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논란 모바일게임 시장, 첫 단추 잘못 뀄나?

최근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표절’이다. 선데이토즈가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해 출시한 신작 모바일게임 애니팡2가 영국의 개발사 킹의 퍼즐게임 캔디크러시사가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이후 국내 게임시장은 크게 들끓기 시작했다.

애니팡2 스크린샷
애니팡2 스크린샷

일각에서는 매치3 퍼즐 장르의 특징을 계승한 것 뿐이라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지만, 다수의 게이머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애니팡2 구성 요소 대부분이 캔디크러시사가의 그것을 닮아 있다며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업계 전반이 애니팡2의 표절시비로 인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것이 선데이토즈의 입장이지만 그럼에도 이러한 논란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은 이번 애니팡2의 표절 논란이 그동안 쉬쉬했던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의 도덕불감증을 대변하고 있다고 풀이하는 시각도 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카카오 게임하기의 등장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거둬왔다.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해 출시된 애니팡의 성공 이후라고 하는 것이 보다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카카오 게임하기의 포문을 연 선데이토즈의 애니팡은 공전의 성공을 거두며 국내 게임시장의 지축을 뒤바꿨다.

온라인게임 일변도였던 국내 게임시장에 ‘모바일게임도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게임이 애니팡이었다. 애니팡은 ‘국민게임’이라는 호칭을 얻었으며, 2012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블레이드&소울과 함께 강력한 대상 후보로 꼽히기까지 했다. 그 당시까지 모바일게임 중 이러한 성과를 거둔 게임이 없었다는 것을 본다면 놀라운 성과라 하겠다.

애니팡 일러스트
애니팡 일러스트

하지만 당시에도 애니팡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없던 것은 아니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애니팡을 두고 표절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2012 게임대상 후보에 올랐다는 것도 이런 과오를 없던 일로 만들어 주지는 못 한다. 당시 많은 이들이 애니팡이 이전에 인기를 얻었던 비주얼드 블리츠, 다이아모드 대시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했다.

1분 내에 게임이 진행되며, 폭탄이 터지는 형태, 하트가 추가되는 시간의 텀, 연달아 콤보를 성공시켰을 시 발생하는 효과와 피버모드 등이 이들 게임과 닮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단순히 보석을 동물 아이콘을 바꾼 것 외에는 게임의 차이점이 없다는 이야기도 많았다.

이러한 표절논란은 CJ E&M 넷마블이 출시한 모바일게임 다함께 차차차에서도 이어졌다. PSP로 출시되어 적지 않은 인기를 얻었던 ‘모두의 스트레스 팍!’에 수록된 미니게임과 게임 진행 방식이 매우 흡사하다는 지적이었다. 제한된 시간 동안 몇 개의 라인으로 구성된 도로에서 앞을 가로막는 차들을 피하면서 속도를 높이고, 게이지를 모아 방해물들을 쓸어버리는 게임 진행 방식이 문제가 됐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점프라는 요소가 도입됐다는 것 정도였다.

추후 표절논란이 심해지고, SCE 측에서도 이러한 사태를 인지하면서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는가 싶었지만, CJ E&M 넷마블 측에서는 이 시기에 게임의 시점을 변경하는 패치를 실시하며 여론을 잠잠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넷마블 측의 이러한 대응이 오히려 ‘스스로 표절여부를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의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표절논란을 겪었음에도 이들 두 게임이 모두 ‘국민게임’ 호칭을 얻을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시장에는 ‘여론과 게임의 흥행은 별개의 문제’라는 공식이 성립됐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시장의 형성 단계부터 나쁜 선례가 만들어졌고, 도덕적인 가치, 창작자의 자존심보다는 상업적 성공을 우선으로 두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첫 단추를 잘못 꿰다보니 이어지는 단추들도 계속 어긋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지금 게임시장에서 상업적 성공과 창작자로의 자존심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개발자들을 찾아 보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며, “시장의 유행이 굉장히 빠르게 변하다보니, 개발자들은 이러한 유행의 맥을 찾는데 고민하고 있다. 이런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표절은 일종의 지름길이다. ‘안정적으로 성공으로 이끌어 주는 길’처럼 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시장에 불고 있는 이러한 기류에 심각한 염려를 나타내고 있다. 상업적인 성공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표절에 관대한 분위기는 자칫 국내 게임의 수준을 저하시킬 수 있으며, 심하면 외산 게임들에게 국내시장이 잠식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우려가 과장된 것은 아니다. 국내 게임시장은 외산게임의 강력한 공략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게임 시장의 경우는 ‘온라인게임 종주국’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긴 하지만, 부쩍 높아진 개발력을 자랑하는 중국산 온라인게임의 도전을 받고 있다. 개발기술 자체는 중국이 한국을 뛰어 넘었다고 평가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런 도전 속에서도 한국 게임이 중국 게임을 앞설 수 있는 것은 게임의 틀을 만들고, 게이머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획력’에서 앞서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별다른 기획 없이 다른 게임을 복사하는 행태가 이어진다면 한국 게임시장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기획력’마저 퇴보할 것이며 이러한 일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도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것이 이들의 목소리다.

“업계 자체적으로 자성의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다. 이런 식으로 시장이 구성되면 국내 게임시장에서 ‘기획자’라는 단어를 찾을 수 없게 될 지도 모른다”. 취재 중 만난 업계 관계자의 이야기다. 단순한 ‘코딩 노동자’가 될 것인지,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창작자’가 될 것인지는 업계 스스로가 정할 문제다. 애니팡2 사태 이후 국내 게임업계가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지에 관계자들은 물론 게이머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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