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S MOVE Rises, 스포츠 챔피언2

2010년 겨울 경쟁 기기 Wii에 맞서 야심차게 등장한 PS3용 모션 컨트롤러 플레이스테이션 무브(이하 무브). 등장 당시만 해도 경쟁 목표였던 Wii의 위모콘보다 인식률 우수하고 같은 시기에 등장하여 경쟁한 XBOX360의 키넥트보다 제약 사항이 적어 큰 관심을 모았다. 그리고 2년이 흐른 지금 Wii의 아성은 여전하고 XBOX360이 키넥트로 흥하는 동안 무브는 두둔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쟁에서 밀려 찬 밥 취급 신세다. 그동안 간간히 등장했던 무브용 수작 게임들이 생명연장의 꿈을 주긴 했지만 거기서 끝나버리기 일쑤. 무한한 가능성을 기대하고 무브를 놓지 않았던 게이머들(필자 포함)에겐 너무나 힘든 2년이었다.

스포츠챔피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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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자 시선에서는 이제 막 등장한 주변기기에 너무 큰 기대를 품고 설레발치는 것처럼 보였을 터. 하지만 시작부터 떡잎이 보여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었는데(다만 동시 발매 게임이 다 재미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정확히는 이 게임만 재미있었지) 그 원인이 무브와 동시 발매한 스포츠 챔피언이었다. 스포츠 챔피언 자체는 스포츠 6종류를 담백하게 담아서 특별할 것이 없었다(우리에게 생소한 디스크 골프나 보체가 섞였단 점이나, 검투사의 결투가 탁구, 양궁과 함께 나란히 스포츠 행세한 점 빼면).

스포츠챔피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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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무브를 잡고 휘두르면 게임 속 화면과 실제 게이머의 움직임이 겹쳐 일심동체에 빠진다든가 그 동작들을 인식할 때 적당히 판정을 보정해준다든가 하는 식으로 인식 기술 활용과 게이머 배려 두 마리의 토끼를 전부 잡아내면서 어떻게 하면 무브로 게임에 몰입하는가, 게이머가 무브로 재미를 느끼는 원리를 몸소 보여준 레퍼런스 역할을 해냈다. 그러면서 세심한 조작까지 인식하여 추가 점수를 부여해 파고들 여지를 만들고 게이머의 도전 정신을 자극했기에 체력을 시험 받는 와중에도 쉽사리 멈출 수 없었다. 결국 스포츠 챔피언을 하면서 앞으로 이런 게임만 계속 나와 주면 무브가 전성기를 맞이할 거라고 확신하기에 이르렀는데, 2년 동안 이만한 게임이 안 나오다가 기어코 스포츠 챔피언2가 직접 나선 현실을 마주하니 오만 잡생각이 다 난다. 명작의 귀환을 환영해야지만 실상은 못난 후발 주자들 뒤처리하기에 바쁜 처지라.

스포츠챔피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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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스포츠 챔피언2도 내세우는 문구나 특징 없이 전작과 지향점이 같다. 말이 골프지 부메랑 경기였던 디스크 골프가 진짜 골프로, 교과서에나 보던 구기 종목 보체가 볼링으로(무브 초기에 브런즈윅 프로 볼링이 나오더니 결국 이 게임에서도 볼링이 등장했다), 다른 종목이 다큐멘터리 찍을 때 혼자 판타지 찍던 대전 격투 종목 검투사의 결투가 상식적인 복싱으로 바뀌었으니 담백한 정도만 따지면 2편이 더 할 정도. 여기에 조작법이 전작의 탁구와 판박이인 테니스, 전작에서 가장 호평 받아 무브용 게임 데드먼드의 이상한 모험에서도 써먹고 기어코 후속작까지 자리를 지킨 양궁, 상반신 인식이 중심인 무브에서 온 몸을 다 쓰는 종목이 안 어울린다고 판단했는지 비치발리볼을 빼고 새로 채택한 스키까지 합쳐 총 여섯 가지 종목을 즐길 수 있다.

