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소울 새크리파이스

이나후네 케이지는 게임 역사에 자신의 족적을 뚜렷하게 남긴 게임 개발자 중 한 명이다. 록맨 시리즈, 데드라이징 시리즈, 귀무자 시리즈 등 다양한 게임을 개발하며 자신의 색채를 뚜렷하게 남긴 개발자인 그가 PS비타로 신작게임을 선보였다. 어두운 세계관에서 대형 몬스터와 벌이는 사투가 인상적인 액션게임 소울 새크리파이스가 그 주인공이다.

다양한 수집요소와 독특한 세계관, 액션게임의 중요 구성요소라 할 수 있는 타격감과 그런 타격감을 극대화시키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까지. 즐길거리가 많지 않다는 불평불만이 많던 PS비타 진영에 소울 새크리파이스는 가뭄의 단비 같은 게임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더군다나 3월에 출시됐던 게임이 지난 6월에 자막 한글화를 거쳐 다시 출시되면서 게이머들에게 꾸준하게 사랑 받고 있기도 하다. 이래저래 PS비타(이하 비타)의 젖줄과도 같은 역할을 확실히 하고 있는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개인적으로 이나후네 케이지를 무척이나 좋아해. 지금까지 해 온 게임 중에 가장 좋아하는 게임 하나를 꼽으라고 하면 록맨을 꼽을 정도니까. 내 입장에서야 ‘록맨을 즐길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해주고 싶은 사람이야.
김형근 기자(이하 달래는 놈): 너 소울 새크리파이스 나오기 전부터 엄청나게 기대했잖아. 이나후네 신작이라고.

소울새크리파이스
소울새크리파이스

까는 놈: 응. 일본어 실력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보니, 한글화가 출시된 이후부터 열심히 즐기고 있단다. 온라인게임을 제외하면 올해 즐긴 게임 중에 플레이 타임이 가장 긴 게임이 아닐까 싶어.
조영준 기자(이하 모르는 놈): 역시 ‘빠심’으로 똘똘 뭉치셨군요.
까는 놈: 아니; ‘빠심’으로 한다기 보다는… 게임 자체가 재미있어. 물론 오래 하다 보니 아쉬운 점도 그만큼 눈에 많이 띄기는 하지만 말야.

<게임구조: 육성과 아이템 수집 그리고 전투의 재미 vs 파밍! 파밍!! 파밍!!!>
모르는 놈: 액션 게임이라고는 하지만 흔히들 생각하는 형태의 액션게임이라기 보다는 MORPG의 형태에 가까운 게임인 거 같네요.
달래는 놈: 게임이 스토리를 풀어가는 방식은 독특하긴 하지만 순수하게 플레이 측면에서만 보면 굉장히 단순한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어. 입장할 지역을 선택한 후에, 그곳에 입장해서 주어지는 퀘스트를 수행하는 식이지.

까는 놈: 퀘스트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형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져. 맵 여기저기 흩어진 무언가를 수집하거나, 적을 쓰러트리거나 하는 식이지. 차이가 있다면 쓰러트려야 할 적의 종류 정도야. 솔직히 다른 파트는 재미에서도 스토리 내의 비중에서도 구색 맞추기 수준이야. 핵심은 하나. 인간형 마물, 흔히들 말하는 대형 몬스터와의 대결을 위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어.

마물을 쓰러트리며 캐릭터 능력치를 올리고, 더 강력한 공물(아이템)을 수집해 캐릭터를 육성하면서 더 강한 마물에 도전한다는 게 이 게임의 핵심이야.

달래는 놈: 게임에 존재하는 공물의 존재는 상당히 다양해. 게다가 강화, 합성 개념까지 존재해서 아이템을 모으는 재미도 있는 편이고, 캐릭터 육성도 레벨이 오름에 따라 무조건 오르는 게 아니라 수집한 혼과 기를 이용해 각인을 장착하는 방식이기에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캐릭터를 키울 수도 있지. 영준이가 말한 것처럼 MORPG의 진행 방식과 흡사한 면이 있어. 즐길 거리가 나름 많다고 할까?

까는 놈: 즐길 거리가 많다는 이야기에는 동감하기 어렵다.
달래는 놈: 뭐가 -- 왜 또 --

까는 놈: 앙탈 부리지 말고 들어봐 -- 징그러우니까 --
모르는 놈: 징그럽습니다. 33살 남자는 그런 거 하면 안 되는 겁니다 -_-

까는 놈: 소울 새크리파이스의 구성 요소는 분명 니가 말한 그대로야. 하지만 육성도 수집은 마물과의 전투, 특히 인간형 마물과의 전투를 기반으로 할 수 있고, 육성과 수집의 목표 역시 인간형 마물과 싸우기 위함이야. 결과적으로 게이머가 즐길 수 있는 건 하나. 오로지 전투 뿐이라는 것이지. 하지만 즐길 거리가 하나로 제한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이 게임이 재미있는 것은 즐길 거리가 하나 뿐일지라도 ‘깊이’가 있기 때문인 것 같아. 액션 자체가 제법 재미있거든.

