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민의 게임 히스토리]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최초의 영화는?

게임이 영화가 되고 영화가 게임이 되는 것이 흔한 시대가 됐다. 실제로 ‘레지던트이블’ 시리즈나 ‘툼레이더’ 시리즈는 각각 밀라요보비치, 안젤리나 졸리 등의 배우를 앞세워 짭짤한 수익을 올리기도 했으며, PC용 게임으로 유명했던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는 2억 달러라는 거대한 제작비가 투입돼 전세계 흥행 수입 3억 6천만 달러 이상을 거두며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중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이처럼 비디오 게임을 원작으로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 외에도 영화가 게임이 되는 모습은 최근 개봉작을 통해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이언맨3’, ‘월드워Z’ 등의 작품은 영화의 개봉과 함께 모바일 게임을 출시하며 원소스멀티유즈(OSMU)의 사례를 보여주었으며 게임 시장에서도 나름의 흥행을 거두고 있는 모습이다.

아직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지난 2010년 ‘미르의전설2’가 영화로 제작될 것이라고 알려진 이후에는 큰 소식이 없는 상황이지만 해외에서는 꾸준히 게임과 관련된 영화가 등장하고 있다.

슈퍼마리오 영화 포스터
슈퍼마리오 영화 포스터

그렇다면 세계 최초로 비디오게임을 원작으로 삼아 제작된 영화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전문가는 1993년 개봉한 ‘슈퍼마리오’를 꼽는다.

당시 영화 ‘슈퍼마리오’는 전세계의 팬들로부터 상당히 많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쥬라기공원’, 디즈니의 대작 애니메이션 ‘알라딘’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팬들의 기대를 받았으니 그 기대가 얼마나 컸을지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영화 ‘슈퍼마리오’에는 당시로써는 적지 않은 금액인 4천800만 달러(한화 약 545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 됐으며 주인공인 마리오 역을 ‘누가 로저래빗을 모함했나’에서 만화영화 캐릭터들과 환상의 호흡을 보여준 밥 호스킨스가 연기해 그 기대치를 더욱 높였다. 또한, 살짝 공개된 예고편에서 게임의 속도감과 액션을 그 이상으로 표현해내 세간의 기대치는 높아만 갔다.

슈퍼마리오 영화의 한
장면
슈퍼마리오 영화의 한 장면

그러나 문제는 영화 ‘슈퍼마리오’가 원작 게임의 제목인 ‘슈퍼마리오’와 마리오, 루이지, 쿠파 등 등장인물의 이름, 배관공인 마리오와 루이지의 직업을 제외하면 원작과의 연관성이 매우 떨어졌다는 점이다.

악역인 쿠파는 머리만 뾰족한 모습으로 표현됐으며 원작 게임에서 귀여운 버섯 캐릭터인 굼바는 머리가 작아 멍청한 공룡캐릭터로 표현됐을 만큼 캐릭터의 왜곡이 상당히 심했다. 또한 쌍둥이 캐릭터 설정인 마리오와 루이지는 거의 아버지와 아들의 이미지처럼 그려졌고 마리오에 가려져 2인자 역할을 맡아온 루이지가 사실상 주인공으로 내세워졌다. 여기에 세계관까지 스팀펑크로 재구성 돼 원작과의 거리는 더욱 벌어졌다.

슈퍼마리오 영화의 한
장면
슈퍼마리오 영화의 한 장면

실제로 영화는 개봉 이후 제작비의 절반에 그치는 2,000만 달러의 흥행 수입을 기록하고 세간의 혹평 속에 막을 내리게 된다. 당시에 ‘슈퍼마리오’가 이만큼 흥행에서 참패 할 것이라 예상한 이가 크게 없었지만 영화를 제작하던 중 주인공 역할을 맡은 밥 호스킨스의 아들이 자신의 닌텐도 게임기로 ‘슈퍼마리오’게임을 보여주기 전까지 ‘슈퍼마리오’ 영화가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것을 몰랐다고 하니 어쩌면 흥행 참패는 예고됐던 일일지도 모르겠다.

‘슈퍼마리오’는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외에도 게임을 소재로 하는 영화화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슈퍼마리오3’를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인 ‘마법사’(한국명 ‘전자오락의 마법사’)는 1989년 작품으로 유명한 외화 시리즈인 ‘케빈은 12살’의 프레드 새비지가 주연을 맡았다.

영화 마법사 포스터
영화 마법사 포스터

영화 ‘마법사’에서는 ‘슈퍼마리오3’외에도 ‘닌자 거북이’, ‘혼두라’, ‘닌자 가이덴’ 등의 패미컴 게임들이 다수 등장했으며, 이들 게임을 주제로하는 게임 대회에서 우승을 하기 위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으며 영화의 마지막에는 당시에 미공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었던 ‘슈퍼마리오3’가 등장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한편, 게임과 영화의 관계를 이야기할 때 빠지면 섭섭한 인물이 있다. 손대는 게임 원작 영화마다 혹평을 받는 우베 볼이다. 우베 볼은 ‘파크라이’, ‘던전시즈’를 영화화한 ‘왕의 이름으로’, ‘포스탈’, ‘얼론 인 더 다크’ 등 한 손에 꼽을 수 없는 다수의 유명 게임을 영화로 제작 했지만 크게 성공한 작품을 찾아볼 수가 없다.

후에 우베 볼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영화 제작을 맡고 싶다고 하자 블리자드에서 손사래 친일은 이미 유명한 일화다.

앞의 사례처럼 게임은 게임 자체를 뛰어넘어 이제는 다른 문화에 까지 큰 영향을 미치는 매체로 자리 잡았다.

최근 우리나라의 게임, 음악 등 문화 등이 해외에서 좋은 평을 받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를 하루라도 빨리 극장에서 만나고 싶은 것은 기자만의 바람일까. 누군가 한 번쯤 그런 좋은 ‘사건’을 일으켜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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