스포츠챔피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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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긴다고 해봐야 다른 게이머와 점수 경쟁 혹은 대전을 벌이거나 AI와 승리하여 트로피를 따내는 정도이지만 여섯 종목 모두 빠져 들기에는 충분한 퀄리티를 자랑한다. 전작의 장점이던 높은 인식률과 게이머 편의 배려를 통한 재미 창출이 이번에도 여전해 여타 스포츠 즐기듯이 부담 없이 플레이 할 수 있다. 게다가 권투, 양궁, 스키처럼 무브를 양손에 쥐어야 진짜배기를 맛보는 종목들이 늘어나(특히 권투는 한 손 모드를 피하자. 외팔이의 비애을 간접 체험한다) 설사 같이 게임 할 사람이 없더라도 여유분 무브의 활용도까지 높아졌다(이거 칭찬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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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속편의 진화는 게임 본편 바깥에서 더 느끼기 쉽다. 일단 보정 문제. 인식 수준이 매우 올라 전작에서 어깨, 허리, 배꼽 3단 인식을 거쳐야 했던 무브 포인트 보정이 이젠 카메라를 향해 버튼 한 번 누르는 원터치로 바뀌었다. 덕분에 게이머 맘대로 안 움직인다 싶으면 번거롭게 3단 보정을 거쳤던 전작과 달리 언제든지 재보정을 거쳐 게임에 집중하기 쉬워졌다. 워낙 한 번 보정한 데이터로 인식을 잘 해주기 때문에 재보정 횟수 자체가 줄어들기도 했다. 부득이한 개인사정으로 TV가 아닌 24인치 모니터 이하 크기의 스크린으로 스포츠 챔피언2를 해야 하는 게이머에겐 더욱 보정 기술 향상이 피부로 와 닿는데 정상적인 플레이가 거의 불가능했던 전작과 달리 불과 30~50cm 떨어진 간격에서도 게임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상반신만 쓰는 양궁, 복싱, 스키에 한해서지만 툭하면 재보정을 지시하여 플레이하기 어려웠던 전작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스포츠챔피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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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게이머에게 동기 부여를 하려 노력한 흔적도 엿보인다. 전작의 캐릭터 꾸미기가 이미 정해진 플레이 캐릭터에 장비를 바꾸는 정도였던 반면에 스포츠 챔피언2에서는 조작 캐릭터의 커스터마이징을 지원한다(기본 설정의 캐릭터 역시 존재한다). 게임 진행으로 얻는 커스터마이징 파츠들로 캐릭터 꾸미기를 하고, 파티 플레이 메뉴에서 게이머를 구분할 음성과 사진 설정을 할 수 있다. 또한 토너먼트를 조직하도록 해 다인전 환경을 구비하고(심지어 빅토리 부스라 하여 게임 안에서 등장하는 파츠들로 사진 찍는 기능만 따로 때어 놓기도 했다), 종목 별로 통계를 공개하여 그동안의 플레이를 수치화 할 수도 있다. 게임 본편에 비하면 사소한 비중에 불과하지만 이런 것들이라도 챙기다 보면 동기 부여는 생기기 마련이다. 사실상 트로피 획득 말고는 목표가 생길 건수가 없던 전작을 생각하면 체감할 수밖에 없는 변화. 이 정도만 해도 게이머가 해당 스포츠 종목을 즐길 줄만 안다면 체력이 떨어지기 전까지 게임에 실증날 일은 없다. 그만큼 스포츠 챔피언2는 전작 그 이상의 무브 게임으로서 모범을 보여주었다.

스포츠챔피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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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스포츠 챔피언2에 실망이 생기는 이유는 분위기 파악 못 하고 모범만 보여줘서다. 스포츠 챔피언2 급의 무브 게임을 달마다 낼 수 없으면 지금의 상황을 반전시킬 커다란 한 방이라도 필요한데 말이다. 무브가 다 쓰러져가는 마당에 또 모범만 보여줘선 살 길이 열리지 않는다. 좋게 생각하면 같은 제작사에서 이만한 게임을 또 내준 것, 무브 발매 후 2년이 지나도 이런 게임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해야하긴 한데 큰 기대를 품었던 사람 마음이 어찌 그리 쉽게 바뀌랴. 이런 개발사가 딱 11 곳만 더 있어서 한 달에 한 번씩 돌아가며 게임을 내줬으면 무브가 이 지경까지 오진 않았다. 푸념은 여기까지 하고 올해를 보내고 내년을 맞이하며 계속 무브를 잡아보련다. 재작년 스포츠 챔피언, 작년 데드먼드의 이상한 모험, 올해 스포츠 챔피언2이 나왔으니 아무리 앞이 안 보여도 내년 겨울까지 재미있는 무브 게임 하나는 나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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