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의 선택] 드래곤플라이트와 에어헌터

카카오 대박 신화를 얘기할 때 애니팡과 더불어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임이 있다. 기존 슈팅 게임의 개념을 확 바꿔버린 화제작 드래곤플라이트다.

드래곤플라이트는 팡 열풍에 빠져 있던 카카오 게임하기에서 비행 슈팅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들고 나와 일 매출 10억을 상회하는 엄청난 성과를 거두며 단숨에 국민 게임의 반열에 올랐다.

애니팡 이후 엄청나게 많은 팡류 게임이 등장했던 것처럼 드래곤플라이트 이후에도 많은 비행 슈팅 게임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번주 개발자의 선택 코너에서 다룰 두 게임은 비행 슈팅 장르에서 서로 다른 게임성을 추구하고 있는 드래곤플라이트와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의 신작 에어헌터 for Kakao다.

두 게임에 대한 비교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드래곤플라이트에 대해 다룰 필요가 있다. 에어헌터는 국민 게임의 칭호를 얻은 드래곤플라이트와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목적 아래 개발됐으며, 드래곤플라이트의 성공으로 인해 비행 슈팅 장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개발된 게임이기 때문이다.

드래곤플라이트 스크린샷
드래곤플라이트 스크린샷

드래곤플라이트의 가장 큰 특징은 별도의 컨트롤러가 없는 스마트폰에서 조작의 불편함이 주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한 비행 슈팅 게임이라는 점이다. 스크린 터치 방식이 일반적인 스마트폰의 한계를 고려해 미사일이 자동으로 발사되게 하고, 게이머가 조작하는 드래곤은 좌우로만 움직일 수 있게 해 누구나 쉽게 조작할 수 있는 형태로 구현했다.

또한, 적이 좌우 움직임없이 직선으로만 내려오며, 미사일로 적을 파괴할 수도 있기 때문에조작을 하고 있는 손가락이 비행기를 가리더라도 별 문제없이 회피할 수 있다. 중간 중간 일반 미사일로는 파괴하기 힘든 강한 적들이 등장하긴 하나 미사일을 업그레이드하면 쉽게 파괴할 수 있게 되며, 파괴할 수 없어 무조건 피해야만 하는 운석도 직선으로만 날아오기 때문에 충분히 피할 수 있다. 게임의 목적이 남들보다 더 많은 스코어를 얻는 것이고, 많은 스코어를 얻기 위해서는 죽지 않고 더 멀리 날아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니, 무리만 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게임을 못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시작하자마자 죽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는다.

눈을 정신없게 만드는 탄막을 즐기는 마니아들 대상으로 발전을 꾀해온 기존 비행 슈팅 장르를 생각하면, 정말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일부 게이머들은 드래곤플라이트에 대해 비행 슈팅 장르를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상 장애물 레이싱 게임이라고 보는게 더 정확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기도 하다.

다만, 조작의 단순화를 추구하다보니 기존 슈팅 게임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다소 약화되어 있는 편이다. 미사일이 전부 일직선으로만 날아오다보니 아슬아슬하게 적들을 피해가는 아크로바틱한 조작의 재미를 느끼기 힘들며, 화면을 뒤덮는 엄청난 탄막을 쏟아내는 강력한 보스전도 없다. 비행슈팅 게임이긴 하지만 사실상 레이싱 게임인 다함께 차차차가 추구하는 재미와 완벽히 일치한다. 괜히 게이머들이 미사일을 쏘는 장애물 레이싱 게임이라고 하는게 아니다.

드래곤플라이트 스크린샷
드래곤플라이트 스크린샷

드래곤플라이트 개발진이 이런 선택을 한 것은 비행 슈팅 장르에 대한 당시의 인식을 깨기 위함이다. 카카오 게임하기가 시작된 직후였던 만큼 카카오 사용자 대부분이 게임 조작에 익숙하지 않았으며, 당시 스마트폰에서는 작은 화면 때문에 손가락이 자신이 조종하는 드래곤을 가려 정밀한 조작이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후발주자인 에어헌터는 드래곤플라이트가 쉬운 조작을 위해 포기한 비행 슈팅의 재미 요소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적들과 미사일이 사방에서 날아오기 때문에 좌우가 아닌 상하로도 바쁘게 움직이면서 피해야 하며, 화면을 뒤덮는 탄막을 쏟아내는 강력한 보스도 등장한다. 위급한 상황을 구제해주는 강력한 회피기인 폭탄도 물론 있다.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비행 슈팅 게임의 특징이 전부 있다고 보면 된다.

에어헌터가 드래곤플라이트와 달리 정통 비행 슈팅 게임의 특성에 근접한 게임성을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다. 그 때 당시에는 힘들었던 것이 이제는 시도해볼만한 상황이 됐다는 얘기다.

에어헌터 스크린샷
에어헌터 스크린샷

그 때 당시에는 빠른 순발력을 필요치 않았던 팡류 퍼즐이 대세였지만, 이제는 다함께 차차차나 윈드러너 등 순발력을 요하는 조작 위주의 게임들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과거에 비해 현재 게이머들의 조작 능력은 상당히 향상된 상황이다.

또한, 스마트폰의 화면 크기도 상당히 커졌다. 드래곤플라이트 때만 해도 4인치 이하의 스마트폰이 주류였지만 이제는 5.5 인치가 대세인 상황이다. 때문에 엄지손가락으로 비행기를 조작하더라도 비행기가 가려지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비율적으로 드래곤플라이트에 비해 비행기의 크기가 작게 설정되어 있다). 드래곤플라이트에서 변화구를 시도하게 만들었던 여러 가지 제약조건이 이제는 아무런 문제가 없게 된 것이다. 물론 에어헌터가 드래곤플라이트 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쉬운 게임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조작 때문에 못하겠다고 때려칠 정도는 아니다(드래곤플라이트 때 나왔다면 100% 실패했을 것이다).

에어헌터 스크린샷
에어헌터 스크린샷

또한, 점수 경쟁 수준에서 멈췄던 드래곤플라이트의 소셜 기능과 달리 함께 하는 즐거움을 더한 편대 비행이라는 새로운 요소를 도입했다. 편대 비행은 3명이서 팀을 이뤄 다른 편대와 스코어 경쟁을 하는 것으로, 오락실에서 2명이 같이 게임을 했던 느낌을 살리고 있다. 과거 오락실에서 라이덴이나 1945 스트라이커즈를 친구와 함께 즐겼던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만한 재미다. 이전만 하더라도 여러명이 동시에 접속해서 같이 게임을 즐기게 만든다는 것은 시간 뿐만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으나 카카오 게임하기가 대중화된 지금의 시점에서는 3명 정도야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됐다.

이렇듯 드래곤플라이트가 비행 슈팅 장르를 대중화시켰다면, 에어헌터는 드래곤플라이트의 성공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유리해진 상황을 적극 활용해 비행슈팅의 본질적인 재미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드래곤플라이트가 닦아놓은 안전한 길을 걸을 수도 있었지만 도전하는 길을 택했다. 한계 상황을 참신한 아이디어로 정면 돌파한 드래곤플라이트 개발진과 주어진 상황을 적극 활용해 비행 슈팅 게임의 완성형에 다가간 에어헌터 개발진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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