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의 꽃 '부스걸', 지스타에 정말 필요한 존재일까?

국내 최대의 게임쇼인 지스타2013이 막을 내렸다. 11월 14일부터 17일까지, 4일간 부산 벡스코에서 게임사들은 다양한 게임을 선보였다. 이를 체험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지스타가 열린 무대인 벡스코를 찾았음은 물론이다. 주최측의 발표에 따르면 약 18만 8천 명이 현장을 찾았다고 하니, 게임을 향한 대중의 관심이 얼마나 큰 것인지 가늠할 수 있다.

'일' 때문에 현장을 찾는 이들이 아닌 순수 관람객들은 지스타 현장을 찾는 이들은 모두 '즐거움'을 찾기 위해 이 곳을 찾는다. 신작 게임을 남들보다 먼저 체험하기를 원하는 이들도 있으며, 게임에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위시한 각종 선물을 획득하기 위해 혹은 이벤트에 참가하기 위해 지스타 현장을 찾는 이들도 있다.

또 다른 이유로 지스타를 찾는 이들도 있다. 각 부스에 자리한 아리따운 이들. '부스걸'을 보기 위함이다.

지스타에 참가한 각 게임사의 부스 앞에는 의례히 미모를 과시하는 '부스걸'들이 자리하고 있다. 아예 이들이 주목을 받을 수 있도록 포토섹션을 마련해 두는 게임사들도 있을 정도다. 게임 시연대에 몰려드는 인파 만큼이나 많은 이들이 부스걸 앞에 자리하고 있는 것을 보면 부스걸들이 게임 못지 않게 주목받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지스타에서 부스걸에 대한 비중이 워낙에 높다보니 지스타의 지(G)는 'Girl'을 뜻한다는 농담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에 반대되는 의견을 제시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과연 부스걸이 지스타에 도움이 되는가?'냐는 이야기다.

부스걸을 보기 위해 지스타 현장을 찾는 이들이 많지만, 이것이 게임의 홍보 혹은 부스의 흥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부스걸 앞에 몰려든 인파의 대다수는 온전히 부스걸만을 위해 자리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어떤 게임이 출시됐는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얼마나 예쁜 여자들이 노출도 높은 옷을 입고 나올 것인지, 그리고 그들을 보다 멋지게 내 작품 안에 담아내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억측이라 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로 지스타의 전신인 카멕스 시절부터 현장을 다니면서, 각종 촬영기재를 갖추고 지스타를 찾은 이들이 부스의 게임 체험대에서 게임을 즐기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러한 추측을 하는 것도 나름의 당위성은 지닐 것으로 생각한다.

지스타관중2
지스타관중2

때로는 부스걸을 찍기 위한 인파가 현장의 동선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편안한 관람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는 이야기다. 작년부터는 지스타 현장의 부스와 부스의 간격이 넓게 배치되어 동선이 확보되긴 했지만, 그럼에도 많은 인파가 한 번에 몰려들게 되면 현장을 돌아다니는 것이 어려워진다. 이러한 상황이 되면 모델과 카메라 사이의 초점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공간마저도 통로로 이용하고 싶어질 지경이다.

프로 사진작가의 분위기를 풍기는 관람객들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이나 흔히들 '똑딱이'로 부르는 소형 카메라를 갖고 있는 일반 관람객들도 부스걸의 사진을 찍고 싶지만 이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무장하다시피 장비를 갖추고 온 이들 사이에서 '미비한' 장비를 들고 촬영을 하는 것은 예상보다 머쓱한 일이다.

더군다나 장비를 갖추고 온 이들 중 일부 몰지각한 이들은 자신들의 촬영을 방해하는 일반 관람객들에게 눈치를 주기도 한다. 소위 말하는 텃세를 부리는 것이다. 부스걸 역시 게임쇼를 구성하는 요소의 일부일진데, 게임쇼를 관람하러 온 이들이 사진만을 촬영하러 온 이들에게 밀려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곳이 '촬영회'라면 모르겠지만 지스타는 엄연히 '게임쇼'다. 게임쇼에서 게임을 즐기러 온 이들이 사진을 찍으러 온 이들에게 밀려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일부 부스걸들의 행태에 불만을 토하는 이들도 있다. 자신의 카메라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대구경 렌즈, 스트로브 등 본격적인 촬영 장비를 갖춘 이들에게만 모델들이 시선을 향하고 포즈를 취한다는 것이다. 일반 관람객들에게는 더더욱 부스걸이 멀게만 느껴지는 순간이다.

부스걸은 분명히 게임쇼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고, 게임 체험 이외에도 게이머들에게 '시각적인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소중한 존재들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지스타에서 부스걸들은 게이머가 아닌 다른 이들을 위한, 게임쇼에는 목적을 두지 않고 현장을 찾은 이들만을 위한 존재가 됐다.

업체 입장에서도 고려해야 할 문제다. 지스타 무대에 설 수 있는 부스걸들은 제법 비싼 몸값을 자랑한다. 일각에서는 변호사보다도 부스걸 몸값이 비싸다고 할 정도다. 부스걸들의 가치를 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러한 몸값을 지불하고 현장에 '모셔 온' 부스걸들이 과연 자사의 부스와 게임 홍보에 얼마나 큰 도움을 주고 있는지를 업체들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스타2013 블리자드
부스
지스타2013 블리자드 부스

이번 지스타 2013에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자사의 부스에 부스걸을 배치하지 않았다. 매년 '스타급' 부스걸을 배치했던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행보를 생각하면 다소 의아한 일이었다. 이러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행보에 '부스가 휑하지 않겠냐'는 우려를 한 이들도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부스걸이 없다고 해서 전혀 휑하지 않았다. 게임을 즐기기 위한 이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확실한 게임만 있다면 부스걸의 존재유무가 행사의 흥행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명백한 증거 사례가 됐다.

지스타는 게임쇼다. 게임인과 게이머들을 위한 축제다. 이런 곳에 게이머들이 그 권리를 누릴 수 없는 존재가 있다면 과연 그 존재가 필요한 존재인지, 아니면 '빛 좋은 개살구'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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