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의 선택] 사천성과 스도쿠

스마트폰 게임 시장이 일명 카카오 시대에 접어들면서 게임을 하지 않았던 사람들까지 끌어올 수 있는 대중적인 소재를 찾으려는 노력이 많아지고 있다.

대중적인 소재라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고, 또 그 만큼 여러번 게임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만들기 쉬울 것 같으면서도 개발자들에게는 더 큰 고민을 안겨주기 마련이다. 아예 처음 만들어지는 것이라면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해도 되지만, 대중적인 소재는 사람들이 알고 있는 상식과 게임이 가져야 할 독창성 사이에서 미묘한 줄타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스포츠나 퍼즐 등 캐릭터나 세계관을 바꾸는 등의 변화구를 사용할 수 없는 장르의 경우에는 이것이 더욱 고민스럽다.

이번 주 개발자의 선택 코너는 이전과 달리 두 개의 특정 게임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사천성과 스도쿠라는 잘 알려진 소재를 두고 많은 고민을 했을 개발자들의 흔적이 담긴 게임들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특정 게임을 두 개만 다루기에는 종류가 너무 많다.

애니팡 사천성 스크린샷
애니팡 사천성 스크린샷

현재 카카오 게임하기에도 많은 수의 게임이 출시되어 있는 사천성은 한 화면에 여러 개의 블록이 쌓여 있고, 이 중에서 같은 모양의 블록을 연결선이 두 번 이내로 꺾이게 연결해서 모두 없애면 끝나는 게임을 말한다. 예전에 나왔던 사천성 게임들은 일본과 중국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마작패를 블록으로 등장시켰기 때문에 사행성 게임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룰 자체만 봤을 때는 상당히 완성도가 높은 퍼즐이다.

이 사천성을 소재로 한 게임 중에 애니팡 사천성 for Kakao과 말랑말랑 사천성 for Kakao를 살펴보면 같은 사천성 룰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확연히 다른 겉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애니팡 사천성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애니팡을 만든 선데이토즈가 내놓은 사천성 게임이다. 애니팡 브랜드를 활용한 차기작 같은 개념이기 때문에 애니팡 시스템을 많이 계승하는 게임이 될 것 같았지만 실제 게임을 살펴보면 겉모습은 일반적인 사천성 게임이다.

물론, 블록이 마작 패가 아닌 애니팡 동물 캐릭터로 바뀌고, 애니팡에서 등장했던 특수 아이템, 피버 모드 등이 추가되어 있기 때문에 플레이 하면 할수록 애니팡의 느낌이 살아나긴 하지만, 넓은 스테이지에 다양한 모양으로 배치되어 있는 블록을 없애는 기본 모양새가 같기 때문이다.

말랑말랑 사천성 스크린샷
말랑말랑 사천성 스크린샷

반면, 유엔젤에서 출시한 말랑말랑 사천성은 겉모습만 봐서는 애니팡이나 캔디팡 같은 팡류 게임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색깔만 다를 뿐 블록 모양이 특이한 것도 아니고, 블록 배치 방식으로 스테이지의 개성을 추구했던 기존 사천성 게임과 달리 정해진 공간을 사각형 형태로 채우고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또한 인터페이스가 거의 유사하기 때문에 무슨 게임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본다면 사천성 게임이라는 것을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겉모습은 그렇지만 게임의 규칙은 사천성의 원칙을 정확히 지키고 있다. 연결선이 두 번 이내로 꺾이게 연결하면 블록이 사라지는 방식이며, 같은 모양의 블록을 클릭하면 연결선이 나와 이 게임이 사천성 게임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같은 사천성을 소재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게임이 전혀 다른 형태로 만들어진 것은 애니팡에 대한 두 회사의 입장차이 때문이다. 선데이토즈는 애니팡과 애니팡 사천성이 공존하길 원하기 때문에 애니팡 브랜드는 이어가되 애니팡과는 전혀 다른 재미를 줄 수 있는 정통 사천성을 만든 것이고, 반대로 유엔젤은 애니팡에 익숙한 사람들을 빼앗아 오기 위해 애니팡 느낌이 나는 사천성 게임을 만든 것이다.

