 입장할 때 좀 더 긴장감을 조성하고, 경기 시작 전 경기장 전경을 비추는 것도 단순히 관중석을 비추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카이 캠으로 경기장을 모두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다. 특히 입장 장면에서는 카메라 각도에 따라 아웃포커싱 효과가 달라지게 되는 것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질: 선수 모델링을 개선했다고 들었다. 선수 제작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답: 최대한 많은 자료를 참고한다. 각종 축구 잡지는 물론 선수의 헤어스타일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미용 관련 잡지까지도 파악하고 있다. 이 선수들의 머리카락이 두상에서 어떻게 뻗어 나왔는지도 파악하기 위해 분석하기 위해서다.

개발 단계의 선수 모델링을 출력해 사내에 붙여놓고 직원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해놨다. 아트팀이 아닌 이들도 모델링을 보고 의견을 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EA는 개발팀 분위기가 수평적이어서 의견을 편히 주고받을 수 있다. 게임에서 혼나기 전에 내부 직원에게 미리 혼나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질: 피파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아시아 선수의 묘사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아시아선수에 대한 모델링은 어떻게 개선했나?
답: 아무래도 피파 시리즈의 개발진이 캐나다에 있기 때문에 한국 선수를 비롯한 아시아 선수에 대한 묘사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피파온라인3는 한국 개발진의 손에 의해 한국에서 개발한 게임이다.

개발진 역시 게이머들과 마찬가지로 한국 선수에 대한 기사를 보고 같이 열광하는 이들이다. 이러한 점이 게임 개발에도 반영됐다. 손흥민이 골을 넣으면 더 열광하기도 하고 그런다. 잡지와 기사를 보다 보니 반 축구 전문가가 된 기분이기도 하다.

비디오게임은 1년 단위로 업데이트가 이뤄지지만 온라인게임은 주기적인 패치를 할 수 있으니 변경 사항은 업데이트를 통해 족족 반영할 것이다. 예를 들면 윤빛가람 같은 어린 선수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첫 개발 당시보다 얼굴이 좀 더 성숙하게 됐다. 이런 것도 패치를 통해 게임 그래픽에 반영을 했다. 기성용 선수의 경우는 무표정 속에서도 장난기를 나타내기 위해 노력했으니 잘 봐주시기 바란다. 차두리의 경우 두상을 강조하기 위해 엄청난 고생을 했는데 이번에 머리카락을 길렀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시 한 번 힘들어질 것 같다. (웃음)

질: 경기장 묘사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피파11에는 맨시티 홈구장이 없다가 피파12에 추가됐다. 이런 식으로 피파11에는 없었지만 추후에 추가된 경기장도 게임에 새롭게 제작해 넣었다. 라이선스 때문에 빠진 경기장이 있긴 하지만 최대한 게임 내에 넣을 생각이다.

아울러 광원 효과도 게임에 도입할 예정이라 정식서비스에서는 지금보다 더 멋있는 경기장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경기장 뿐만 아니라 경기장 내의 각종 스텝과 심판, 관중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새롭게 만들고 있다. 비가 오면 카메라맨들의 복장이 바뀌고 관중들의 복장도 바뀌는 식이다. 게임 중 크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 부분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혹시라도 게이머가 봤을 때 '이런 부분에까지 신경을 썼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말이다.

공개서비스에서는 잔디가 마모되는 표현도 구현될 것이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무작위로 잔디가 마모된 효과가 그려지지만 정식서비스에서는 리그모드에서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뀜에 따라 경기장의 잔디가 점점 마모되는 디테일을 만나볼 수 있다.

질: 그래픽이 좋아지면서도 최적화를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 꽤 인상적이다. 최적화 작업에서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은 무엇인가?
답: 최적화는 피파온라인3 프로젝트 시작부터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다. 온라인게임으로 개발하면서 게임의 그래픽 디테일을 낮춰야하는가 하는 고민도 있었다. 하지만 그래픽 디테일은 올라가면 올라갔지 떨어지지 않았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품질향상에 노력할 것이다.

특히, 얼굴 디테일이나 선수들 외형은 최저 사양에서도 떨어지지 않는 품질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PC사양을 무시할 수는 없기에 낮은 그래픽 옵션에서는 후처리 효과를 삭제했다. 중상 옵션에서는 여러 장으로 그려진 텍스쳐가 최하 옵션에서는 몇 장으로 줄어들고, 포그 효과나 암부 표현에도 손을 봤다. 경기장의 잔디 역시 결이 살아있지 않고 평면적으로 그려지도록 제어했다.

질: 피파 시리즈에서 아쉬운 부분은 선수 얼굴은 다양하게 그려지는 데 반해 선수의 체격이 키만 다르고 다들 비슷하게 그려진다는 점이다. 이런 점은 피파온라인3에서 개선됐나?
답: 원거리 뷰에서 선수간의 구분을 위해 피파11에 있는 가장 작게 보이는 폴리곤 모델의수를 늘리기는 했다. 피파11에서 20종이었던 것을 자체 제작도 하고 12, 13에서 가져오기도 하는 식으로 말이다.