<액션: 다양한 무기와 개성 넘치는 몬스터 vs 결론은 투척 새크리파이스
달래는 놈: 다섯 가지의 상성을 갖고 있는 다양한 무기들과 그로테스크한 디자인과 거대한 크기가 인상적인 인간형 마물과의 전투는 확실히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이며, 이 게임의 존재 이유야. 속성을 따져가며 무기를 선택하고, 적의 약점을 공략해 약점을 파괴하는 재미는 소위 말하는 ‘꿀잼’이지.

모르는 놈: 몬스터헌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요소인데요?
달래는 놈: 그런데 몬스터헌터와는 느낌이 좀 다르긴 하지만,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지. 기뢰를 깔아둔다거나, 함정을 설치한다거나, 골렘을 소환해서 공격을 할 수도 있고. 근거리, 원거리, 중거리에서 적을 공략할 수 있는 다양한 공물이 존재해 무기를 선택해서 게임을 진행할 수 있지.

소울새크리파이스
소울새크리파이스

까는 놈: 하지만 정작 게임을 즐기면 결국은 투척, 폭발과 같은 원거리 공물만 쓰게 되어 있어. 그런 무기 이외의 것을 쓰면서도 게임을 할 수는 있지만 효율이 떨어져서 전투 이후의 보상을 모아서 더 강력한 캐릭터를 육성하는 어려워.

모르는 놈: 투척, 폭발 공물만 쓰게 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까는 놈: 몬스터의 공격 패턴이 투척, 폭발과 같은 원거리 공물을 쓰도록 유도해. 몬스터 패턴 디자인에서 실수한 부분인 것 같기도 한데… 근거리 공격을 하기 힘든 이유는 명확해. 모든 몬스터가 자신의 주변을 광역으로 날려버리는 강력한 공격 스킬을 갖고 있다는 점과 근거리 공격의 공격 속도가 너무 느리기 때문이야. 그리고 아까 형근 기자가 부위별 약점 파괴가 재미있다고 그랬지?

모르는 놈: 네. 그랬었죠.

까는 놈: 아닌 경우도 있지만 몬스터들의 약점이 대부분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어. 근거리 공격으로는 때리기가 힘들어. 때리기 힘든 위치의 약점을 광역 공격기의 위험을 무릅쓰고 접근해서 때릴 수는 없잖아? 공격 속도라도 빨랐으면 치고 빠지는 패턴으로 게임을 풀어나갈 수도 있었겠지만, 공격 속도도 너무 느려.

결론적으로 투척 무기만 쓰게 되는거야. 대미지도 월등하고 공격 속도도 빠른 데다가 원하는 곳을 정확히 노릴 수 있고 거기에 타격감도 좋거든. 괜히 사람들이 이 게임을 ‘투척 새크리파이스’라고 하는 게 아니라니까? 록맨 개발자가 만들어서 그런가 싶을 정도로 원거리 공격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좋아.

소울새크리파이스
소울새크리파이스

<마무리: 후속작이 나온다면 전투 패턴만 다양하게 해줬으면 싶은 마음이 있네>
달래는 놈: 그래서 전투가 재미가 없어?
까는 놈: 말했듯이 원거리 공격으로만 게임을 진행해도 다행스럽게도 게임이 재미는 있어. 플레이 다양성만 확보 됐으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는 이야기지. 사실 게임 진행 자체는 나름 짜임새가 있거든. 누군가의 일기를 보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캐릭터의 선택에 따라 결말도 달라지는 방식은 액션게임보다는 롤플레잉 게임의 서사구조를 연상시키기도 해서 재미있어. 단순 전투의 반복이 될 수 있는 액션 장르의 단점을 보완하는 요소지. 다만 핵심 콘텐츠라 할 수 있는 전투가 너무 원거리 일변도라는 게 아쉬운 거야.

농구 볼 때 3점슛만 계속 쏘는 팀의 경기는 보고 있으면 금방 지루해져. 설령 이기는 농구라 하더라도 말이지. 다른 공격 방식의 효율성을 좋게 만들었다면 게임의 즐거움도 몇 배는 되지 않았을까? 물론 그렇게 되면 게임 난이도를 다시 배분했어야겠지만… 개발자들의 노력과 연구를 주창하는 이나후네 케이지의 평소 논조라면 후속작에서는 이러한 노력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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