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기상이 폭발한다. 진삼국무쌍7

10년 넘게 장수한 시리즈, 그것도 하나의 장르를 창조한 게임에게 이런 말이 어울리지 않는 건 안다. 실례인 것도 안다. 그러나 진 삼국무쌍 7을 보고 포텐셜 터졌단 말이 안 나올 수가 없다. 시리즈 전체까지는 아니라도 최소한 진 삼국무쌍 6부터 쌓아온 추진력이 폭발했단 사실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그 추진력의 정체는 바로 집대성 및 방향성의 변화다.

진삼국무쌍7 스크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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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진 삼국무쌍 7를 완전 신작이라고 말하기엔 새로운 것이 부족하다. 드디어 무장마다 배정 받은 EX 무기 및 고유 모션은 진 삼국무쌍 6를 시작으로 DLC, 맹장전, 엠파이어에서 조금씩 진행하였기에 실질적인 새 무기와 모션은 신규 참전 무장에 불과하다. 그리고 선풍, 무영각, 경공, 전신 등 무기별 특수 성능이나 천품, 능력 상승 등의 스킬들도 자잘한 밸런스 패치로 인한 차이와 무기에 붙이느냐, 무장에게 붙이냐 등의 형식만 달라졌을 뿐 재활용에 가까운 시스템이다. 정해진 결과를 만들기 위해 상황극이 벌어지는 스토리 모드의 이벤트들은 전작의 최고 장점이자 역대 시리즈의 정점, 물 흐르듯이 펼쳐지는 한 편의 서사영화와 같단 찬사를 받은 연출과 스토리의 시네마틱 일기당천과 지향하는 바가 같은 열화판이고(조작 무장이 늘어나 부득이하게 타협한 부분이겠으나, 정식 후속작이자 신작이 전작보다 못 하다는 점 자체가 눈에 밟히기 마련이다).

진삼국무쌍7 스크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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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진 삼국무쌍 7으로 처음 시작한 게이머나 이전부터 시리즈를 플레이 한 게이머나 칭찬을 쏟아냈다. 해당 진영의 팬이라면 가슴에 불을 지르다 못해 껌뻑 넘어가게 만드는 IF 루트 시나리오, 세 종류로 늘어난 무쌍난무와 각성 시스템으로 더 화끈해진 일기당천 액션, 전작들의 오마주와 신작만의 매력을 고루 담은 사운드 등도 한 몫 했겠지만 역시 2년여 동안 쌓은 요소들을 하나로 눌러 담은 것이 눈에 가장 띈다.

당장 PS3용으로 첫 발매한 진 삼국무쌍 5를 시작으로 끊임없이 게이머들의 아우성을 들은 중복 액션 문제. 진 삼국무쌍 6에서 무기 교체로 모션 중복의 1차적 문제를 해결했고 맹장전, 엠파이어스를 거쳐 개선해나간 끝에 신 무장을 추가하고도 중복 무기가 없는 진 삼국무쌍 7이 탄생했다. 스토리 모드와 더불어 플레이의 주 무대 장성모드는 어떠한가. 맹장전의 레전드 모드의 거리 기능을 확장, 발달시켜 전작 6편에서 불편했던 레벨업과 능력치 상승을 학문소로 해소하고 소지금이나 소재 등으로 자원의 수집과 활용에 중점을 두어 전투 외 콘텐츠를 늘렸다. 시설들의 확장과 운용은 엠파이어스와도 맥이 통한다. 오랜만에 정식 넘버링에서 부활한 프리모드도 그 신호탄은 맹장전부터였다. 이렇듯 2년 세 게임의 역사가 조화를 이루어 하나로 뭉쳤으니 다른 게임이 함부로 견주기 힘든 명작이 된 건 당연한 일이다.

진삼국무쌍7 스크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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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방향성의 변화. 전작은 무장별 모션 고정 탈피란 혁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역량이 스토리모드의 연출에 들어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조작 무장 고정, 시나리오 고정이란 악재를 감수하고 이뤄낸 스테이지 디자인과 이벤트 연출은 감탄만 나왔다. 삼국지 역사를 이미 알고 있음에도 뒤가 궁금해지는 그런 흡입력이 게임 내내 펼쳐지면서 기존에 알고 있는 전개는 아무래도 좋은 그 심경이란 직접 해보고 겪을 가치가 있다.

이렇게 게이머에게 보여주는데 집중하던 스토리 모드가 조작 무장의 다각화, 그에 따른 분기 설정, 나아가 IF 조건과 그에 따른 독자 시나리오로 게이머의 개입 요소를 크게 강화했다(덕분에 변수가 많아져 기대를 모았던 스토리 모드가 상황극으로 전락하여 조승상 굴욕의 스타트, 최종병기 활의 대활약, 서서의 대수난 등 가지고 놀기 좋은 묘사들이 여럿 생겼지만). 전투 양상도 많이 바뀌었다. 전작과 이번 작품 둘 다 같은 무기 교체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으나 전작은 최소 두 가지의 무기에서 최대 35가지의 무기(무기에 장착하는 인장과 무기 종류 교체가 자유로웠다)를 얼마나 상황에 맞춰 유효타를 많이 가지고 공격을 잘 봉쇄하는가가 중요했다. 반면에 이번 작에선 같은 무기라도 어떤 스킬이 붙었는가와 천지인 3속성 중 무엇을 써서 배리어블 카운터, 스톰러시 등 일반 공격에 비해 월등히 유리한 시스템을 추가하여 시스템 응용 비중이 늘었다. 게이머의 소양이 조작 테크닉에서 시스템 이해로 옮겨간 것이다.

