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독 몰아가기’ 신의진법-손인춘법, 묘하게 닮았다

분명 다른 법안인데 묘하게 닮은꼴이다.

올해 초 큰 논란이 됐던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 '인터넷게임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안' 일명 ‘손인춘법’과 지난달 게임을 마약과 동일시한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을 발의한 ‘신의진법’의 이야기다.

두 법안의 주요 골자는 게임은 폭력성이나 ‘중독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한 ‘치료 센터’가 필요하다는 것.

다만 손인춘법에서는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내용과 게임사의 매출의 일정 부분을 부담금으로 징수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이번 신의진법에서는 게임을 4대 중독으로 묶어 이에 대한 치료를 필요로 하니 정부 차원의 치료 센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정도의 차이다.

신의진의원 법의안
신의진의원 법의안

쉽게 말해 손인춘법에서는 게임은 청소년 문제를 야기하니 이를 제한하고 게임사는 이에 대한 부담금을 징수하라는 내용이었고, 신의진법은 게임은 중독 지수가 높으니 정부 차원의 센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두 법안은 공통적으로 게임 산업의 주무부처가 아닌 타 부처에서 게임 산업을 통해 위원회를 설치하고 예산을 확보하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에서는 사행성 게임이 아닌 인터넷 게임을 중독유발 물질로 규정해 건전한 게임 문화까지도 마약과 동일시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게임과 폭력의 연관성 문제는 아직 정확한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았는데 술이나 마약과 함께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해야할 4대 중독으로 묶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결국 손인춘법에서는 ‘청소년 문제’을 이유로, 이번 신의진법에서는 ‘게임은 4대 중독’이란 것을 근거로 ‘게임 규제’에 대한 칼날을 보다 강하게 들이댄 것이다. 손인춘법에서 문제가 됐던 ‘청소년’을 대상으로 했던 부분과 게임사 과징금 부분을 삭제하고 게임을 4대 중독으로 확대해석해 이번 신의진법이 등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신의진법에 따르면 게임을 마약, 알코올, 도박의 중독 유발성과 동일시해 같은 수준의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가기관은 매 5년 마다 중독 실태를 조사하고, 이를 기초로 중독 예방. 치료와 방지. 완화 정책의 추진 방안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법안대로라면 게임을 즐겨온 다수의 사용자들은 마약 중독자와 같은 취급을 받는 셈이 된다.

신의진 의원은 입법 취지에 대해 "중독유발 물질 및 행위(알코올, 인터넷게임, 도박, 마약 등)에 신체적. 심리적으로 의존하는 중독자가 333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중독으로 인한 뇌손상, 우울증 등 건강상의 문제를 발생시킬 뿐 아니라 사회전반에 걸쳐 심각한 폐해를 초래하기에 적극적으로 예방, 치료하고, 중독 폐해 발생을 방지, 완화하는 등 적극적인 국가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 법안에서 언근하고 있는 게임의 중독성에 대한 문제는 아직 근거와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무조건적으로 제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잇따른 총기 문제로 전미총기협회가 비디오게임을 문제로 삼자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게임과 총기 폭력 관련성 연구에 1천만 달러의 예산을 지원하도록 한 바 있다. 규제 대상에 포함시킬 것이 아니라 인과관계가 있는지 먼저 철저히 조사해 보자는 접근 방법이다.

한덕현 중앙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난달 24일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양적인 규제는 '우리가 이런 규제를 하고 있으니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며 "게임에 대한 질적인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 남궁훈 대표는 과거 손인춘법에 대해 "청소년 문제를 외면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게임업계도 청소년 게임 과몰입을 원하는 바는 아니다"며 "다만 청소년 게임이용을 막을 원천적인 방법을 제공해주지도 않으면서 무조건 암적인 존재로 취급하는 것이 문제다"고 이야기 했다.

또한 이번 신의진법이 논란이 되자 페이스북을 통해 “게임은 음악, 영화와 같은 문화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적은 비용으로 즐기고 있는 놀이 문화입니다. 그걸로 끝이 아닙니다. 앞으로 세상의 모든 것들에 게임적 과학요소가 증강현실/가상현실이란 이름으로 펼쳐질 것입니다. 음악이 삶 속에 들어와 있듯. 게임이 삶 속에 함께할 미래가 바로 코앞에 와 있습니다.

그 미래를 대한민국에서 이끌 수 있습니다! 우리 게임인들이 이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학부모님들 여러분 학창시절을 한번 되돌아보세요. 귀에 이어폰 꽂고 음악 들으며 공부하던 여러분의 모습을 이해 못 하시던 여러분들의 부모님의 모습과 닮아있지는 않으신지? 음악 못 듣게만 하는 부모님 보다, 이어폰 한쪽 같이 들으며 공감하고 소통하시는 부모님이 더 멋지지 않을까요?"라고 의식의 개편을 요구하기도 했다.

게임업계의 한 전문가는 “게임 규제 법안들의 취지는 이해하나 시장의 공감을 얻지 못한 상태로 막무가내 식으로 진행된다면 실직적인 효과를 얻을 수 없다. 시간을 가지고 근본적인 연구와 접근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 유진룡 장관은 지난 2일 업계 대표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최근 규제 법안에 대해 "국회에서 게임을 마약이나 알코올, 도박과 같은 부류로 취급한 것은 이해 부족이 원인이다. 산업계도 정치인이나 국민이 게임을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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