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 편

챔피언이라는 단어는 참으로 위대한 단어다. 단 한 명 혹은 단 한 팀만이 그 이름을 차지할 수 있으며, 그 이름을 얻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감내한 연습을 반복하고 치열한 경쟁을 거듭한다. 이런 과정이 있기에 챔피언이라는 단어가 더욱 위대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판에도 'LOL 챔피언은 누구일까?'라는 화두가 뜨겁다. 전세계에 흩어져있는 리그의 챔피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왕중왕을 가리는 LOL의 챔피언스 리그, LOL의 월드컵. 'LOL 월드 챔피언십' 시즌3(이하 롤드컵)이 목전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LOL 챔피언스
LOL 챔피언스

현재 한국에서는 롤드컵에 진출할 3개팀 중 마지막 한 자리를 가리기 위한 순위결정전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5월에 중국 상해에서 펼쳐진 LOL 올스타에서 한국 대표팀이 빼어난 기량을 보여준 덕분에 롤드컵에 진출할 한국 대표팀이 어디가 될 것인지에 한국은 물론 전세계 게이머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게다가 지난 롤드컵 시즌2 본선에 진출했던 기존 강호들이 대거 탈락하며 LOL 세대교체 바람이 일어나고 있기도 해서 올해 롤드컵 시즌3는 예년보다 더욱 열기가 뜨거울 것을 기대된다.

조영준 기자: 한준선배는 그러고보니 작년 롤드컵 결승전 취재 다녀오셨죠? 어땠습니까?
김한준 기자: 응. 거기서 산 블리츠크랭크 후드티가 예뻤어. 내 몸에 딱 맞았어. 그래서 좋았어.
조영준 기자: 그때 사다 주신 피들스틱 티셔츠 아주 잘 입고 있습니다. 허허허.

김형근 기자: 아니; 이 놈들이 지금 대회 얘기는 안 하고 행사 기념품 얘기만 하고 앉았네;
김한준 기자: 어차피 대회 결과는 모두가 잘 알고. 게다가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중계도 빵빵하게 되서 내용도 잘 알고 있잖아.

열기는 굉장히 뜨거웠어. CJ 프로스트가 아닌 TPA를 응원하는 이들이 좀 더 많기는 했지만, 경기 시작 전부터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던 게이머들은 시합 중간중간에도 환호를 아끼지 않으면서 현장 분위기를 달궜지. CJ 프로스트보다는 TPA에게 훨씬 큰 응원을 보냈던 것은 한국사람이기에 좀 아쉬웠지만 말이야.

조영준 기자: 한국팀 수준이 작년보다 무척 좋아졌으니까 올해는 우승을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요? 국가대표 경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한국 리그에서 우승팀이 나왔으면 싶네요. 누가 진출할지는 모르지만.

김형근 기자: 어? 다 정해진 거 아니었어? 한국에 롤드컵 진출권 3장이라며?
김한준 기자: 응. 맞아.
김형근 기자: 그럼 정해진 거 아니야? 윈터, 스프링, 서머 시즌 우승팀 모두 정해졌으니 우승 팀은 세 팀이고. 그 팀들이 나가면 되잖아.

조영준 기자: 으으으... 주변에 이거 헷갈려 하는 사람들이 좀 있던데, 그런 사람이 우리 편집부에도 있었다니...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서킷 포인트 제도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은근히 좀 있더라. 따지고 보면 어려울 것 없는데. 여튼! 이런 것도 모르는 형근기자를 이번 놈놈놈에서는 ‘모르는 놈’을 담당하게 됐습니다.

조영준 기자(이하 달래는 놈): 저는 그동안 아무것도 모르던 ‘모르는 놈’에서 달래는 놈이 됐습니다. 기간 한정이지만...;

김형근 기자(이하 모르는 놈): 응?! 아니 뭐야!; 이건 왠 갑작스러운 캐릭터 체인지야!;
까는 놈: ...넌 LOL 진짜 하나도 모르잖냐...

<서킷 포인트 제도: 크게 복잡하지 않다 vs 야구, 축구, 농구의 시즌제처럼 운영하는 건 어때?>
달래는 놈: 이번 시즌3 서킷 포인트 제도는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현재 국내 LOL 리그가 챔피언스 리그와 NLB 리그로 나뉘어 운영되는 건 아시죠? 챔피언스 리그 4강 이하의 8팀이 NLB 리그 12강에 합류하는 형식으로 연계가 되는 식입니다.

까는 놈: 챔피언스 리그 1위부터 4위까지는 각각 400점부터 100점씩 점수가 차등 지급돼. NLB는 1위부터 12위까지 100점부터 10점으로 서킷 포인트가 나뉘어 주어지고. 이렇게 3시즌 동안 모은 서킷 포인트가 가장 많은 팀들 중 두 팀이 롤드컵에 진출하는 거야.

