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를 끝내러 왔다. 라쳇&크랭크 인 투더 넥서스

PS2 시절부터 장장 12년 동안 PS 패밀리와 함께한 라쳇&크랭크 시리즈의 신작이 돌아왔다. 그것도 Q포스, All 4 one 같은 파생작이 아니라 PS3부터 전개한 라쳇&크랭크 시리즈의 퓨처 연작을 마무리 짓는 정통 후속작이다. 정가는 착한 소리 듣기 딱 좋은 29800원. 시리즈의 시작인 PS2용 라쳇&클랭크부터 대부분 작품들이 현지화를 거쳐 등장한 대한민국에서 이번 라쳇&클랭크 인투 더 넥서스(이하 넥서스)에 감회가 남다를 게이머는 많을 것이다.

라쳇&클랭크 인 투 더 넥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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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쳇&클랭크 인 투 더 넥서스 스크린샷

그럼 이러한 기념비적인 넥서스에 와서 라쳇&크랭크 시리즈가 대격변을 겪었느냐 하면 오히려 반대다. 여전히 만능 공구 렌치와 든든한 아군이자 만능 가젯인 크랭크, 때려도, 쏴도, 부딪쳐도 쏟아지는 부품들로 개조한 각종 화기들을 믿고 앞길을 막는 악당들을 물리치는 정통 액션영웅극을 보여준다. 액션게임이지만 남녀노소 다 즐길 수 있을 정도의(게임에 익숙한 성인 게이머라면 조금 답답할 순 있겠다) 반응속도와 조작 실력이라면 최고 난이도가 아닌 이상 무난히 즐길 수 있는 구성, 쉽다고 하기엔 한 번 씩 헤맬 때가 많고 어렵다고 하기엔 몇 분 동안의 탐색과 고민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절묘한 퍼즐과 맵 디자인, 한바탕 벌이기 시작하면 신명나게 쏘고 달리고 뛰어오르는 전투, 적절한 상황에서 적절한 타이밍에 튀어나오는 적절한 유머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통상운전중이다.

라쳇&클랭크 인 투 더 넥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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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가벼워진 중력, 묵직해진 화력이란 패키지 문구는 확실하게 지키고 있다. 단순히 무중력만을 뜻하지 않고 중력의 방향을 이용하는 크랭크의 횡스크롤 미로 파트, 무중력 공간에서 신속하게 이동하며 액션 게임의 맛을 살려주는 중력 도약, 쌍방향 이동이 가능하여 퍼즐의 상당수 패턴을 차지하는 중력 밧줄 등 가벼워진 중력이란 게이머가 다루는 중력 범위의 확장이란 뜻까지 포함하고 있어 게임 구성이 일직선 외길 진행에 가까움에도 지루하지 않다.

동시에 묵직해진 화력 덕분에 원거리 저격, 근거리 확산, 변형, 포획, 절단, 유도 등의 기본에 충실한 무기부터 기상천외한 무기까지 다 갖춰서 골라 쏘고 터트리는 재미가 있다. 시리즈 전통의 최강무기 라이노도 건재해서 웅장한 전용 BGM을 들으며 전투 지역을 혼돈, 파괴로 망가뜨리는 것 역시 가능. 무기의 사용 난이도나 효율은 꽤 차이가 있어서 밸런스 면에서 완벽하다 하긴 어려워도 무기 밸런스가 게임 플레이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라쳇&클랭크 인 투 더 넥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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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넥서스에 대해 가장 입에 오르는 건 게임의 분량이다. 보통 난이도 이하에선 5~7시간이면 엔딩을 보는 스토리 모드가 문제란 것이다. 게임 스토리가 짧은 건 맞지만 저 정가인 게임을 가지고 7만, 8만원어치 하는 게임과 같은 플레이 시간을 보장하란 건 이 무슨 놀부 심보인가. 오히려 어설프게 길기만 해서 지루한 게임보단 넥서스처럼 짧고 굵게, 기승전결 짜임새를 갖추면서 몇 시간이고 패드를 붙잡게 만드는 게임이 더 낫다. 더군다나 게임 하나를 길게 잡기 힘든 아동들이나 바쁜 현대인들에겐 이쪽이 더 반갑다. 한 권의 분량으로 에피소드 하나를 담은 라이트 노벨이나 1~2시간 시청으로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즐기는 영화 즐기듯 지금 와서 넥서스 같은 게임이 있어도 이상할 건 전혀 없다.

또한 단순히 스토리만 보고 끝낼 것이 아니라 높은 방어력을 자랑하는 방어구 수집과 황금 나사와 조합하는 무기 레벨 4~6까지 육성하는 2회차 플레이, 이런 장비들에 힘입어야 가능한 고난이도 클리어 과제, 상자속 악몽을 모든 적 유형에게 사용이나 일정 볼트 수집 등의 트로피 획득 작업까지 더하면 최소 10~20시간 이상 플레이를 보장한다. 게임의 볼륨이란 일정 수준 보장만 해주면 나머지는 게이머하기 나름인데 스토리의 길이 가지고 넥서스를 짜게 평가하는 건 불공평한 처사다. 차라리 이전 발매작 라쳇&클랭크 Q포스부터 끊긴 현지화의 명맥을 아쉬워하는 쪽이 더 설득력 있다. 어려운 영어가 나오는 건 아니라 해도 게임의 감초인 라챗&크랭크의 입담을 영음, 영자로 즐겨야 하는 건 분명 안타까운 일이다.

라쳇&클랭크 인 투 더 넥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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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하자면 넥서스는 유명 시리즈의 명맥을 훌륭하게 이어가 제값하는 작품이다. 훌륭한 게임성에 시리즈 대미임에도 독립 게임으로서의 완성도도 높아 시리즈 초심자가 스토리를 대부분 이해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비록 퓨처 연작은 이번 작품으로 끝이지만 2015년 영화 공개을 비롯하여 라쳇&크랭크 시리즈는 명맥을 이어갈 기세가 등등하니 만약 라쳇&크랭크를 즐기지 못 한 게이머라면 이번 넥서스로 입문을 추천한다. 라쳇&클랭크를 즐겼던 게이머라면 두말할 나위 없는 게임이고. 짧고 굻게 스토리를 정주행하고 나면 누구나 수작이란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재미있는 게임의 본분만 지킨다면 이따금 게이머들이 칭송하는 대작, 명작이 아니더라도 부럽지 않다는 걸 몸소 보여주니 말이다.

라쳇&클랭크 인 투 더 넥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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