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의 선택]프로야구2K와 야구의신

야구 시즌 개막으로 인해 야구 게임들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엔트리브소프트에서는 MVP베이스볼 온라인을, CJ E&M 넷마블에서는 마구 더 리얼을 앞세워 누가 더 실제에 가까운가를 겨루고 있으며, 프로야구매니저로 시작된 매니지먼트 장르도 온라인, 모바일을 가리지 않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번주 개발자의 선택 코너에서 다룰 게임은 같은 매니지먼트 장르이지만 서로 다른 개성을 뽐내고 있는 넥슨의 프로야구2K와 네오위즈게임즈의 야구의 신이다.

현재 국내 출시된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들은 모두 프로야구매니저의 시스템을 벤치마킹해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전까지 없었던 매니지먼트 장르를 처음으로 도입했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성과를 거두면서 매니지먼트 장르를 시장에 안착시켰기 때문이다. 던전앤파이터의 성공 이후 던전앤파이터의 시스템을 따라한 신작들이 시장에 넘쳐났던 것처럼 성공한 게임의 시스템을 따라하는 것은 너무나도 상식적인 일이다.

프로야구2k 스크린샷
프로야구2k 스크린샷

하지만, 프로야구매니저가 성공을 거뒀다고 해서 결점이 없는 야구 매니지먼트 장르의 완성판이라고 할 수는 없다. 출시 당시에도 아쉬움이 많았던 그래픽이나, 덱을 짜는 것 외에는 개입할 여지가 없는 제한적인 게임 시스템, 흥미롭지 못한 PVP 시스템 등 장점 만큼이나 단점 또한 많은 편이다. 매니지먼트 장르 자체에 익숙하지 못했던 그 당시에는 통했지만, 이미 매니지먼트 장르에 익숙해진 마니아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키기에는 많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프로야구매니저를 넘어서야 하는 신작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들은 당연히 이 부분을 파고들고 있다. 프로야구2K도, 야구의신도 그래픽을 향상시키고, 시뮬레이션의 사실성을 강화시켰으며, 게이머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을 대폭 늘리는 등 프로야구매니저의 단점을 개선한 게임성을 선보이고 있다. 단, PVP에 관해서는 전혀 다른 노선을 취하고 있다. 이것은 두 게임의 태생이 다르기 때문이다.

프로야구2k 스크린샷
프로야구2k 스크린샷

넥슨의 프로야구2K는 야구 게임 마니아들에게 잘 알려진 MLB 2K 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게임이다. MLB 2K 시리즈는 원래 MVP 베이스볼이나 마구 더 리얼 같은 실제 플레이 중심의 야구 게임인 만큼 프로야구2K가 매니지먼트 장르의 게임이라는 사실이 공개됐을 때 화제가 되기도 했다.

프로야구2K는 PVP 시스템은 실제 플레이 중심이었던 원작의 장점을 그대로 가져왔다. 게임 플레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리그는 자동 시뮬레이션으로 진행되지만(횟수 제한이 있긴 하지만 시뮬레이션 도중 게이머가 개입할 수 있긴 하다) PVP는 MLB 2K 시리즈와 동일하게 게이머가 직접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식이다.

야구 매니지먼트 장르의 가장 큰 특징은 게이머에게 선수가 아닌 감독이나 구단주의 역할을 가상체험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직접 선수를 조작한다면 더 나은 성적을 거둘 수도 있겠지만 전적으로 선수의 성적을 예측해서 라인업을 구성하고, 결과를 받아보는 것이 이 장르가 가진 매력이다. 다만, 직접 선수를 조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전략적으로 배치한 선수가 기대만큼의 활약을 한다면 즐거움을 느끼지만, 실망스러운 모습만 보였을 경우 실제 야구의 감독(한화라던가, 한화라던가, 한화라던가)만큼이나 속이 쓰리다.

프로야구2k 스크린샷
프로야구2k 스크린샷

프로야구2K의 PVP는 그런 답답함을 아예 없애버리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게임의 주된 플레이는 라인업을 꾸려서 리그를 진행하는 매니지먼트 장르이지만, 가끔은 직접 선수로 뛰어서 감독에서 느꼈던 답답함을 날려버리라는 얘기다.

반면, 야구의신 PVP는 게이머가 경기에 개입할 수 있긴 하지만, 선수로서의 개입이 아니라 감독의 입장에서 개입을 하는 것이다. 실제 경기에서 수신호로 강공, 번트, 도루, 히트앤런 등의 작전을 지시하는 것처럼 말이다.

야구의신 스크린샷
야구의신 스크린샷

야구의신이 이 같은 방식을 선택한 것은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야구 시뮬레이션 게임인 베이스볼 모굴 엔진을 토대로 만든 게임이기 때문이다. 베이스볼 모굴 시리즈는 15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표적인 야구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실제 야구에 가장 근접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는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원작에서도 매 타석마다 개입을 할 수는 있지만 작전을 지시하는 수준에서 멈추고 있는 만큼 야구의신에서도 개입을 하더라도 감독의 영역을 넘어서는 개입은 할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다. 가장 상세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사실적인 시뮬레이션 게임이라는 특징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야구의신 스크린샷
야구의신 스크린샷

두 게임이 PVP 시스템이 이처럼 차이를 가지게 된 것은 두 게임 모두 유명 원작을 소재로 만든 게임인 만큼 원작의 매력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2K는 실제 플레이 중심의 게임이었던 MLB 2K 시리즈의 게임엔진을 그대로 살렸고, 야구의신은 상세한 데이터 시뮬레이션이 강점인 베이스볼모굴 엔진 특성을 부각시켰다. 비슷한 시스템에 등장하는 선수까지 똑같은 상황에서 이미 널리 알려진 원작의 장점을 활용하지 않는 것은 낭비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매니지먼트 게임들이 대부분 비슷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두 게임의 PVP는 타 게임과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매력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매니지먼트 장르를 즐겨하지만 가끔은 직접 선수로 뛰어보고 싶다면 프로야구2K를 선택하면 되고, 친구들과 대결하는 것은 좋지만 감독의 역할에 충실하고 싶다면 야구의신을 선택하면 된다.

야구의신 스크린샷
야구의신 스크린샷

물론 프로야구2K 열성팬의 입장에서는 야구의신을 바라본다면 리그와 다를 바 없는 PVP를 무슨 재미로 하느냐는 의문을 던질 수 있다. 반대로 야구의신 열성팬 입장에서 프로야구2K를 바라본다면 매니지먼트도 지원하고, 실제 플레이도 지원하지만, 그로 인해 정통 매니지먼트도 아니고 실제 플레이 야구 게임도 아닌 어정쩡한 게임이 되어버렸다는 지적을 할 수 있다. 어느 것이 더 옳았는지는 나중에 매출 결과가 말해줄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둘 다 프로야구매니저를 넘기 위해 자신들이 생각하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자신의 취향에 따라 선택을 하도록 하자. 취향은 존중해주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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