모르는 놈: 조금 전에는 세 팀이 나간다고 하지 않았어?
달래는 놈: 5월에 펼쳐진 롤스타에서 우승한 국가가 속한 지역에는 롤드컵 진출권이 한 장 더 주어졌거든요. 거기서 한국 대표팀이 우승하는 덕에 한국은 기존의 두 장에 더해 총 세 장의 진출권을 얻었죠.

까는 놈: 북미나 유럽처럼 넓은 지역에도 세 장의 진출권이 주어지는데, 이렇게 작은 나라가 세 장의 진출권을 지니고 있다니. 사실 워낙에 잘하는 팀이 많기에 세 장도 적게 느껴지는데... 만약 롤스타 우승을 못 해서 진출권이 두 장 밖에 없었다면 이렇게 잘하는 팀들이 더 치열한 경쟁을 했어야 했겠지. 이 얼마나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일이니.

모르는 놈: 그렇게 따지면 뭐 복잡할 것도 없네.

까는 놈: 그래도 나는 서킷 포인트 제도의 필요성을 잘 모르겠어. 어차피 롤드컵에 진출할 팀의 향방을 가리기 위해서는 한 시즌이 지나봐야 알 수 있는 것인데, 그러려면 뭐하려 시즌을 윈터, 스프링, 서머로 나누냐는 말이야.

그냥 챔피언스 리그와 NLB 리그를 통합한 다음에 야구나 축구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 각 시즌마다 예선했다가 본선했다가 이러지 말고 그냥 시즌 세 개를 통합해서 하나의 시즌으로 만들어서 순위를 정하고, 이 순위를 바탕으로 플레이오프를 진행하는 방식 말야.

리그오브레전드월드챔피언십
리그오브레전드월드챔피언십

<리그 진행 방식 변경: 굳이 바꿀 필요가 있나? Vs 단기 시즌과는 다른 장기 시즌의 재미를 보여줄 것>

달래는 놈: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크게 다를 것도 없어 보이는데?
까는 놈: 달라. 같은 기간에 짧은 시즌을 여럿 진행하는 것과, 하나의 시즌을 길게 진행하는 것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팀을 운영해야 하거든. 야구도 단기전과 장기전은 다르다고들 하잖아. 페넌트레이스와 플레이오프의 경기 운영이 다르기도 하고 말야.

그리고 이렇게 될 경우는 자연적으로 필연적으로 각 팀의 '뎁스'가 깊어져야 하니까 프로팀들도 선수 수급에 열을 올릴 것이고.

모르는 놈: '뎁스'? 선수단의 폭 말? 그게 왜 중요한데?

까는 놈: 장기전으로 가게 되면 자연스럽게 선수들의 체력, 혹은 건강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어. 이런 경우를 메꿀 수 있는 조커를 각 팀은 대비해야겠지. 이런 상황이라면 장기전에선 확실한 조커 혹은 식스맨을 보유한 팀이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거야.

둘 째는 전략적인 면에서의 가능성이야. LOL 경기를 본 사람을 알겠지만 선수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게임을 펼쳐. 이런 선수들이 모여서 그 팀의 색을 만들고 전술을 만들고 있지. 리그가 장기전으로 진행이 되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팀의 전술이 상대에게 노출이 돼. 이러한 일을 막기 위해서는 다양한 선수를 활용해서 경우의 수를 늘려갈 수도 있을 것이고, 또는 전략 연구를 좀 더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장르의 e스포츠는 선수들의 컨트롤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운영의 묘를 보며 재미를 찾는 경우도 많으니, 리그를 지켜보는 재미가 더 늘어나는 효과도 있을 것 같아.

결국 팀들은 선수가 더욱 많이 필요할 것이고, 자신들의 필요에 인해 신예 선수 발굴에도 좀 더 적극적으로 되겠지. 결국 이런 분위기는 LOL 인프라 확대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

달래는 놈: 하지만 장기적으로 리그가 진행이 되면 네 말대로 선수들의 체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죠.. 이는 경기의 질을 떨어트리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고. 어쩌면 선수들 혹사 논란을 불러올지도 모릅니다.

까는 놈: 그런 점이 걱정된다면 국내 농구에서 적용하고 있는 라운드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 같아. 정규 시즌을 몇 개의 라운드로 나누는 거야. 각 라운드에서는 각 팀들이 서로 한 경기씩을 진행하지. 한 라운드가 끝나고 다음 라운드가 진행될 때까지는 약간의 휴식기를 갖고 말야.

이 기간에 휴식을 취하고 이전 라운드에서 알게 된 상대의 전술을 분석해서 다음 라운드를 준비할 수 있으니, 각 라운드마다 팀들의 전술에 변화를 만끽할 수도 있지 않을까?

<현실 적용 가능성: 현실적인 문제가 많다 vs e스포츠가 아닌 스포츠를 노린다며?>

모르는 놈: 그런 방식도 새로운 재미를 줄 거 같기는 한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 같다?
까는 놈: 그렇지. 이렇게 지속적으로 하나의 게임으로 다수의 팀이 장기적인 리그를 진행할 수 있는 경기장이 없다는 것도 문제고. 개인적으로는 윈터, 스프링, 서머 등 각 시즌의 결승전을 개최하면서 거둬들일 수 있는 수익을 포기할 것인가에 대한 점도 이유라고 봐.

