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모바일게임 시장 집중, 한국 게임시장 고립화 불러온다

동태평양에는 19개의 화산섬으로 이루어진 제도가 있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서 독자적으로 진화한 독특한 동물들이 많이 나타났다. 하지만 육지와의 교류가 생겨난 이후에 외부종이 유입되면서 그 섬의 고유종들이 위기를 겪게 됐다. ‘살아있는 자연사 박물관’이라 불리는 갈라파고스 제도의 이야기다.

일본의 게임업계가 갈라파고스 현상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이어지고 있다. 본디 갈라파고스 현상은 내수시장에 만족해 국제표준에 큰 신경을 쓰지 않고 독자규격을 고집하던 일본의 통신산업의 고립화 현상을 빗댄 말이다. 하지만 일본 게임업계 역시 세계 시장의 시류와는 별개로 내수만을 고려한 게임개발에 치중하고 세계시장 경쟁력이 떨어지자 일본 게임업계에도 이러한 불명예스러운 수식어가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구글 플레이 최고매출 순위
구글 플레이 최고매출 순위

일본 게임시장의 갈라파고스 현상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제기되던 시기의 일본 게임시장에서는 대부분 게임성보다는 캐릭터성에 치중한 게임이 많이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자국민들만 이해할 수 있는 세계관 혹은 감수성의 게임을 찾아보기 쉬웠다.

이러한 게임들이 나쁜 게임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기술력보다는 이미 한 번 사용된 아이디어를 조금씩 변형해 출시되는 게임들이 시장 발전을 이끌리는 만무했다. 록맨, 귀무자, 데드라이징 등을 개발한 캡콤 출신의 유명 개발자인 이나후네 케이지는 이러한 일본 시장의 행태를 빗대어 일본 게임 시장의 미래를 크게 우려하기도 했다.

이렇게 일본 게임시장에서 나타났던 갈라파고스 현상의 징후가 국내 게임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지적이 제기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긴 하지만 게임시장에서 모바일게임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이러한 우려를 하는 이들의 목소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모바일게임 시장이 전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도 온라인게임 시장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다. 하이엔드급 온라인게임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세계 시장의 나름의 영향력을 선사한 국산 온라인게임과는 달리, 모바일게임 시장은 갈수록 ‘로우엔드’ 성향을 띄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는 모바일게임의 퀄리티가 휴대용게임기의 게임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하지만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물론 과거의 모바일게임에 비해서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PSP, PS비타, 3DS 등의 휴대용 게임기와의 품질 차이는 좀처럼 줄어들고 있지 않다. 국산 온라인게임이 해외 시장에 진출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이야기는 많지만, 국산 모바일게임이 해외 시장에 진출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려오지 않는다.

애니팡
애니팡

근래 모바일게임 시장에 출시되는 게임들 중 성공을 거둔 게임 중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애니팡의 성공 이후 소위 ‘팡류’ 게임이 줄을 잇더니, 윈드러너의 성공 이후에는 런닝 게임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당초 애니팡이나 윈드러너의 게임 방식 역시 매치3(Match 3, 같은 형태의 아이콘 3개를 줄지어 연결시키며 게임을 진행하는 방식) 스타일의 퍼즐게임이나 스타일리쉬 스프린트에서 이미 알려진 게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미 시작부터 한 번 성공한 장르에 나름의 흥행공식을 더한 게임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주를 이루고 있다는 말도 나올 법하다.

문제는 특정 게임이 인기를 얻게 되면, 수익을 내기 위해 다수의 게임사들이 대동소이한 게임을 줄지어 출시한다는 점에 있다. 비슷비슷한 걸그룹이 너무 많아 음악시장의 다양성을 저해하고 이로 인해 음악시장 성장에 방해가 된다는 지적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셈이다.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성장이 질적 성장을 기반으로 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수치적인 양적 성장을 기반으로 한 것인지는 고민할 시기이다. 잘 팔린다는 이유로 아이돌 음악이 범람하고 후크송이 범람하던 시기에 ‘들을 노래가 없다’는 말은 게임기획자, 개발자들, 게임사 임직원들도 많이 했을 것이다. 이러한 과오를 자신들도 하고 있지 않은지를 돌아봐야 할 때다.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