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의 '제한적 무료화' 선언, 과연 득일까 실일까?

올 한해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유독 눈에 띄는 흐름이 있다. 시장을 주름잡고 있던 대형 MMORPG들이 연이어 무료화 서비스를 선언한 것이다.

이러한 사례의 대표적인 예로는 테라, 아이온, 리니지2, 블레이드&소울 등의 게임들을 꼽을 수 있다. 물론 이들 게임들이 무료화 정책을 선언했다고 해서 이들 게임을 지속적으로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게임들의 무료 서비스는 일정 레벨까지 제한이 걸려 있는 '제한적 무료화'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전 무료화가 아님에도 이들 게임들이 연이어 무료화 서비스를 선언한 것을 두고 게이머들은 적지 않게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나같이 등장과 함께 시장에 엄청난 파급력을 가져오거나 혹은 오랜 기간에 걸쳐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작품들이니 말이다.

테라 파트2
테라 파트2

테라는 '여명의 정원'이라는 무료 서버를 개설하고 이 서버 내에서 58레벨까지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무료 서버에서 육성한 캐릭터는 1회에 한해 자신이 원하는 본서버로 이전시킨 후 결제를 통해 게임을 지속적으로 즐길 수 있다. 실제로 '여명의 정원' 오픈 이후에 테라의 신규 이용자 유입량이 250% 가량 상승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제한적 무료화 서비스가 효력을 발휘한 것이다.

올 한해 가장 '제한적 무료화' 서비스에서 가장 충격적인 행보를 보인 것은 엔씨소프트다. 엔씨소프트는 자사에서 서비스 중인 인기 MMORPG 중 리니지를 제외한 모든 게임에 '제한적 무료화'를 실시해 눈길을 끌었다. 먼저 지난 3월에는 아이온에 45레벨까지 아이온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이벤트를 실시했으며, 9월부터는 '자유의 날개' 서비스를 통해 35레벨까지 아이온을 무료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자유의 날개' 서비스에 앞서 지난 7월에는 블레이드&소울을 15레벨까지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정책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출시한 지 2달 밖에 지나지 않은 상용화 초기의 게임을 제한적이나마 무료로 공개한 것은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었기에 업계의 관심이 블레이드&소울로 몰려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자사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게임인 리니지2에도 1레벨부터 85레벨까지 게임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제한적 무료화' 서비스를 실시했다. 하지만 리니지2의 무료화 선언은 다른 게임들과는 그 궤를 조금은 달리 한다.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레벨 제한이 85레벨로 매우 높으며, 무료로 게임을 즐기는 개인 상점에서는 판매만 할 수 있어서 조금은 제한적이다.

업체들이 자사 게임에 무료화 서비스를 실시하는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는 신규 게이머를 유입해 게임 내의 분위기를 활성화시키기 위함을 꼽을 수 있다.

장수게임들은 하나 같이 게임을 오래 즐겨온 충성도 높은 이용자들이 남아 게임의 진입 장벽에 높아지고, 게임 내 분위기가 고착화 되는 경향을 보인다. MMORPG 속 세상도 현실과 다른 또 하나의 세상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MMORPG 내의 '실버타운화' 현상이 가속되는 셈이다. 무료화 서비스는 과금이 부담스러워 게임을 즐기지 못 했던 이들을 게임으로 유입시켜 게임 내 분위기를 일신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게다가 게임 내 분위기가 활기를 띄게 되면 '더는 할 게 없다'는 이유로 게임을 떠날 결심을 할 게이머들의 이탈을 막게 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또한 바로 앞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먼 미래를 바라보는 업체들이 이런 '제한적 무료화'를 실시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업체 입장에서는 단기적인 수익은 감소할 수 있지만, 무료화 서비스를 통해 게임을 접한 이들이 게임을 본격적으로 즐기게 되면서 발생시키는 수익을 통해 중, 장기적 수익 모델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MMORPG의 이러한 '제한적 무료화' 정책이 무조건 이득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게이머들이 해당 게임이 위력을 잃고 전성기가 지났다는 해석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장수 온라인게임들이 '제한적 무료화'를 실시했을 당시 적지 않은 이들이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인데...", "잘 나갈 때는 이런 체험 이벤트 한 번 안 하더니 이제와 이러는 거 보면 상황이 안 좋은가보다", "아쉬운 사람이 우물을 파는데, 과거엔 게이머들이 아쉬웠다면 이젠 업체가 아쉬운 상황이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한적 무료화 서비스는 업체들에게 새로운 수익 모델을 가져올 수 있는 정책임은 분명하다. 실제로 게임을 오래 즐겨온 이들은 신규 게이머 유입으로 게임 내에 분위기가 활발해졌다며 이를 반기고, 신규 이용자들은 해보고 싶던 게임을 체험할 수 있더 좋다며 제한적 무료화를 반기기도 한다"라며, "하지만 너무 과할 경우에는 자사 게임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홍보하는 사례가 될 수도 있다. 또한 무료 서버에서만 게임을 즐기는 통해 본서버의 접속자가 줄어드는 '팀킬'과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도 유의해야 할 점이다"라고 말했다.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