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선스, 스포츠게임 흥망 좌우하는 '핵심요소'

인기리에 연재 중인 복싱만화 '더파이팅'(원제 시작의 일보)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노력한 사람이 무조건 성공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은 예외없이 노력했다는 것을 잊지 말아라". 이 말을 근래의 스포츠게임 시장 상황에 맞게 살짝만 비틀어 본다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라이선스를 갖춘 게임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성공한 스포츠게임은 예외없이 라이선스를 갖추고 있다"고 말이다.

이러한 표현을 두고 '억지스럽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최근 십수년간의 스포츠게임 시장의 동향을 살펴보면 이러한 주장이 나름대로의 타당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포츠게이머들이 시간이 갈수록 사실성을 갖춘, 혹은 비사실적이라도 그럴싸한 움직임을 갖춘 게임을 요구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이에 발맞춰 스포츠게임 개발사들도 갈수록 현실의 스포츠를 닮아가려는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게이머들은 실존하는 브랜드와 실제 선수들이 등장하는 스포츠게임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1992, 1993년 당시만 해도 실제 리그에서 활약 중인 모든 팀, 모든 선수들의 라이선스를 확보한 스포츠게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일부 인기 팀, 인기 선수만 등장시키는 게임이 다수였다.

하지만 지금은 라이선스를 확보하지 않은 스포츠게임이 성공하는 것을 찾아보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변했다. 또한 라이선스를 100% 확보하지 못 하는 경우에도 게이머들의 질타를 듣게 되는 상황이 찾아왔다. NBA 라이브 95의 경우는 찰스 바클리, 마이클 조던, 데이비드 로빈슨 등 3명의 선수를 제외한 당대의 모든 선수가 게임 내에 구현됐지만, 이들 셋이 없다는 이유로 게이머들에게 큰 질타를 받기도 했다.

어느 사이엔가 라이선스는 스포츠게임의 질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된 셈이다. 스포츠게임에서 라이선스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가를 극명하게 알려주는 경우도 있다. 바로 피파 시리즈와 위닝일레븐 시리즈다. 라이선스 유무 때문에 게임의 평가가 완전히 엇갈려버린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피파온라인3 이미지
피파온라인3 이미지

2000년대 초반까지 아케이드 게임에 가까운 게임성을 갖춘 피파 시리즈는 경쟁작인 위닝일레븐 시리즈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게임성을 갖추고 있음에도 전세계 판매량에서는 항상 위닝일레븐을 압도했다. 이유는 하나. 전세계 프로리그를 고스란히 재현한 라이선스 덕분이었다.

일부 국가대표팀과 일부 리그의 일부 팀만 구현한 위닝일레븐에 비해 해외 유명리그의 1부리그는 물론, 2부리그 심지어는 3부리그까지도 구현한 피파 시리즈는 꾸준하게 판매량에서 위닝일레븐 시리즈를 앞설 수 있었다. 특히 축구에 열광하는 영국, 스페인 등지에서는 판매량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날 정도였다.

라이선스의 중요성은 스포츠 온라인게임 시장에서도 부각된다. 비디오게임 시장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는 근거로는 피파온라인3와 위닝일레븐 온라인의 예를 꼽을 수 있다. EPL, 프리메라리가, 세리에, 분데스리가는 물론 남미와 유럽의 다양한 리그와 한국의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까지 구현한 피파온라인3의 라이선스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수준이다.

게다가 업데이트를 통해 이적시장 동향은 물론 새로운 유니폼까지 반영하는 공을 들이고 있는 통에 게임성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는 이들은 있어도 라이선스에 대한 불평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위닝일레븐 온라인은 유러피언 챔피언스 리그 라이선스를 확보하며 라이선스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지만, 양적인 측면에서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러한 라이선스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실제로 위닝일레븐 온라인 2014를 개발 중인 코나미의 한 관계자가 "라이선스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쉽지 않다"고 이야기를 했을 정도여서, 피파온라인3와 위닝일레븐 온라인의 라이선스 격차는 당분간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라이선스를 게임 플레이 그 자체에 영향을 주는 요소라고 하기에는 어렵다. 하지만 게임을 선택하는 과정에 있어서는 엄청난 영향력을 과시하는 중요한 요소다"라며 "지금까지도 그래왔듯이 라이선스는 앞으로도 스포츠게임의 향방을 결정하는 요소 중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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