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비타 진출한 시리즈 최초의 여주인공. 어쌔신크리드3 리버레이션

시리즈 전체 판매량만 3천만장 이상, Ubisoft가 자랑하는 최대 최고의 프랜차이즈, 오픈월드에서 펼쳐지는 장대한 어드벤처와 잠입 액션을 자랑하는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가 이번엔 현세대 휴대용기기 중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PS VITA에 진출했다. 그 이름하야 어쌔신 크리드 3 리버레이션(이하 리버레이션). 같은 날 발매한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의 정식 넘버링 작품이자 데스몬드 연대기의 완결편 어쌔신 크리드 3와 엮이는 외전이다. 터치, 카메라, 자이로스코프 등의 PS비타의 기능을 활용해 어쌔신 크리드 3와 비슷한 시대 배경의 뉴올리언스에서 펼쳐지는 암살단 단원 아블린의 활약상을 담아 이전까지의 시리즈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게임 플레이를 구현했다. PS VITA의 압도적인 기기 성능에 힘입어 지금까지의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은 하이퀄리티 그래픽으로 완성한 뉴올리언스의 북적이는 도시, 광대한 규모의 살아있는 습지 또한 리버레이션의 특징이자 자랑거리.

어쌔신크리드
어쌔신크리드

한편으론 리버레이션에서 새롭게 시도한 시리즈의 변화도 눈여겨 볼만하다. 리버레이션에서 시리즈 최초는 여주인공 하나뿐이 아니다. 설정부터가 역대 주인공들 중 가장 ‘있는 가문’이자 ‘멀쩡한 가문’의 영애라 게임의 흐름이 사뭇 다르다. ‘페르소나’라 부르는 역할 분담 시스템이 새로 등장해 기존의 암살단 역할을 맡은 ‘암살자 페르소나’와 더불어 군중들 사이에서 암약하거나 주위를 호도하여 활동하는 ‘노예 페르소나’, 주인공 아블린의 표면적 신분을 이용해 다른 페르소나와 여타 일반인이라면 엄두내기 힘든 실력행사를 하고 여차하면 대낮의 암살까지 저지르는 ‘숙녀 페르소나’가 대표적인 예. 스토리에 따라 특정 페르소나로만 진행하기도 하며 노출도, 능력, 장단점 대부분의 요소가 분리되어 있어 세 종류의 캐릭터를 다루는 느낌마저 든다. 특히 숙녀 페르소나는 대외적인 신분을 이용해 점포 개설, 무역, 미인계 등 암살단이란 소속이 무색할 만큼 활발한 양지에서의 활동을 보여줘 리버레이션의 변화를 도맡았다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쌔신크리드
어쌔신크리드

물론 어쌔신 크리드의 정체성은 여전하다. 오픈 월드를 프리 러닝으로 해쳐나가며 목표물을 암살해나가는 플레이 자체는 정식 넘버링과 대동소이. 휴대용 기기인 PS VITA로 거치형 기기에서나 할 수 있던 어쌔신 크리드 특유의 플레이 감각을 성공적으로 옮겨 담아 시리즈 팬에게도, 거치형 기기가 없어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 경험이 없는 게이머에게도 만족스러운 성과를 냈다. 수많은 도구를 활용하고 다방면으로 열린 이동 루트를 개척해나가는 암살, 불리한 상황 속에서 언제나 절도 있으면서도 박력 있는 전투 액션, 쉽고 간편한 입력 체계, 게임의 몰입도와 이해도를 올려주면서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완전 동기화 등등 어느 것 하나 리버레이션의 플레이에서 외전이라고 본편보다 모자라기는커녕 전작들의 노하우를 알차게 담아 시리즈에 부끄럽지 않은 재미를 보장한다.

