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배틀필드4 편

FPS 시장에 충격을 준 작품은 워낙에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배틀필드 시리즈가 FPS 장르에 던진 충격을 폄하할 수는 없다. 넓은 전장에서 다양한 탈 것을 타고 게임을 즐기는 방식을 대중화 시킨 시리즈며, 3편에서는 당시 기준으로 엄청난 그래픽을 선보이며 게이머들을 경악하게 했다.

새로운 비디오카드가 출시될 때마다 하드웨어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벤치마크 프로그램으로 배틀필드3가 채택될 정도니, 그래픽에 대해서는 일가견이 있는 게임이라 하겠다.

그래픽으로 인해 여타 게임보다 좋은 인상을 확보하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게임이 그래픽만 갖고 승부를 하는 게임은 아니다. 각 무기의 개성과 묵직한 움직임. 한 번에 많은 이들이 대전을 즐기는 덕에, 여타 게임보다 큰 스케일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배틀필드 시리즈의 특징이다.

배틀필드4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자 게이머들의 관심이 고조됐던 것은 이러한 점에 기인한다. 더군다나 현세대 기종은 물론 차세대 기종으로도 게임이 출시된다는 점에 많은 이들은 이 게임이 전해줄 ‘비주얼 쇼크’를 기대하기 시작했다. 출시만 되면 게임 시장을 휩쓸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기대 속에 출시된 배틀필드4. 하지만 출시 이후 지금까지 배틀필드4가 보여준 모습은 이러한 기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어째서일까?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기사에 들어가기에 앞서 말할 것이 있는데. 이번 ‘놈놈놈’ 배틀필드4 편은 PS3, Xbox360 버전이 아니라 PC버전을 기반으로 이야기 할 거야.

조영준 기자(이하 모르는 놈): 뭐 다른 점이라도 있습니까? 뭐하러 PC버전인 것을 강조하시나요.

김형근 기자(이하 달래는 놈): 아무래도 차세대 기종 버전에 대한 기대가 큰 것도 있고, 그런 차세대 버전의 모습은 PS3나 Xbox360 버전보다는 PC버전이 더 가까우니까 그런 거 아니겠어?

(이번 ‘놈놈놈’ 배틀필드4 편에 활용된 시스템은 i5-2500k(4.4Ghz 오버), 램 8GB, AMD 라데온 280X입니다)

배틀필드4
배틀필드4

< 현존 FPS 중에서는 최고 수준의 그래픽 VS 현세대 기종에서는 못 느껴>
달래는 놈: 배틀필드4를 이야기하면서 그래픽 화두를 안 던질 수 없지. 배틀필드3를 처음 봤을 때 만큼의 충격은 아니지만 배틀필드4 역시 적지 않은 충격을 던져줬잖아. 전작보다 더 발전하기도 했고. 현존하는 최강 그래픽 FPS가 아닌가 싶은데?

모르는 놈: 이번 작품 홍보영상을 보면 건물 무너지거나 오브젝트가 파괴되는 장면의 박력이 장난이 아니던데요. 거기에 텍스쳐 해상도도 높아진 느낌이라 더 깔끔해졌구요.

까는 놈: 최강 그래픽 FPS라고 하면 크라이시스 시리즈의 팬들이 '뭐 인마?' 할 수도 있겠지만... 최고 수준이라는 건 부정하기 어렵지. 형근이 네 말처럼 그래픽이 혁명적으로 발전했다는 느낌은 없어. 전작이 워낙에 그래픽이 좋았던 탓이지.

모르는 놈: 눈이 너무 높아진 거 아닙니까?
까는 놈: 그런 거 같다 -_-; 그래도 광원 효과는 전작보다 훨씬 좋아졌어. 건물이 무너지거나 하는 극적인 연출도 제법 격해져서 전작보다 박력이 넘쳐 흐른다. 문제는 이러한 이야기는 PC 버전에 국한됐다는 거야. 콘솔 버전에서는 그렇게 그래픽이 발전했다는 느낌이 없어. 차세대 기종 버전은 모르겠지만 PS3나 Xbox360의 하드웨어 스펙이 이제는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겠지.

