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파온라인 5:5 대전 체험기⑥, "분량 조절에 실패한 번외편"

(이번 체험기 6편은 5:5 대전 내내 맹활약을 떨친 김형근기자(일용할양식)의 시선으로 작성됐습니다)

피파온라인3의 2차 비공개테스트가 시작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게임동아 편집부는 바빠지기 시작했다. 특히 내 옆에 앉아있는 저 녀석. 특히 평소 스포츠게임을 좋아하는 김한준 기자(앞으로 엘런시어러로 불리게 될)는 좋아하는 스포츠게임이 나온다는 소식에 적잖이 들떠있는 모습이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던 중에 김한준 기자가 최호경 선배와 이런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이번에 편집부 내에서 다섯 명이 편 먹고 게임해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라고. 저 말이 나한테 이런 스트레스를 줄 것이라고는 저때는 생각도 못 했다.

<빵 터지는 감독명이 생각났다>

테스트 첫 날에는 나와 김남규 기자가 외근이 잡혀 있어서 최호경 기자, 김한준 기자, 조영준 기자 셋이서 3:3 대전을 했다. 나와 김남규 기자까지 더해져 5:5 대전을 즐긴 건 테스트 2일차 부터의 이야기다. 사람들이 날 재촉한다. 빨리 팀을 만들고 감독명을 정해서 서로 친구추가를 하자고 말이다. 꽤나 들떠있는 모양이다. 평균 연령 32.25세의 사나이들이 게임에 이렇게 들떠 있다니.

1일차에 김한준 기자는 '엘런시어러', 최호경 기자는 '아르센벵가드', 막내 조영준 기자는 '헨리'로 이미 감독명을 정한 모양이다. 김한준 기자가 "어째 우리는 죄다 이름이 짝퉁이네요"라면서 김남규 기자의 감독명을 '쟤라두'로 정해줬다. 아마 제라드의 짝퉁을 만들고 싶은 모양이다. 그런데 '엘런시어러'는 도대체 누구의 짝퉁인거지? 미국 사람인가?

다들 서로의 감독명을 말하며 낄낄대고 있다. 나도 이들에게 웃음을 줘야 할텐데... 뭐가 좋을까... 잠시 망설이는 동시에 나의 황금빛 개그센스가 번뜩였다! 그래 이거야! 내가 봐도 재미있는 감독명을 어서 멤버들에게 알려야지!

하지만 아무도 웃지 않았다. 웃고 있는 건 나 하나 뿐이다. 이게 무슨 일인가하고 궁금해하고 있는 와중에 사람들이 입을 열었다.

김한준 기자: 재미없어 -_- 이거 노력은 하는데 재능이 없다니까?
조영준 기자: 못 웃기는 것도 이쯤 되면 재능인 것 같습니다


<나는 'FC 게임동아'의 일원이다! 응? 아니야... 신경쓰지마>

뭐가 뭔지도 모르겠는데 5:5 대전이 시작됐다. 싱글 플레이를 통해서 이미 게임의 기본적인 조작법은 익혀놨으니 나도 이들과 함께 당당히 필드를 누빌 자격이 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엄연히 'FC 게임동아'의 멤버다!

최호경 기자: 그런데 우리 팀 이름 뭐야?
조영준 기자: 이름이 뭐 중요한가요. 'FC 게임동아' 이런 거만 아니면 됩니다.
김한준 기자: 설마 그런 뻔한 이름을 정하는 사람이 있겠어? ㅎㅎㅎ

...혼자 속으로만 생각하길 잘 했다.

게임은 진행 중인데 도무지 뭐가 뭔지 모르겠다.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자꾸만 실수를 연발할 뿐이다. 실수를 한 번 했다가는 무슨 꼴을 당할 지 모르니 정신을 바짝 차리고 게임에 임했다. 그러던 중 첫 골이 들어갔다. 그것도 전반 12분만에. 어떻게 들어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좋아하니 같이 기뻐하자.