어쌔신크리드
어쌔신크리드

그럼 리버레이션이 동시에 발매한 어쌔신 크리드 3을 뛰어 넘거나 혹은 어깨를 견줄 정도냐. 안타깝게도 그 반대다. 리버레이션은 시리즈의 정체성과 재미를 성공적으로 재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문제를 가져 시리즈의 명성에 모자란 작품으로 남았다. 하나는 전반적으로 부실한 스토리. 현세의 배경이 전혀 나오지 않고 기대를 모았던 어쌔신 크리드 3과의 연동(특전이 있긴 하나 외전임을 감안해도 연관성이 너무 옅다)이 적다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시리즈 전통인 암살단과 성당기사단의 암투, 실제 역사인 7년 전쟁과 프랑스-아메리카 원주민 전쟁 중에 벌어지는 흑인 노예 문제와 개척자와 습지 원주민간의 갈등, 주인공 아블린의 개인사의 기승전결이 뒤죽박죽 꼬여있어 게이머가 플레이만으로 스토리를 이해하기가 어렵다. 다른 게이머들과의 의견교류로 해석해야하는 경지다. 총 9개의 시퀸스 연대가 띄엄띄엄 떨어져있으면서 이것을 이어주는 장치는 부족하지, 이벤트 연출이 너무 부실해 차라리 대사만 보고 상황을 파악하는 게 편하지, 반드시 드러나야 할 설정이 별다른 안내 없이 찾아야 하는 숨겨진 아이템 ‘잔의 일기장’에서만 나타나지, 스토리 풀어나가는 솜씨가 아주 엉망진창이다. 외전은 본편과 떨어져 독자적인 기승전결을 갖추는 작품이지 본편이 자랑하는 대서사시가 무색한, 제멋대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 아니다.

어쌔신크리드
어쌔신크리드

다른 하나는 게임의 안정성이다. 게임 발매 후 1.01 패치가 이뤄질 동안 게이머들이 맞닥뜨린 무한 로딩, 불합리한 미션 실패처리, 밀실 및 끼임 현상, 특정 페르소나에서 이벤트 진행 불가능 등의 버그들이야 이미 명성이 퍼진지 오래. 게다가 패치가 이뤄진 후에도 노출도가 정상 적용이 안 되거나 DNA로 이벤트를 재탕할 때 최초 이벤트와 상황이 달라지는 등의 버그가 남아있다. 버그를 빼더라도 게임의 흐름이 매우 불편하다. 정석 루트 대신 우회 루트를 이용하면 정석 루트에서 설정한 체크 포인트를 지나쳐서 되돌아가게 만들지 않나, 숙녀 페르소나에게 다양한 액션 제한을 걸어놔서 조작 실수나 NPC의 개입으로 물에 빠져버리면 재시작 해버리게 만들지 않나, 게이머들이 만들어 나가는 다양성을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대낮에 행인을 태클로 덮쳐도 안 오르는 숙녀 페르소나의 노출도가 시비 걸던 불한당이 근처에 있던 경비병에 맞아 죽었을 때 왜 오르는가). 그러면서 지금껏 PS VITA를 제대로 활용 못 했던 다른 게임들처럼 리버레이션의 PS VITA 기능 활용은 불편하고 재미없기만 하고 이따금 화면이 느려지기까지 하니 게이머가 느끼는 그 불편함이란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버스 위에서 리듬게임 하기와 엇비슷하다.

어쌔신크리드
어쌔신크리드

결국 게이머는 리버레이션을 하면서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의 저력을 확인한다. 대한민국 콘솔 시장에서 귀하디 귀한 한글화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안타깝기까지 한 스토리와 게이머의 발목을 잡는 여러 문제점들을 내포하면서도 리버레이션이 재미있는 건 전적으로 시리즈의 정체성 덕분이니 말이다. 그러니까 시리즈 본편의 특징과 장점 구현 그 자체가 리버레이션의 어지간한 문제점을 덮어버리고 플레이 명분을 만들어낸단 이야기다. 클래스는 영원하다고 했던가. 게임 전체를 보면 쓴 소리가 절로 튀어 나오는데도 정작 플레이 중엔 불만을 내뱉기에 앞서 버튼 두드리고 터치 스크린 비비기에 바쁘다. 모자란 게임이 위대한 공든 탑의 후광에 힘입어 치부를 감추는 일이 과연 옳은가 생각이 들지만 어떤 결론이 나오던 리버레이션이 재미있단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앱스테르고사의 과거 체험 프로그램과는 다르다.

어쌔신크리드
어쌔신크리드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