사람들이 눈이 높아진 건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야. 그래픽이 좋은 게임들이 하도 많이 나온 탓에 어지간한 그래픽으로는 사람들이 그다지 감흥을 못 받아. 배틀필드3가 나오면서 보여준 충격에 비해 배틀필드4가 보여준 충격이 약한 탓도 있고. 사람들의 역치가 너무 올라갔어. 개발자 입장에서 죽을 맛이겠지.

그래도 여전히 사운드는 뛰어나더라. 이건 PC 버전은 물론이고 Xbox360이나 PS3 버전에도 해당되는 이야기야. 음질이 좋다는 뜻도 있지만 사운드를 배치하고 구현하는데 적지 않은 공을 들인 게 느껴진다는 이야기이기도 해.

FPS 게임에서 사람을 몰입시키는 요소는 그래픽 뿐만이 아니야. 어차피 게임에 집중하게 되면 배경 그래픽을 보기 보다는 맵 안에 위치한 상대의 모습을 찾는데 집중하게 되서 시야가 좁아지거든. 그럴 때 힘을 발휘하는 게 사운드지. 박력 있는 사운드는 게이머가 마치 전장의 가운데에 위치한 것과 같은 느낌을 주니까.

모르는 놈: 그런데 현세대 기종 버전이건 PC 버전이건 이 게임의 그래픽이나 사운드에 대해서 크게 이야기 할 내용은 없지 않나요? 두 버전 사이의 간극이 있어서 그렇지 각각의 플랫폼에서는 둘 다 최상급이잖습니까.

까는 놈: 응. 사실 중요한 건 게임 콘텐츠에 대한 내용이지. 여기에 대해서는 다들 할 말 많아. 나도 그렇고.
달래는 놈: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있었나 보구만 -_-;

배틀필드4
배틀필드4

< 이름값을 하는 멀티플레이 VS 게임이 구동이 되야 말이지>

달래는 놈: 배틀필드4의 핵심은 단연 멀티플레이지. 그리고 그 멀티플레이는 전작보다 좀 더 재미있게 구현된 느낌이야.
까는 놈: 그래. 멀티플레이가 핵심이지. 그러지 않고서야 싱글플레이 콘텐츠를 이렇게 만들었겠냐 -_- 전작도 별로였는데, 이번 작품의 싱글플레이도 아주 별로야. 분위기 자체가 긴박한 느낌도 없고, 스토리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도 모르겠어.

그런 것과 상관없이 주어지는 난관을 극복하고, 그 과정에서 펼쳐지는 연출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으면 게임의 스토리가 약하다는 단점을 보완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런 점도 없거든. 적들은 터렛처럼 서 있을 뿐어서. 첫 번째 미션에서 건물 무너지고, 차량을 몰고 달려가는 미션은 재미가 있었는데, 어째 뒤로 갈 수록 싱글플레이가 재미가 없어지더라고.

보통 반대 아니야? 초반에 힘을 좀 빼고 뒤로 갈 수록 스토리가 됐건 연출이 됐건 긴장감이 고조돼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잖아. 아 그래도 연출은 전작보다는 화려해지기는 했다. 뭐가 자꾸 무너지고 먼지가 날려서 그런 장면 보는 재미는 좀 있어.

그렇다고 플레이 타임이 긴가? 4~5시간이면 엔딩을 봐. 그런데 그 4~5시간 마저도 지루해. 이건 뭐 4시간짜리 튜토리얼을 하는 것도 아니고 말야. 진짜로 튜토리얼이 4시간이라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야.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싱글플레이의 재미가 진짜 튜토리얼 수준이라는 것이고.

아무리 멀티플레이에 중점을 둔 게임이라지만 이건 너무 하잖아! 차라리 이럴거면 싱글플레이 콘텐츠를 아예 삭제를 하던가! 시간 낭비 한 느낌이라 아주 짜증나!

달래는 놈: ...싱글플레이 이야기는 넘어가자.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건; 그래도 멀티플레이는 재미있지 않냐? 배틀필드라는 이름에 딱 맞는 멀티잖아. 최대 64명이 한 번에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게임은 흔치 않아. 아니 흔치 않은 정도가 아니라 없지.