사실 체형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았다. 체형을 다양하게 늘릴까 혹은 이미 있는 체형을 수정할까하는 고민을 했는데, 체형이 커지는 것은 단순히 선수가 커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충돌이 일어나는 공간에도 영향을 줘 게임성 전체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스피디한 게임성이 장점인 피파11의 특성을 이런 부분이 자칫 해칠 수 있기 때문에 체형에 대해서는 특별히 수정을 하지 않았다.

질: 인터페이스 구성도 신경썼을 것 같다
답: 개발하는 내내 인터페이스는 계속 수정하고 보완했다. 콘솔 버전이나 여타 스포츠게임에 뒤쳐지지 않고 그들을 능가하는 수준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기존 스포츠 온라인게임들은 정적이고 데이터 위주로 구성되어 딱딱한 UI를 제공하지만 피파온라인3에서는 동적인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기 원했다. 그래서 들어간 것이 '프리롬’ 인터페이스다. 전반적으로 역동성을 강조하기 위해 노력했고 이러한 요소는 선수 강화에서도 카드가 나뉘어지고 합쳐지는 연출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인터페이스는 앞으로도 꾸준히 고쳐나갈 것이다.

질: 게임 중 공지사항이 시야를 가린다는 불만이 있었다. 공지사항은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공지가 화면을 가리는 것은 비공개테스트이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정식서비스 이후에는 공지가 거의 나가지 않을 것이기에 이러한 문제는 덜 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공지가 나가는 일이 발생하는 경우엔 플레이에 지장을 주더라도 공지를 확실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정식서비스 단계에서 나가는 공지사항은 정말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게임 내에서보다는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알 수 있도록 할 것이니 큰 염려는 하지 않으셔도 좋다.

질: 메인 모델로 메시를 내세우고 있는데, 포스터 이미지가 사진이 아니라 모델링이다. 포스터 이미지 개발 중 얽힌 이야기는 없는가?
답: 스포츠게임에는 얽혀있는 라이선스가 많다보니 자연스레 검수에 대한 이슈가 많다. 메시 포스터를 만들 당시 메시 에이전시에서 이에 대한 피드백을 주기도 했다. '메시의 머리카락은 이렇게 길지 않으니 좀 더 짧았으면 좋겠다’. '좀 더 날씬하게 나올 순 없는가?’와 같은 피드백이었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에이전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수정을 했더니 실제 아웃풋도 잘 나온 것 같다. 1인 단독으로 나가는 포스터의 경우는 실제 선수나 에이전트가 관심을 많이 갖는다.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축구선수들과 피드백이 오가는 재미있는 점이다. 실사인지 모델링인지 혼돈이 올 정도의 퀄리티로 계속해서 포스터를 만들겠다.

질: 그래픽 품질이 뛰어난 것은 좋지만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는 것을 보면 '너무 신경쓴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왜 이렇게까지 세밀하게 작업을 하는가?
답: 온라인게임 환경의 한계를 뛰어넘는 그래픽을 보여주고 싶었다. 축구는 좋아하지만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도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이 작품을 만들고 싶었고 그를 위해서는 비주얼적으로 현실과 같은 현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했다. 올드 트래포드나 스탬포드 브릿지에 서 있는 듯한 간접경험을 심어줄 수 있다면 게임으로서도 좋고 스포츠 문화를 즐기는 소통의 수단도 넓혀줄 수 있다고 봤다. 축구를 즐기는 수단의 하나로 게임이 자리잡았으면 좋겠다.

실제로 영국에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다녀오기도 했다. 맨유와 QPR의 경기였는데 솔직히 처음에는 약팀과의 경기라 재미가 있을까하는 의심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합이 시작되자 그 분위기만으로도 벅차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 느꼈던 이런 감정을 게임을 통해서도 전달하고 싶었다. '게이머들에게 현장감을 전달하는 것’, 그게 우리가 가진 책임인 것 같다.

질: 문제는 앞으로도 이 정도의 그래픽 품질을 유지할 자신은 있냐는 것이다? 좋은 그래픽을 마주하는 건 기쁜 일이지만 개발진들이 너무 힘들 것 같다.
답: 우리가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게임을 선보이고 다양한 이들의 피드백을 받을 때다. '진짜 축구를 하는 것 같다’는 말을 들으면 피곤하다가도 기운이 난다. 우리가 좀 더 잘 만들면 더 많은 사람이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온라인게임의 특성상 피드백이 빨리 온다. 이 때문에 모니터링을 항상 하고 그래픽에 반영하기 위해 신경 쓰고 있다..

질: 피파온라인3를 즐기는 이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린다.
답: 우리는 축구게임이라는 매개체를 두고 게이머들과 소통하고 싶다. 더 많은 피드백을 해 주시면 게임이 더 나아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피파온라인3가 단순히 게임을 넘어 게임을 즐기지 않는 이들에게도 스포츠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됐으면 한다. 좀 더 많은 그래픽 스타일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 이러한 점도 앞으로 차근차근 풀어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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