이제 스도쿠로 넘어가보자. 스도쿠 게임은 18세기의 스위스 수학자 레온하르트 오일러가 고안한 마방진 게임에서 유래된 것으로(두산백과 사전에 의하면...), 가로, 세로 9칸씩 모두 81칸으로 이뤄진 공간에 숫자를 겹치지 않게 한번씩만 기입해서 모든 칸을 채우는 숫자 퍼즐 게임이다.

일반적으로 듬성 듬성 숫자가 배치되어 있고, 빈 공간을 이미 기입된 숫자를 통해 유추해서 채워나가는 방식이라, 숫자의 배치만 바꿔줘도 새로운 게임이 된다. 또한 맵 크기를 늘릴 때마다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콘텐츠 고갈을 염려할 필요가 없는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퍼즐이다.

기존의 스도쿠 게임의 경우에는 배치된 숫자가 달라질 때마다 전혀 다른 스테이지가 되는 스도쿠의 특성을 활용해 엄청나게 많은 스테이지를 게이머가 느긋하게 한단계, 한단계 풀어가는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난이도를 올리는 것도 그냥 맵의 크기를 키우는 게 끝이다. 숫자가 배치된 형태는 게임마다 다르지만 게이머가 즐기는 과정은 거의 모든 게임이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매일매일 스도쿠 스크린샷
매일매일 스도쿠 스크린샷

그런데, 최근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에서 출시한 매일매일 스도쿠는 정통 스도쿠 게임 입장에서는 반란이라고 할 만한 변화를 꾀했다. 바로 시간 제한의 도입이다.

일반적으로 스도쿠는 굉장히 어려운 숫자 배치를 이것저것 실험해보면서 풀어가는 상당히 느긋한 게임이다. 하지만 매일매일 스도쿠는 사용되는 숫자를 줄이는 것으로 퍼즐의 난이도를 낮추는 대신 시간 제한을 도입하면서 순발력까지 필요한 스도쿠 게임으로 변신했다.

비어있는 숫자를 유추해서 채우는 스도쿠의 기본 원칙은 똑같지만 사용되는 숫자가 적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한 스도쿠 게임이 됐다(기존 스도쿠 게임처럼 시간제한 없이 어려운 플레이를 즐긴다면 박사 모드를 플레이하면 된다).

매일매일 스도쿠 개발진들이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은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어야 한다는 카카오의 특성에 어울리는 스도쿠 게임을 만들기 위함이다. 퍼즐 중에서도 최상위급 난이도를 자랑하는 스도쿠는 마니아들만 즐기는 게임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이를 바꿔보고자 한 것. 난이도를 낮추는 것은 단순히 사용되는 숫자를 줄이면 해결되는 것이지만 그렇게 하면 너무 게임이 밋밋해지므로, 제한 시간과 점수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카카오 특유의 경쟁의 재미까지 만족시켰다.

물론, 현재까지 매일매일 스도쿠가 기록한 성적을 봤을 때는 이런 개발진의 의도가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결과론적인 얘기이긴 하지만 숫자를 줄인 것 때문에 초반부가 너무 단순해지면서 기존 스도쿠 마니아들에게 유치한 게임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생각된다. 또한 이 게임의 주된 타겟인 일반인들은 스도쿠는 어려운 게임이라는 선입견의 단계를 넘어서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스도쿠가 즐기는 사람만 즐기는 상당히 마니악한 장르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다.

캐주얼한 스도쿠 게임이라는 목표만을 생각한다면 완성도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스도쿠를 애니팡처럼 대중적인 게임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만들어진 게임이고, 현재는 이것을 달성하지 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향후 업데이트에 따라서는 달라질 수도 있지만).

다만, 수십년 동안 아무런 변화가 없을 만큼 이미 완성되어 있는 게임에 변화를 주려한 개발진의 도전정신은 칭찬할 만 하다. 지금이야 의도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하더라도 게임은 이런 이들의 노력으로 인해 계속해서 발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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