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리그오브레전드 ‘팀 다크 논란’ 편

아마추어 팀이 세계무대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프로 팀과의 경기를 앞두고 있다. 아마추어 팀의 명백한 열세가 예상되는 상황. 하지만 관람객들은 아마추어 특유의 패기와 재기발랄함을 기대하고 있다. 경기 결과와는 무관하게 ‘어떤 멋진 플레이가 펼쳐질 것인가’를 기대하는 이들도 많다.

‘팀 다크 논란’으로 잘 알려진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윈터 2013-2014의 팀 다크와 삼성 갤럭시 오존과의 경기 이야기다. 결론적으로 사람들의 기대와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삼성 갤럭시 오존이 승리했기 때문이 아니다. 승부를 던져버리는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시합을 보다가 진짜 내 눈을 의심했다... 이게 도대체 뭐 하는 짓인가 하고;
김형근 기자(이하 달래는 놈): 무슨 소리 하는거야?

까는 놈): 던졌어!! 던졌다고!! 이놈들이 ‘이 게임은 망했어! 똥이야 똥! 히히히! 오줌발사!!!’ 이러면서 게임을 던졌다고!!
달래는 놈: ...무슨 소리냐고 물어봤더니 더 모를 소리만 하고 있네; 얘 왜 이러는 거야?

조영준 기자(이하 모르는 놈): 롤챔스 윈터에서 팀 다크가 경기를 고의로 포기했거든요. 1라운드에서 실력차이를 느꼈는지, 2라운드에서는 경기를 누가 봐도 의도적으로 포기했어요. 이것 때문에 꽤나 시끌시끌 했고...아니 그것보다 한준 선배가 이 내용 갖고 기사도 썼잖아요!; 왜 몰라요!;

까는 놈: ...너 내 기사 안 보냐?!; 하지만 괜찮아. 나도 네 녀석 기사 안 보니까.
모르는 놈: 해서는 안 될 커밍아웃을 마구 하셔도 괜찮습니까?
까는 놈: 네 기사는 늘 보고 있다구. Boy~
달래는 놈: 이상한 콘셉트 잡지 마;;

<아마추어의 패기로 보자 vs 패기 같은 소리 하고 앉았네>

모르는 놈: 일단 말씀하신 ‘팀 다크 논란’은 KeSPA의 징계로 일단락이 됐죠. 롤챔스 윈터 참가자격을 박탈하고, 오존과의 경기도 몰수패 처리가 됐구요. 여기에 롤챔스 윈터를 포함해 NLB 등의 대회에도 참가하지 못 하게 됐고, 롤챔스 윈터 16강 본선 진출팀에게 수여되는 상금도 박탈됐습니다.

까는 놈: 협회에서 빠르게 조치를 했네. 징계가 살짝 마음에 안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대처 잘 했다는 생각이 드네.
달래는 놈: 이게 징계가 약하다고?

까는 놈: 그냥 내 심정이 그렇다는 거야. 여타 스포츠 종목과 비교하면 사실은 중징계지. 시즌 출장정지에 벌금에 해당하는 수준이니까. 대처 잘 했지. 이런 사태가 재발할 수 있는 여지도 없앴지.

달래는 놈: 왜 징계를 받았는지는 나도 대충은 알고 있긴 한데... 밴픽과 챔피언 픽을 엉망으로 하고 게임 내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 아니야?
까는 놈: 응. 그게 문제가 아니야 -_-

달래는 놈: 뭐가 문제야? 사실 그런 거야 적당히 웃으면서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잖아. 밴픽과 챔피언 픽은 팀의 고유권한이고, 이를 전략적으로 택했을 수도 있는 문제니까.

까는 놈: 그게 문제가 아니라니까. 네 말마따나 팀 다크의 챔피언 선택과 밴 픽은 게임 시작 전만 하더라도 전략적인 것으로 볼 여지가 남아 있었어. 세 명이 강타를 들고 빠르게 드래곤을 처치하거나 바론 스틸을 노리는 전략을 기대할 수 있었으니까.

롤챔스윈터 로고
롤챔스윈터 로고

정작 사람들이 지적하는 것은 게임 플레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야. 초반부에 약한 것으로 알려진 챔피언들만 선택해서, 상대방 진영으로 들어갔지. 시작하자마자 한타가 벌어진 것만 봐도 알 수 있잖아. 너야 LOL을 안 하니까 모를 수도 있겠지만, 그 한타는 오존이 벌인 게 아니라, 팀 다크가 덤벼들어서 발생한 거야. 누가 봐도 불리한 조합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싸움을 거는 게 전술적인 움직임이라고?

달래는 놈: 뭐...상대가 당황해서 실수라도 하기를 노린 거 아닐까?
까는 놈: 넌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냐 -_- 편 들어줄 게 없으면 그냥 말을 하지 말어. 설령 그렇다고 해도 그게 전술이야? 도박이지?!!

물론 아마추어만이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모습이 있어. 하지만 팀 다크의 경기 운영은 그냥 경기를 포기한 것과 다름 없다고. 경기 봤어? 해설진은 계속해서 팀 다크의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억지로라도 분위기를 끌어올리려고 했어. 드래곤이라도 빨리 먹으라고, 정신승리 했다는 둥 평소 해설 패턴과는 아예 다른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고.

