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도 등 돌리게 만든 대작들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오랜 역사를 가진 게임들은 출시된다는 정보만으로도 많은 팬들을 설레게 한다. 새로운 요소없이 단지 로고만 공개되더라도 그동안의 역사가 게임성에 대한 신뢰를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했던 게임이 예상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경우 타 게임보다 훨씬 더 큰 비난을 받기 마련이다. 요즘은 실시간 패치를 통해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어 시간이 지나면 문제가 해결되기도 하지만, 상처받은 팬들의 기억은 패치로도 복구하기 힘들다.

심시티
심시티

최근 EA는 자사의 대표적인 시뮬레이션 게임인 심시티에 싱글 플레이 모드를 추가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심시티는 전작 심시티4 이후 10년만에 출시된 후속작으로, 새로운 엔진으로 만들어진 화려한 3D 그래픽과 멀티플레이 요소 도입 등 확 달라진 모습으로 출시전부터 많은 기대를 받았던 게임이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심시티는 온라인이 연결되지 않으면 아예 플레이를 할 수 없는 형태였으며, 최악의 서버 상황과 전작보다 훨씬 작아진 맵 등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불법복제를 막기 위한 EA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나, 이로 인해 자신만의 도시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는 심시티 시리즈의 장점이 사라졌으며, 서버도 충분히 준비하지 않아 정품 구입자들을 더 불편하게 만든 최악의 수가 되어버렸다.

오프라인 모드가 추가되면 이러한 불편함은 사라지겠지만, 과거의 명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디아블로3 경매장폐쇄
디아블로3 경매장폐쇄

왕십리 헬게이트 사태를 만들어낸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디아블로3도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게임이다. 기대치가 높았던 게임인 만큼 여러가지 다양한 문제점을 지적받았지만 그중에서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경매장이다.

개발자들은 게이머들이 손쉽게 자신이 원하는 장비를 구할 수 있게 하려고 경매장 요소를 도입했지만, 정작 게임이 출시된 이후의 경매장은 되팔이들의 전용 공간이 되어버렸으며, 경매장으로 인해 몬스터를 사냥해서 좋은 아이템을 습득하는 재미가 사라져버렸다.

블리자드는 경매장이 순 기능도 있지만, 오히려 게이머들의 게임 플레이를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지난해 9월에 인정했으며, 확장팩이 발매되는 오는 3월에 골드/현금 경매장을 모두 폐쇄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발매됐던 블리자드 게임들은 항상 확장팩 이후 더 높은 평가를 받아왔지만, 이번에도 그 명성이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매스이펙트3
매스이펙트3

한동안 완성도 높은 SF 게임을 꼽을 때 항상 1순위였던 EA의 매스 이펙트3는 결승점을 눈 앞에 두고 최악의 실수를 저질렀다.

3부작으로 제작된 매스 이펙트3는 주인공 셰퍼드가 우주를 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1편에서는 게이머의 선택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스토리 라인을 선보였으며, 2편에서는 더욱 강화된 액션성으로 호평을 받았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3편에서는 초보자를 배려해 액션을 간소화해서 진득하게 스토리를 즐길 수 있는 모드와 액션을 중점적으로 즐길 수 있는 모드를 모두 제공했으며, 훨씬 더 향상된 그래픽으로 극찬을 받았다. 게이머들이 엔딩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하지만, 엔딩이 문제였다. 게이머의 선택에 따라 스토리가 바뀌는 게임의 특성상 게이머들이 전작에서 선택한 과정에 따라 전혀 다른 엔딩이 나올 것으로 기대됐지만, 정작 공개된 엔딩은 정말 색깔만 다르고 다른게 하나도 없는 3가지 버전의 엔딩이었다. 게이머들이 몇년 동안 심사숙고 하며 선택해온 과정을 전부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EA 측은 게이머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완성도 높은 DLC(다운로드 콘텐츠)를 무료로 공개했지만, 엔딩에 대한 배신감을 치유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스타워즈, 스타트랙에 버금가는 SF 대하 서사시가 될 뻔 했던 이 게임은 이제는 최악의 엔딩을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게임으로 게이머들의 기억에 남게 됐다.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