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건 자유도, 즐기는 건 공식대로... 이중성 보이는 게이머들

게임이 개발 중이라는 소식, 특히 MMORPG가 개발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 게이머들이 하는 이야기 중에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게임의 '자유도'에 대한 것이다.

게임의 자유도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명확히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대체적으로 게이머들이 요구하는 게임의 자유도는 '내가 게임 속에서 얼마나 다양한 형태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인가'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퀘스트의 종류가 많은 것이 아니라, 퀘스트를 수행하거나 캐릭터를 육성함에 있어 다양한 방향성을 게임이 제시해 주기를 원한다고 할 수 있다.

언젠가부터 게임의 자유도는 게임의 가치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잡았다. 게이머들은 자유도가 높은 게임을 더 높게 평가하고 있으며, 게임 개발사들 역시 자신들이 개발 중인 게임에 높은 자유도를 부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게임의 자유도가 높지 않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아무리 기대를 했던 게임에도 좋지 않은 평가를 내리는 것이 최근 게이머들의 경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 특히 국내 게이머들이 게임을 즐기는 형태는 자유도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소위 말하는 '족보'대로 캐릭터를 육성해서 최강의 캐릭터를 가장 빠르게 얻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이 대다수의 게이머들이 보이는 태도다. 정작 게임에는 자유도를 요구하지만 자신들은 '가장 안전한 길' 혹은 '가장 빠른 길'만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다.

아키에이지
아키에이지

올해 최고의 대작의 꼽히는 아키에이지의 경우 정해진 직업이 없고, 선택한 스킬의 종류에 따라 직업이 나뉘는 구조다. 기존 MMORPG와 달리 정해진 직업에 탈피해 다양한 특성을 가진 캐릭터를 육성하는 재미를 부여하겠다는 개발자의 의도가 담겨 있는 시스템이지만, 이 역시도 효율을 따지는 게이머들로 인해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아키에이지 커뮤니티에서는 최고의 직업이 무엇인지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으며, 고수들이 알려주는 각 직업별 육성트리를 그대로 따라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게임의 특성상 스킬을 변경해 다른 직업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직업을 바꿔가며 플레이하는 재미를 찾는 사람들도 물론 있지만, 직업 분포 현황을 보면 효율좋은 특정 캐릭터로 몰리고 있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MMORPG는 아니지만 현재 최고 인기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리그오브레전드에서도 이 같은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아니, 팀원에 따라 승패가 극명하게 갈리는 게임의 특성상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하다.

자기 깜냥의 아이템 조합을 게시판에 올리는 이에게는 비아냥이 이어지며, 특정 라인에서 남들이 흔히 고르지 않는 챔피언을 추천하면(실제로 게임 내에서 선택한 것이 아님에도) 욕설까지 행하는 이들이 많다.

재미있는 것은 일반적으로 잘 선택되지 않는 캐릭터가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게 되면 그 이전까지 해당 캐릭터, 그 캐릭터를 추천한 이를 비난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해당 캐릭터를 선택하는 모습이 확인된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한국 게임은 천편일률적이다", "자유도가 없다"라고 말이다.

lol
lol

물론 게이머들의 이러한 태도를 마냥 비난할 수는 없다. 게임에서 이기고, 자신의 캐릭터를 강하게 만드는 것은 게임을 즐기는 이들의 목적이자 당위성이다. 가장 효율적으로 자신이 게임을 즐기겠다는 것을 만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이들이 남들과는 다르게 자유롭게 게임을 즐기는 이들에게 비난을 가한다는 것이다.

특정 행위를 반복하는 데 있어 효율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는 캐릭터를 이용하거나, 남들과는 다르게 캐릭터의 특성, 스킬을 찍어서 육성한 캐릭터에게는 가차없는 비판을 퍼붓는다. 아예 게임을 같이 즐기는 것을 거부하는 일도 다반사다.

이러한 이야기에 "팀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이들도 마냥 포용하라는 것이냐"라고 반박하는 게이머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맞는 이야기다. 혼자 마냥 즐겁자고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민폐이며, 초등학교 도덕 시간에 배운 '자유'의 통념과도 맞지 않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는 이들에게 지나칠 정도로 비판을 가하는 이들의 행동에 정당성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신과 같이 게임을 즐기는 이가 말도 안되는 방식으로 게임을 진행한 것이 아니라, 단지 게시판에 '이런 방식으로 해 보는 것은 어때?' 정도의 이야기만 해도 정도가 지나친 비판이 가해지는 것이 게임 관련 커뮤니티, 게임 홈페이지의 게시판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 정도면 정석이 아니면 말도 하지 말라는 식의 윽박지르는 분위기가 게이머들의 의식 저변에 깔린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올 정도다.

모두가 게임을 연구할 필요는 없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자유롭게 게임을 즐기면 되는 일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러한 자기 나름의 연구를 한 '결론'을 제시하는 이들에게도 비판을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온라인 게임에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키우다가 많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는 한 게이머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자신의 캐릭터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 남들이 가는 방식을 따르는 것은 비난 할 수 없다. 자기 입맛대로 게임을 즐기겠다면서, 다른 이들의 정상적인 플레이를 방해하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사람마다 게임을 즐기는 방식은 다른 법인데, 자신들과 다르게 게임을 한다고 해서 이를 비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내 캐릭터가 너희들의 캐릭터에게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러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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