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가 제국으로, 자객이 영웅으로.. 일본 미화하는 게임이 있다?

"침략의 정의는 확정되어 있지 않다" 얼마 전 일본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공식 석상에서 한말이다. 최근 일본의 잇따른 침략과 과거사를 부정하는 발언으로 인해 한국, 중국을 비롯한 많은 주변국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욱일승천기
욱일승천기

100여명에 달하는 일본 국회의원들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전범들의 위패를 보관해놓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한 것에 이어 '전쟁과 군대 설립을 금지하는' 일본 헌법 96조 개정을 추진하는 등 과거의 역사를 부정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범국으로써 과거사를 적극적으로 반성하는 독일과 매우 상반된 행보다.

더욱이 일본의 침략을 부정하는 내용의 교과서, 독도 분쟁으로 대표되는 영토 분쟁 등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 내 극우파들은 각종 영화, 애니메이션, 미디어 등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통해 자국의 국민들에게 과거 일본의 모습을 미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게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과거 조선을 침공한 일본의 무장들을 미화하는 게임부터 과거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을 마치 자랑스럽게 그려낸 게임까지 그 종류만도 매우 다양하다. 이중 게임들은 국내에서도 소개되어 많은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역사의식을 심어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일본의 전국시대를 다룬 게임들이다. 수많은 무장들이 일본 전역에서 전투를 벌인 전국시대는 일본의 역사에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시대다. 때문에 일본에서 제작된 게임 중 상당수가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제작된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이 전국시대에 등장한 무장들 중 상당수가 임진왜란에 참전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무쌍 사진
전국무쌍 사진

국내 게이머들에게도 유명한 '무쌍 시리즈'를 전국시대에 접목시킨 '전국무쌍' 시리즈가 그 예다. '전국무쌍'에서는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명량해전에서 일본 해군의 총지휘를 맡았던 시마즈 요시히로, 일반 백성들을 잔인하게 살해했다고 기록된 다테 마사무네 등의 무장이 등장한다.

이들은 현대적인 이미지로 각색돼 마치 연예인을 보는 듯 하며, 다양한 이벤트와 게임 속 시나리오를 통해 새로운 캐릭터로 재 탄생한 모습을 선보인다. 게임 속에서 이들 무장들은 역사 속 인물보다는 캐릭터로 포장되어 마치 실제 역사와는 무관한 듯한 이질감을 준다.

때문에 게이머들은 이들을 임진왜란에 참전한 역사 속 인물이기 이전 게임 속 이미지로 미화된 일종의 캐릭터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게임을 게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많지만 이들은 엄연히 임진왜란 당시 전쟁을 일으킨 장수들이며, 이들을 게임 속에서 보는 것 만으로도 불편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풍운 막말전 스크린샷
풍운 막말전 스크린샷

일본의 메이지유신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풍운 막말전'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의 막부 말기를 다룬 이 게임은 캐릭터를 육성하고 막부를 지지하는 좌막파, 막부에 반대하는 도막파 중 하나의 세력을 선택해 다양한 미션을 진행하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하지만 게임 속에서 등장하는 도막파 중에는 을사늑약(을사조약의 본 표현)을 강제로 체결한 이토 히로부미, 조선 정벌론을 주장한 사이고 다카모리, 가쓰라 고고로 등의 인물이 등장하며, 이들은 일본 제국주의의 시작을 알린 인물들이기도 하다. 이들 도막파는 게임 속에서 쓰러져가는 나라를 개혁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바치는 우국지사로 미화된다. 개혁에 성공한 이들이 훗날 조선에 어떤 일을 했는지 생각해보면 입맛이 씁쓸해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과거가 아닌 현대를 다룬 게임 중에서는 미화를 넘어 허구의 스토리를 가진 게임도 있다. 시스템 소프트에서 발매한 '현대대전략' 시리즈가 그것이다. 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으로써 군대를 가질 수 없는 일본이 자위대를 통해 세계 질서를 지킨다는 황당한 내용의 이 게임은 한국과 북한의 2차 한국 전쟁에 일본이 참전해 작전을 펼치는 미션이 있어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더욱이 게임의 시나리오 중에서 한국과 전쟁을 벌여 서울을 점령한다는 미션도 포함돼있어 게이머들 사이에서 이른바 '약먹고 만든 게임'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 게임을 개발한 시스템소프트에서 "전세계 군사 정세를 충실히 재현했다”고 말한 부분인데 어느 나라를 기준으로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해냈는지는 아직도 의문으로 남아있다.

앨리스소프트에서 개발한 '대제국'은 이런 황당무개한 스토리에 정점을 찍은 게임이다. 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2차 세계대전의 참전국이 실명으로 등장하는 '대제국'은 일본 군국주의를 너무도 어이없는 방식으로 미화시켰다. 바로 히틀러, 스탈린, 처칠 등 역사 속 인물들을 모두 여성 캐릭터로 등장시킨 것이다.

대제국 스크린샷
대제국 스크린샷

특히, 일본이 다른 강대국과 맞서기 위해 어떨 수 없이 전쟁을 일으키는 것으로 등장하며, '단 한번도 침략을 한적이 없는 일본'이라는 식의 문구를 게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식민지의 사람들을 일본인과 같은 대우를 해주며 일본인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일제강점기 시기 조선 총독부에서 강조한 '내선일체' 운동이 게임속에 버젓히 등장하기도 한다.

역사 속 인물을 여성 캐릭터로 등장시킨 점이나, 독일 특히 나치를 미화하는 모습의 '대제국'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수많은 게이머들에게 비난을 받았으며, 이에 엘리스소프트는 자사의 홈페이지에 일본IP를 제외한 전세계 IP를 모두 차단하는 방식을 선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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