각 시즌을 우승한다고 해서 롤드컵에 바로 진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각 시즌의 우승은 롤드컵으로 향하기 위한 포인트를 벌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생각해. 그래도 '결승'이라는 이름이 갖는 의미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이 몰리기 마련이지. 이런 관심을 굳이 회사 측에서 분산시킬 이유는 없겠지.

달래는 놈: 사실 지금의 시즌 진행 방식도 크게 문제는 없는 게 사실입니다.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니고, 룰이 매우 복잡한 것도 아니니까요. 괜히 리그를 장기적으로 가져갔다가 자칫 지루한 느낌을 전해 줄 공산도 있잖습니까?

까는 놈: 지금 서킷 포인트 제도에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이대로 진행해도 별 불만은 없을 거라고 나 역시도 생각해. 하지만 좀 더 보편적인 스포츠 리그의 진행 방식을 채택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는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싶었어.

이유는 간단해. 라이엇 게임즈는 그동안 수 차례의 인터뷰를 통해 LOL을 단순한 e스포츠가 아니라 진짜 메이저 스포츠에 버금가는 스포츠로 입지를 끌어올리고 싶다고 이야기 했어. 그럼 적어도 일반적인 스포츠 이벤트가 갖는 형태를 많이 가져올 필요는 있다고 봐. 리그 운영이라거나. 그리고 퍼포먼스 측면에서도 말이지.

상해 대무대 전경
상해 대무대 전경

모르는 놈: 뭐... 일리가 있는 말이긴 하다. 그런데 퍼포먼스 측면은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거냐?

까는 놈: 아까 초반에 나한테 물어봤지? 롤드컵 당시 느낌이 어땠냐고. 그 당시 아쉬웠던 게 있는데 바로 선수들의 입장에 이렇다 할 연출이 없었다는 점이었어. 프로 스포츠의 결승전이나 대형 이벤트를 보면 선수들이 입장하는 장면부터 멋진 연출을 하면서 긴장감과 열기를 고조시키거든?

더군다나 챔피언스 컵 본선, 결승 더 나아가 롤드컵에 진출한 팀들은 정말 치열한 경쟁을 뚫고 딱 하나 남은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기 직전에 있는 팀들이야. 다른 팀들보다 뛰어난 팀들이고 위대한 선수들이야. 그런 그들을 위한 포장 정도는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해. 그냥 무대 뒤에서 나와서 잠깐 인사하고 자리로 스르륵 들어가 착석하는 것 정도로는 심심해.

e스포츠에 국한되지 않고 일반적인 관념의 프로 스포츠가 되려면 리그 운영도, 현장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도 그런 수준이 돼야만 해. 더군다나 롤챔스 결승이나 롤드컵에는 돈을 내고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그런 이들에게 ‘돈값’은 해 줘야지. 이건 각본 없는 공연이나 다름 없는 무대가 되어야만 해. 그래야 게임을 잘 몰라도 그 화려함에 반해서 사람들이 올 수도 있고, 그 자체만으로도 이슈를 만들어서 홍보를 할 수도 있잖아.

모르는 놈: 그렇다고 해서 니 이야기대로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이 많아.

까는 놈: 솔직히 말해서 내가 LOL 대회가 어떤 양상으로 흘러가던지 관여할 자격은 없지. 나도 내가 말한 방식대로 리그를 개편하지 않으면 LOL 대회에 미래가 없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하고, 내가 주장한 것은 그런 가능성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해.

단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야. 나는 라이엇게임즈가 상상하고 이야기하는 ‘e스포츠를 넘어서 스포츠가 된 게임’이 되는 LOL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어.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개선할 여지가 있으면 개선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야. 다른 형태도 고려를 해 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일개 게이머, 팬도 현행 리그가 좀 더 개선됐으면 좋겠다는 고민을 하는데, 리그 운영 당사자인 라이엇게임즈도 이런 고민을 하고 있지 않을까? 난 하고 있다고 믿고 싶어. 지금보다 더욱 거대하고 박진감 넘치는 리그를 만들고 싶어한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말이지.

모르는 놈: 그래... 그런데. 그건 그렇고... 난 다음 주에 달래는 놈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거지? 맨날 달래는 다정다감한 역할만 하다가 모르는 사람이 되버리니까 자괴감이 몰려온다;

까는 놈: ...그건 소재 정해지면 그때 가서 이야기 하자 -_-;; 그때까지는 아무 것도, 쥐뿔도, 조금도, 눈꼽만큼도 모르는 놈으로 남아 있으렴.

달래는 놈: e스포츠의 장래를 걱정하는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자기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는 소인배 같은 모습을 보이시다니. 형근선배. 대단하십니다;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