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과연 마약과 같은 중독물질로 볼 수 있을까?

최근 게임의 중독성에 대한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각종 커뮤니티 및 유명 포털 사이트에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바로 게임이 술, 마약, 도박과 함께 4대 중독물질이라고 주장한 황우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발언 이후 게임을 중독을 유발하는 요소로 보고 게임중독을 '질병코드'에 포함시키겠다는 법안이 진행 중인 것이다. 더욱이 지난 10월 31일 진행된 '4대 중독 예방관리제도 마련 토론회'에서 게임의 중독성과 폐혜가 심각하며 이를 국가에서 직접 관리해야 한다는 토론이 진행되 많은 논란이 야기된 바 있다.

4대중독토론회2
4대중독토론회2

이는 여성부산하의 게임중독센터를 설립하고 이에 대한 운영자금을 게임업계를 통해 얻겠다는 이른바 '신의진 법'과 게임업계의 수입 일부를 청소년보호 기금으로 사용하겠다는 '손인춘 법'의 법안 상장에 상당한 무게감을 실어주는 항목으로, 이제는 게임이 마약과 버금가는 중독요소로 규정되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까지 등장한 의견을 종합해 보면 '게임은 마약과 같이 심각한 중독증세를 유발하는 요소이며, 이를 국가에서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과 '게임의 중독 여부에 대해서 아직까지 밝혀진 바가 없고 하나의 콘텐츠 산업을 국가에서 통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는 측의 공방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논란이 되고 있는 게임의 중독성과 유해성에 대한 구체적인 과학적 자료는 있는 것일까? 대답은 '아니요' 라고 할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의 서울대병원에서 전한 중독의 정의에 따르면 중독은 신체적인 변화를 주는 '신체 증상으로서의 중독', '정신적 의존증으로서의 중독' 2가지로 나뉜다고 설명하고 있다. 알콜, 마약, 도박 등은 다양한 연구자료와 과학적인 결과를 통해 신체적. 정신적 중독을 일으킨 다는 것이 확실시 되지만 게임의 경우 이 두가지 항목에 포함되기에는 매우 모호한 기준을 지니고 있는 것이 사실.

실제로 지난 2012년 전 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던 총기난사 사고의 이유로 총기협회 및 일부 종교단체에서 게임을 지목해 게임의 유해성에 대한 이슈로 가득했던 미국에서도 게임을 마약과 동일시 하거나 별다른 규제를 실시하고 있지 않다. 그 이유는 바로 구체적인 과학적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게임의 유해성에 대한 연구는 마약과 게임이 동일하다고 주장이 제기된 국내보다 오히려 게임에 대해 관대한 해외에서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왔다.

DSM
DSM

지난 2007년 미국 정신과협회는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 저서 DSM의 2012년 버전의 출간을 기획하면서 중독(Dependence) 항목에 '비디오게임 중독 장애'를 포함시키기 위한 연구를 진행한 바 있었다.

이들은 연구를 위해 미국 내 여러 저명한 대학 연구진에 의뢰해 다양한 실험과 통계를 분석했고 그 결과, 이들이 내놓은 결론은 놀랍게도 '정식 증거 없음' 이었다. 그 이유인 즉슨 조사결과를 위한 전제조건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등장했으며, 게임에 대한 인식 및 반응 역시 개개인 별로 다르기 때문이었다.

반대의 결과가 등장하기도 했다. 2007년 미국 정신과협회의 의뢰를 받고 연구를 실시한 미국 스텐포드 대학 연구팀은 비디오게임 및 게임 플레이에 대한 의학 조사결과 게임이 사람에게 유익하다는 연구 발표를 한 것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MRI를 통해 관측한 결과 게임은 좀 더 긍정적인 감정을 생성하고 뇌의 일부가 여러 비디오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 여성보다 남성 에서 활성화 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비디오 게임은 중독성 특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는 모든 게임군에 대한 조사가 아니었으며, 개개인의 상태와 조사 환경에 따라 결과가 조금씩 달라 게임이사람에게 유해를 가하지 못한다는 결정적인 증거로 사용되지는 않았다. 이 같이 비디오게임중독에 대해 의학적인 자료를 수집하던 미국 정신과협회는 새로운 의료조사를 추가하는 것을 검토 했지만 충분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고, 확실한 증거가 나타나지 않아 해당 항목에서 비디오 게임중독을 제외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2007년 미국의 대표적인 여론조사 전문업체 해리스 인터랙티브는 8세~18세사이의 미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비디오게임 플레이에 대한 심도 높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조사에서 해리스는 미국 청소년 약 81%가 한 달에 한 번 이상 비디오게임을 플레이하고 있으며, 8세에서 12세 사이 아동들이 한 주 당 평균 13시간 이상 게임을 즐기고 있다고 전했다. 논란이 된 항목은 그 다음인데 해리스 인터렉티브는 “조사가 진행된 전체 미국 청소년들의 8.5%가 병리 또는 임상적으로 '비디오게임 중독'으로 분류 할 수있다"고 결론을 내려 미국 내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킨 것이다.

하지만 해리스의 이 같은 결론은 자세한 근거와 통계를 공계하지 않아 많은 미국의 전문가들에게 '신빙성이 없는 자료'로 평가 받는 중이며, 이를 근거로 한 다른 논문이나 정책은 등장하지 않고있다.

머레사 오르작
머레사 오르작

저명한 심리학자이자 의사인 머레사 오르작의 연구결과도 흥미롭다. 1994년부터 컴퓨터, 인터넷, 온라인게임 등의 중독요소에 대해 연구한 그녀는 지난 2005년 블리자드의 롤플레잉 온라인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WOW)를 플레이하는 게이머 40% 이상이 게임 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게임을 통해 사람들의 정신이 온통 게임에만 쏠려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으며, 네트워크 게임의 특성은 한번 맛들면 계속해서 이를 찾게되고 더욱 강력한 것을 원하는 마약의 특성과 비슷하다고 말해 현재 게임이 마약과 같다는 측의 주장과 일치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머레사 오르작의 발표 역시 전문가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우선 WOW의 전체 게이머 중 40%가 중독이라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었으며, 길드 및 레이드 등 다수의 게이머들이 함께 게임을 즐기는 방식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고, 오랜 시간 동안 플레해야 하나의 던전을 완료할 수 있다는 게임의 시스템 자체를 간과했던 것이다.

이후 머레사 오르작은 WOW의 게임 중독 인원을 40%에서 10~15%로 축소했지만 그녀의 발표는 다른 게임의 유해성을 주장하는 발표들과 함께 '신빙성 없음'이라는 꼬리표가 붙게 됐다.

이처럼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게임시장을 가지고 있는 미국에서도 게임의 유해성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그 어떤 연구결과도 게임의 유해성에 대한 확실한 과학적인 자료로 채택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전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이며, '게임이 과연 유해한가?'라는 것에는 아직도 물음표로 남아있다.

'게임은 마약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여성부 및 각종 사회단체의 주장은 아직 과학적 연구가 확실치 않은 사안이다. 현재 여성부 및 여당은 과학적인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게임의 폐해가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준다는 주장 만으로 게임산업 전체를 옥죌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려고 하는 것이다.

형사가 증거가 없이 물증만으로 시민을 구속할 수 없듯 게임이 그토록 마약과 같이 유해하고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이에 따라 게임산업을 규제한다면 이에 따른 증거 즉 과학적인 결과를 통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지난 공청회에서 “게임이 유해하다는 과학적인 증거를 가지고 오라”고 외쳤던 한 패널의 발언이 묻혀버린 상황이 생각나는 이유는 왜일까?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