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파온라인 5:5 대전 체험기③, "키보드는 죄가 없습니다"

< 키보드에 익숙한 사람들. 그 이름은 피파온라인3 이용자 혹은 키보드 워리어>

전편에서 키보드로 하니까 어렵다고 일갈한 쟤라두. 얼핏 들으면 피파온라인3가 키보드로 즐기는 데 무리가 있는 작품이 아닌가 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이들 대부분이 키보드로 게임을 즐기는 환경을 고려해 키보드로도 충분히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조작법이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피파온라인2를 즐기던 이들을 배려해 전작과 동일한 조작법도 지원돼 사실상 키보드로 게임을 즐기는 데에는 전혀 무리가 없다. 게임패드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좀 더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키보드보다 편리하다는 것이지 키보드가 불편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키보드에 익숙한 게이머들은 게임패드보다 키보드가 훨씬 편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쟤라두가 키보드로 게임을 하기 어렵다고 한 이유는 하나. 키보드보다 게임패드로 스포츠게임을 즐기는 데 너무 익숙하다기 때문이었다. 키보드로는 축구게임을 제대로 즐겨본 적이 거의 없는 탓에 쟤라두는 게임 내내 곤란을 겪어야 했다.

문제는 쟤라두가 곤란을 겪는 내내 아군 게이머들도 곤란을 겪고 있다는 점이지만 말이다.

엘런시어러: 왜 고통분담을 강요하십니까.
헨리: 님 LOL에서 이러면 리폿 당합니다.
아르센벵가드: 날 일용할양식이랑 비교하지 마라
일용할양식: 내 감독명 진짜 재미없어?

약간의 소동이 있긴 했지만 우리들은 지난 경기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음 경기를 준비했다. 원래 사람은 과거에 매여있어선 안 되는 것이니까.

< 내 새끼 아끼는 마음은 모두 똑같다>

이번에는 팀을 바꿔서 경기를 해 보기로 했다. 골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팀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이 첫번째 이유였고, '왜 자꾸 내 팀으로만 합니까. 우리 애들 다치면 님들이 책임질 수 있습니까?'라고 엘런시어러, 즉 이 글을 쓰고 있는 본인이 바락바락 우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정한 팀은 아르센벵가드의 아스날. 아르센벵가드는 현재 팀 구성원이 좋지 않으니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다른 팀을 골라야 한다고 계속 주장했다. 하지만 막상 게임에 들어가보니 아르센벵가드의 팀 멤버는 전혀 나쁘지 않았다.

최전방에 포돌스키, 왼쪽 윙에는 호비뉴, 미드필더에는 호나우지뉴와 사비, 수비 진영에는 푸욜과 코엔트랑이 자리하고 있어 나름 탄탄한 전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 아르센벵가드의 아스날이었다. 포지션이 조금 이해가 안 가기는 하지만, 이는 아르센벵가드의 나름의 전략이 반영된 결과물이니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선배 기자의 취향은 100% 존중하는 것이 게임동아 편집부의 미풍양속이다.

게임에서 자꾸 만나는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가 아닌 첼시가 우리의 상대. 문제는 공격진이 호화롭기 그지 없다는 것이다. 4-4-2를 내세운 상대의 첼시는 능력치가 80이 넘는 선수를 무려 여섯 명이나 보유하고 있었다.

각 포지션별 오버롤도 모두 우리팀보다 높은 강적을 만나게 된 우리들의 전의는 타올랐다. 그래 쫄 거 없다! 맞불작전으로 당당하게 정면승부를 하자!!

< 죄송합니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정면승부를 하자고 호언장담을 하긴 했지만, 사실 이것도 상대가 정면승부를 할 수 있게 해줘야 가능한 일이다. 맞불작전, 정면승부를 이번 경기의 테마로 내세운 우리들이지만 상대는 우리들의 정면승부를 받아주지 않았다.

시작과 동시에 정면승부를 할 틈도 주지 않고 공격을 퍼붓는 첼시는 마치 자신들의 부모님을 챔피언스 리그에서 탈락시킨 원수라도 만난 것처럼 아스날을 몰아붙였다.

엘런시어러: 으아! 이건 뭐 인권유린 수준으로 몰아세우네;;;

그나마 다행이라면 상대의 공격 대부분이 골문 밖으로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우리는 한숨 돌리고, 정신을 차리고, 전열을 가다듬고 전의를 불태우며 상대의 공격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_-;

그렇다고 우리팀에게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0:0으로 힘겹게 경기를 풀어가던 우리 팀에게도 기회가 왔으니 공격에 치중한 상대방의 수비라인이 올라온 틈에 상대의 후방으로 롱패스가 떨어진 것이다.

기회는 나, 엘런시어러에게 찾아왔던 거 같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주변 사람들이 나한테 욕을 하는 걸로 봐서는 내가 공격을 실패한 모양이었다. 일을 하다 실수할 때도 이런 적 없던 사람들이 나한테 이러는 걸 봐서 이 사람들은 참 축구를 좋아하는 것 같다.

엘런시어러: 영국에서 태어났으면 영국 훌리건 연합카페에서 우수회원 하실 기세네요.
쟤라두: 야 넌 그걸 왜 못 넣어!!!!!!
엘런시어러: 난 되게 잘 했는데 저쪽이 종이 한 장 차이로 더 잘한 거임! 난 엄청 잘 했음! 흥!
일용할양식: 야 지금 내 패스 쩔었지? 그치?

헨리: 아 진짜 그걸 못 넣으면 어떻게해요!
엘런시어러: 너무 뭐라하네! 너 내가 좋아 피온3가 좋아?!!
헨리: 피온3요!!
일용할양식: 야 지금 내 패스 쩔었지?! 그치?!!

일방적이었던 경기 양상과는 달리 경기는 0:0으로 마무리됐다. 우리에게는 운이 따랐고, 반대로 상대에게는 운이 따르지 않았던 경기였다. 우리 팀의 유효 슈팅은 단 1개, 상대는 8개. 경기 결과와는 상관없이 경기 내용은 너무나 형편없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4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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