그나마도 팀 다크 선수들이 아이템 팔고 와드 사기 시작하니까 클템 목소리에서 힘이 한 풀 꺾이더만! 선수출신이니까 보이는 게 있겠지! 도대체 이걸 어떻게 포장을 해? 패기? 패기 같은 소리 하고 앉았네. 폐기물 같은 폐기겠지!

더군다나 게임 후반에는 싸울 생각도 없이 아이템 다 팔고 와드 사서 그걸로 도배를 하던데?

달래는 놈: 웃자고 한 거 아닐까? 이미 승부는 기울어졌고...
까는 놈: 애초에 승부가 기울어진 것은 자기들이 밴 픽, 챔피언 픽, 초반 무리한 싸움으로 자신들이 자초한 거야. 그리고 웃자고 한 일이라고? 너 야구 좋아하지?

달래는 놈: 그렇지. 좋아해.
까는 놈: 네가 응원하는 팀이 점수차 많이 벌어졌다고 3~4회부터 장난치기 시작하면 넌 웃을 수 있어? 괜히 다이빙캐치하고, 주자가 앞으로 안 뛰고 뒤로 뛰고 하는 식으로 경기를 해도 참을 수 있어? 투수가 ‘마구를 받아라!’ 하면서 공을 한 번에 3~4개를 던져도? 욕이나 안 하면 다행이겠지.

난 한화 이글스 팬이거든? 올해 한국 야구 역사상 최초의 9위를 한 그 한화 이글스?! 꼴찌 팀이지만 이글스 선수들도 절대 경기 포기하는 짓은 하지 않았어. 전력차가 많이 벌어지는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 했다고.

모르는 놈: 마음 고생 진짜 심하셨겠네요;

까는 놈: 내 위와 장에 생긴 용종의 원인으로 나는 한화 이글스의 야구를 꼽지 -_-; 여튼! 이글스 팬들도 팀이 지는 것에 대해서 속상해 하고, 선수들의 실력이 성에 차지 않아서 화를 내기는 했어. 하지만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해서 욕하지는 않았다. 그럴 일이 없었거든! 선수들이 열심히 했으니까!

그런데 선수가 경기를 던진다? 이건 변호할 가치도 없어. 도대체 LOL은 게임 내에 트롤링이 얼마나 만연했기에, 사람들이 오프라인에서도 트롤링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

<아마추어 다 죽는다 이놈들아! Vs 아마추어 살리기 위해서 하는 행동>

달래는 놈: 음...일단; 진정하시고; 그래도 이러한 징계가 아마추어들을 오히려 주눅들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까는 놈: 처음에는 분명히 그런 영향이 있기는 할 거라고 봐. 움찔할 수 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대회의 권위를 세우고, e스포츠가 단순한 게임 대회가 아니라 정식 스포츠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선수들에게 ‘스포츠맨십’을 심어줄 필요가 있어. 대회에서 이런 식으로 장난을 하는 이들이 나오면, 대회 자체가 장난스럽게 보여진다니까?

KeSPA의 전병헌 회장이 직접 입장을 표명한 것도 이런 점을 우려했기 때문일거야. 게임이 아닌 정식 스포츠로의 발전을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이미지 저하를 유발할 수 있는 일이 벌어졌으니 뜨끔했겠지.

달래는 놈: 아마추어의 참가가 뜸해지면 어쩔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만?
까는 놈: 아마추어들이 엽기 전략, 희한한 플레이를 보여주려고 대회에 참가하냐? 그 사람들도 대부분 프로 입문을 노리는 사람들이야.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 참가한 사람들이라고. 장난을 칠 이유가 없어. 이런 식의 장난을 치려고 했던 이들이야 참가를 안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들이 애초에 얼마나 되겠어?

오히려 대회의 입지가 탄탄해지고, 아마추어들에게도 경기와 대회에 집중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겠지. 그러다보면 네가 아까 말한 아마추어만의 패기가 넘치는 플레이를 하는 이들도 나올 거고. 그걸 상대하는 프로들도 매번 새로운 패기를 마주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을 수 있어. 이번 건은 아주 시작부터 싹을 뽑아야 되는 건이라고.

프로에게 ‘프로의식’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가치관이야. 이게 없으면 그냥 ‘실력 좋은 양아치’가 된다고. 경기가 하기 싫은 날은 제대로 경기를 하지 않는 운동선수를 상상할 수 있어?

프로리그의 위신이 살아야 아마추어가 살아난다고 생각해. 프로리그를 목적으로 하는 이들이 더 열심히 경기를 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니까. 또한 그렇게 독하게 연습을 한 아마추어가 프로리그에 유입이 되면, 프로리그가 다시 한 번 발전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니까.

70~80년대의 NBA를 대표하는 농구선수인 ‘닥터.J’ 줄리어스 어빙은 프로에 대해 이렇게 정의를 했어. “프로가 된다는 것은 당신이 하고 싶은 모든 일들을 당신이 하고 싶지 않은 순간에도 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말이야.

승부가 기울었다고. 내키지 않는다고. 자존심이 상했다는 이유로. 결국 자기가 할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고 해서 선수가 경기를 포기하는 것은 프로가 될 자격이 없다는 이야기야. 팬들에게 멋진 경기를 보여줄 마음가짐이 없다면 그냥 동네로 돌아가. 그리고 PC방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어흠! 내가 다이아1이야!’ 이러면서 어깨에 힘이나 주고 살아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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