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민의 게임 히스토리] 세계 최초의 게임쇼는?

흔히 세계 3대 게임쇼라 일컫는 미국에서 열리는 'E3', 일본에서 열리는 '도쿄게임쇼', 독일에서 열리는 '게임스컴' 중 첫 번째 행사인 'E3'의 개막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E3'는 1990년대 초반 미국 라스베가스 열리던 유명 전자제품 박람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게임의 비중이 점점 커지자 1995년에 Electronic Entertainment Expo라는 이름으로 분리된 행사다.

각 단어의 앞 글자만 따서 흔히 'E3'로 알려진 이 행사에서는 그 동안 굵직굵직한 게임타이틀이 세계 최초로 공개 되거나 주요 가정용 비디오게임기가 최초 발표 되는 등 게임계에서 역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일들이 많이 일어 났으며, 지금도 전세계 게이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런데, 20여 년 가까이 전세계 게이머들과 함께 해온 'E3'보다 앞서 게임을 전문적으로 다루던 쇼가 있었으니 그 주인공은 바로 세계 최초의 게임쇼인 'ECTS'(European Computer Trade Show)다.

ects 행사장 입구와 행사 사진
ects 행사장 입구와 행사 사진

'ECTS'는 1988년 처음 개최돼 2004년까지 17년 동안 매년 영국 런던에서 개최되던 게임쇼로 런던의 비즈니스 디자인 센터와 올림피아에서 주로 개최됐다. 이행사는 초창기에 일반 컴퓨터 관련 전시회로 출발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후 게임업체들의 참가가 대폭 늘어나면서 게임에 특화된 유럽 최대의 전시회로 발전했다.

특히, 'ECTS'는 일반 소비자가 아닌 실질적인 게임유통 시장이 형성되는 트레이드 쇼를 표방 했기에 업계의 관계자나 기자들만으로 출입이 제한됐음에도 자격을 위조해 많은 관람객이 현장을 찾는 등 높은 인기를 누렸다.

'ECTS'는 주로 8월에서 9월 사이에 개최 됐으며 초창기인 1992년 까지는 4월에 개최되기도 했다. 또한, 1992년부터 1996년까지는 일년에 두 차례씩 개최 됐으며, 2001년부터 2004년까지는 유럽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인 'GDCE'(Game Developer Conference Europe)가 함께 열렸다.

'ECTS'가 세계 최초의 게임쇼라는 점에서 한가지 재미 있는 사실은 세계 최초의 근대적인 산업 박람회인 '만국 산업 제품 대박람회'(The Great Exhibition of the Works of Industry of all Nations 또는 The Great Exhibition)를 개최한 영국에서 열렸다는 점이다.

'ECTS'는 2005년 주최인 영국의 미디어 그룹 CMP 미디어가 더 이상 전시회를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하기 전까지 'E3', '도쿄게임쇼'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3개 게임쇼로 불려온 만큼 그 규모가 거대했으며 주요 게임업체의 유럽 시장 전략이 이 전시회를 통해서 발표됐다.

특히 블리자드의 수석개발자였던 빌 로퍼는 전세계적으로 대히트를 기록한 롤플레잉 온라인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개발 소식을 'ECTS 2001'에서 알리며 게이머들을 흥분케 했다.

한국의 업체들 역시 행사에 꾸준히 참석하며 세계화 행보에 나섰으며, 'ECTS 2001'의 경우 대형 부스 20개 중 5개는 한국의 업체가 장식하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ects 실내 행사자 사진과 어워즈
사진
ects 실내 행사자 사진과 어워즈 사진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개방형 게임쇼를 표방하는 전 세계의 게임쇼들에 밀려 조금씩 비중이 축소되다가 2004년을 끝으로 행사는 막을 내렸으며, 주최 측이었던 CMP미디어는 전시회 대신 개발자들의 컨퍼런스인 GDC를 지속적으로 개최해오며 게임 관련 행사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지스타'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게임쇼는 언제 처음 시작 됐을까? 게임 산업이 국내 전시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한국 전자전(SEK)을 시작으로 들 수 있겠지만 전자게임에 특화된 전시회라면 '어뮤즈먼트 월드'를 그 첫 번째로 꼽을 수 있겠다.

'어뮤즈먼트 월드'는 처음 1995년 12월 16일부터 19일까지 4일간 코엑스에서 개최됐으며 한국영상오락물 제작자 협회의 주최 아래 진행됐다. 이 행사는 1995년부터 1999년 까지 5년간 한국 게이머들의 축제의 장이 됐으며 이후 '대한민국게임대전'(KAMEX)에 자리를 넘겨줬다.

'대한민국게임대전'은 지금의 '지스타'에 더 가까운 모습을 보이는 전시회로 지난 2000년 처음 개최돼 온라인게임, 아케이드게임, 비디오게임, PC게임, 무선인터넷 게임 등 모든 분야를 총망라한 종합 게임 전시회로 5년간 매해 개최되며 2005년 '지스타'로 통합됐다.

현재, 중국의 '차이나조이', 브라질의 '브라질게임쇼', 프랑스의 '밀리아게임쇼' 처럼 세계 게임 강국이라 불리는 나라에는 각 나라를 대표하는 게임쇼가 존재 한다. 이 같은 게임쇼들은 단순히 게임을 시연하고 즐기는 축제의 장을 뛰어넘어 그 나라의 게임 산업을 대변하는 지표와도 같은 모습을 보인다. 미약하게 시작했던 중국의 '차이나조이'가 세계 3대 게임쇼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발전한 것처럼 말이다.

세계 최초라는 명함은 바꿀 수 없지만 세계 최대라는 명함은 언제든지 도전할 수 있기에 우리도 쇼를 관람하는 한 명부터 게임 산업을 대표한다는 마음가짐을 갖는다면 세계 최대의 게임쇼라는 명함을 가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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