진삼국무쌍7 스크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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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방향성 변화가 꼭 좋은 모습으로만 나타나진 않았다. 특히 확률놀음. 진 삼국무쌍 6 맹장전에서 무장의 우호도 상승을 전투 후 확률에 따라 결정하여 불안하게 하더니 기어코 게임의 기둥인 조작 무장, 스킬, 무기 옵션에까지 그 마수가 닿아버렸다. 소거법을 제외하곤 장성 모드에서 바라는 무장을 확보할 방법이 없어 게임을 즐기기보단 장수 확보 및 명성 상승에 매달리는 그 지루함과 고통, 특정 스킬을 올리기 위해 조건에 맞추느라 전투는 뒷전인 주객전도, 어서 적들을 쓸어버리고 전장을 지배하고 싶어 안달 난 마당에 언제 4등급 무기가 판매목록에서 나타나는지, 언제 바라는 옵션으로 무기 강화가 끝날지 몰라 하염없이 상점 앞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이머들의 심정을 제작진들은 정말 몰랐을까?

적은 노력으로 좋은 결과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이머라면 차라리 그 운으로 복권을 사고말지. 가뜩이나 뜬금포 터지는 변수와 운빨로 각박해지는 세상 속에서 한 만큼 나와주는 공평한 세상이라곤 게임 밖에 안 남았는데 이런 식으로 게임이 흘러가면 시간 들여 플레이 할 이유가 사라진다. 아무리 캐릭터 레벨 올리고 연구에 힘써도 무기 강화에서 휴즈 럭키 피니쉬 터진 유폭 유뢰 신속 선풍 개가 개안 Lv,10 무기 하나보다 못 하니 말이다. 파생작인 무쌍 오로치 2의 무기 강화도 노가다 시간과 고통만 따지면 만만치 않았지만 적어도 이쪽은 선택권이 게이머에게 있었고 시간만 들이면 누구나 바라는 결과가 나오는 공평한 시스템이었다. 확률놀음으로 모두가 고통 받게 만든 건 대체 제작진 중 누구인가.

진삼국무쌍7 스크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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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불거진 마무리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PS3용 게임 중 패치 없이 발매만으로 완성을 끝낸 게임이 몇이나 있겠느냐만 이번 진 삼국무쌍 7의 문제점은 도를 넘었다. 호로관 전투와 적벽대전에서 피할 수 없는 화염 효과로 인한 화면 느려짐, 게임 멈추는 1등 공신으로 악명이 자자했던 월영의 진 각성난무, 제대로 옵션 적용이 안 먹히고 때로는 시나리오 모순까지 발생하는 IF 조건, 2인 플레이 중 공중 무쌍난무로 격 무쌍난무를 발동했을 때의 문제, 일부 무기나 무쌍난무에서 대미지 미적용, 적토마 탑승 중 일부 무기 및 아이템 습득 불가, 진 각성난무로 적들을 물리치고 경험치 아이템 회수하느라 돌아다니기 등등 이 지면에서 다 다루기 힘들 만큼 방대한 버그와 문제점들이 발매 직후부터 터졌다.

발매 이후 패치를 거치면서 상당 수 문제는 해결했으나 반대로 말하면 패치로도 문제점을 다 고치지 못 하고 있는 상황. 세상이 좋아져서 발매 후 문제를 패치로 해결하는 시대이지만 여기까지 오면 패치만 믿고 일부러 뒷마무리를 하지 않은 건가 싶을 정도다. 지속적으로 DLC를 공급하고 맹장전, 엠파이어스 등 게임이 질릴 때 쯤 확장판을 내놓는 코에이의 환상적인 완급 조절 덕분에 당장 진 삼국무쌍7으로 정 떨어질 게이머는 많지 않겠으나 언제까지 게이머들의 자비가 남아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직 조용할 때 잘 해야 한다.

진삼국무쌍7 스크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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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지금까지 진 삼국무쌍 시리즈의 행보가 개선일변도라 앞날을 기대할 가치는 있다. 게이머들이 그토록 바랐던 노숙, 악진, 이전 등 유명 1세대 무장들과 진나라의 추가로 다루는 역사가 길어지면서 조명을 받은 관흥, 장포 등의 2세대 무장들의 신규 참전, 베리어블 어택 실용화, IF 분기 도입으로 스토리 모드 개입 증가 모두 게이머들이 절실히 바랐던 것들이고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았는가.

또한 설사 한 번은 실패해도 두 번 실패하지 않는 믿고 사는 퀄리티야말로 게이머들이 진 삼국무쌍 시리즈를 찾는 원동력이다. 늦든 빠르든 게이머들의 바람을 들어주면서 제작진이 쌓아올린 신뢰가 철옹성을 만든 것이다. 일각에선 이번 작품으로 정점을 찍었으니 후속작이 하락세로 이어질까봐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하던 만큼만 해도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시리즈가 어떻게 발전하더라도 진 삼국무쌍 7은 역대 시리즈의 대표 명작으로 화자 될 것이다.

진삼국무쌍7 스크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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