까는 놈: 맵 구조에 우회로가 많아져서, 거점을 점령하고 있으면 지루한 대치상황이 펼쳐지던 양상은 많이 완화가 됐지. 전작에서는 거점 몇 개 점령 당하면 '이 짓을 언제까지 해야돼...아 짜증나' 하는 그림이 많이 나왔는데 이번에는 그런 일이 많지가 않아.

배틀필드4
배틀필드4

게임의 속도감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 것 같아. 전작은 좀 묵직하고 느릿한 감이 있었고, 총을 난사하면 안 되는 게임이었는데, 이번에는 어느 정도 난사를 해도 문제가 없고 중장거리에서 쏘는 탄환의 정확도가 대폭 높아졌어. 어느 정도는 '난사끼'를 갖춘 게임이 됐지. 정통적으로 배틀필드 시리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밸런스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 불만을 갖는 이들도 있을 걸?

물론 콜오브듀티 같은 다소 스피디하고 라이트한 게임을 즐기던 이들이 배틀필드로 유입되며서 좀 더 북적이는 게임을 맛볼 수 있게 됐다는 장점도 있지만 말이야.

달래는 놈: 결론은 재미는 있다는 거네.
까는 놈: 정통적인 배틀필드의 재미는 아니지만, 여튼 재미가 있는 건 사실이지. 하지만 말야. 그것도 게임이 될 때의 이야기지. 배틀필드4는 게임성 이외의 문제를 너무나 많이 갖고 있는 게임이야.

게임성, 게임의 밸런스, 그래픽 같은 부분은 '당신 취향 탓입니다'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게임의 서버 문제나 버그는 이런 식으로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거든. 누구나 싫어할 문제야.

게임 좀 하려고 하면 계속 튕겨. EA가 사랑해 마지않는 펑크버스터 오류 때문에 서버에만 접속하면 튕겨나온다는 하소연을 하는 이들도 많아. 거기다가 핑 문제. 핑이 100 미만인데도 게임에 들어가면 끊기고 렉 걸리다가 다시 튕겨나와.

튕기면 그나마 다행이지. 게임 즐기는 서버가 갑자기 폭파된 적도 있다니까?; 이게 왠 날벼락이야;

아까 이야기 했지? 배틀필드는 싱글플레이보다 멀티플레이가 재미있는 게임이고, 개발사도 멀티플레이에 공을 들이는 것 같다고. 공 들인 멀티플레이 위주의 게임이라면 게임을 즐기게 되는 '놀이터'인 서버 관리부터 해야지!

운동장에 돌부리가 잔뜩이라 걸려 넘어지는 애들이 수두룩한데, 그런 곳에서 축구 하라고 권유할 수 있어? 난 못 해. 아동학대지 그건.

모르는 놈: 서버 문제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이라면 반드시 지적해야 할 부분이긴 하죠. 게임이 재미가 있냐 없냐가 아니라 할 수 있냐 없냐의 기로에 서게 만드는 문제니까;;

까는 놈: 버그는 종류가 너무 많아서 언급하기도 힘들다. 프리징이 되는 경우도 있고, 기껏 멀티플레이를 했더니 전적이 기록이 안 되서 무기를 언락하지 못 하는 버그도 있었어. 메딕이 제세동기를 사용해도 소생이 안 되는 바람에 메딕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도 있고.

잘 되던 게임이 어느날에는 갑자기 그래픽 오류가 나기도 하고, 사운드 오류가 나기도 해. 다른 게임은 다 잘 되는데 유독 배틀필드4만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배틀필드4는 만들다 만 게임이야. 재미의 문제가 아니야. 안정성의 문제 때문이지. 음식을 먹는데 중간에 덜 익고 안 익은 재료가 입 안에서 씹히는 기분이야. PS4나 Xbox One 버전을 내기 전에 일정기간의 텀을 둬야 하니까 급하게 출시한 거 아니냐는 생각까지 들어.

달래는 놈: EA가 근래 들어서 버그 문제를 자꾸 일으키네. FPS 게임은 아니지만 전에는 피파에서도 그러더니만;;;

까는 놈: EA가 요즘 하도 DLC 장사를 하잖아. 이놈들 버그 픽스도 DLC로 파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와 지금 -_- 솔직히 이거 리콜 대상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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