하지만 잠시 후. 우리는 실점을 하고 말았다. 들떠 있던 멤버들이 일순간 조용해졌다. 나는 실수를 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런 생각이 오히려 나에게 압박을 주는지 실수를 반복했고, 결국 내 실수가 빌미가 되어 추가 실점을 하고 말았다. 3:1 패배.

후반에만 3골을 허용하는 참패를 당한 우리 멤버들은 멘탈이 흔들흔들거리는 상황. 자꾸 한준 기자와 영준이가 '아르센벵가드 라이벌이 나타났다'고 하는데, 최호경 선배(아르센벵가드) 축구게임 잘 한다 그러지 않았나? 에이. 그냥 한준 기자랑 영준이가 선배 기자 놀리는 거겠지.

하여간에 여기서 조금만 더 무리했다가는 모두의 멘탈이 아주 사라져 '멘탈누드' 상황이 찾아올 것 같았다. 모두들 같은 생각을 했는지 오늘 플레이는 여기까지만 하자.

<실수할 틈도 없이 패스를 하니까 욕을 안 먹어!! 짱이다!!!>

몇 차례의 경기를 더 했지만 스포츠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자꾸만 실수를 반복했다. 이럴 순 없다. 모두에게 민폐를 끼칠 순 없다. 각성해야겠다! 으으으~ 흑화한다!

궁지에 몰린 사람은 자기 능력 이상의 일을 해낸다고 했던가. 난 이 난국을 헤쳐나갈 방안을 떠올렸다. 바로 '실수할 틈도 없는 패스'를 하는 것이다. 나에게 공이 굴러오면 바로 옆의 멤버에게 패스를 날렸다. 효과는 좋았다. 경기 양상이 어떻게 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욕을 먹는 일은 없어졌으니까. 아아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아군이 슛을 할 때 몸으로 나를 가로막고 슛을 하고, 내가 드리블 하는 공을 달려와서 다른 멤버가 가로채는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지만, 이런 실수는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설마 일부러 내 공을 빼앗는 건 아니겠지? 후후후.

다행스럽게도 내가 빠르게 패스를 넘겨주자 우리 팀이 패배하는 일도 없어졌다. 내가 변하자 팀도 변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왔다. 이런 기분이라면 홀가분하게 휴가를 내고 올해 초부터 계획한 일본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우르릉 쾅쾅! 내 오른발에서 어시스트가 불을 뿜었다>

6번 연속 무승부 이후, 우리 멤버들의 승리를 향한 갈증은 극에 달했다. 어떻게든 이기기 위해 포메이션도 바꾸고 전술도 바꾸는 한준 기자(엘런시어러), 연습을 해야 한다며 키보드 플레이를 반복하는 김남규 기자(쟤라두)와 조영준 기자(헨리)는 한국의 월드컵 경기를 시청하는 사람들과 같은 표정을 지으며 게임에 집중하고 있었다.

경기가 시작됐다. 내 실수로 상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먼저 골을 먹긴 했지만 곧장 따라붙는 모습을 보니 우리들도 몇 차례의 대전을 통해 성장한 것 같다. 실력도 멘탈도 성장하면서 우리들은 이제 제법 하나의 팀으로 어우러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경기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또 1:1로 시합이 종료되겠군. 남은 시간은 인저리타임 3분 뿐. 에이 아쉽지만 그냥 공이나 돌리고 끝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는 찰나! 실수를 하고 말았다! 숏패스를 한다는게 버튼을 잘 못 눌러서 롱패스를 날리고 말았다.

일용할양식: 악! 미안! 잘못 눌렀다!!!
엘런시어러: 아니 잘 했어!!!!

응? 잘 했다고? 한준 기자 저 놈이 날 이렇게 칭찬할 리가 없는데? 의아해 하는 사이에 내가 찬 공은 전방의 쟤라두에게 연결됐고, 쟤라두가 골을 넣으며 버저비터 역전골이 작렬했다!

이렇게 우리들은 첫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리고 휴가 직전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나는 홀가분하게 일본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됐다. 여행을 다녀오면 피파온라인3 2차 클베도 끝나 있겠지. 5:5 대전의 마지막을 승리로 장식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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