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의 영원한 숙제, '게임이 출시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게임 시장을 살펴보다 보면, 한가지 법칙처럼 굳어진 정설이 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게임이 예정된 시간에 나오지 않는다'이다.

실력있는 개발자와 디자이너, 그리고 훌륭한 기획자가 만나서 게임을 개발하는데 왜 게임은 제 시간에 출시되지 않을까. 게임동아에서 그 이유를 살펴봤다.

< 사장님 팔랑귀, 너무 싫어요! >

사장이 게임을 마음대로 바꾸는 경우 게임이 제대로 출시되지 않는다.

게임업체 사장들 중에는 의외로 귀가 얇은 분들이 많이 있다. 이런 사장들이 내부 개발 프로젝트를 둘러보다가 감놔라 배놔라 하면 개발하던 게임의 방향이 확확 틀어지고 개발자 머리에 쥐가 난다. 특히 개발에 대해 지식이 없는 사장이 엉뚱한 소리를 하고 고집을 피울 경우 아예 근본부터 뜯어고쳐야 할 수도 있다. 다른 성향으로..'초보 유저도 잡아야 하고 오래된 유저도 잡을 수 있어야 하고..' 이상적인 얘기만 하는 사장님을 만나면 개발자들은 더욱 골머리를 앓게 된다.

< 만들고 났더니 시장은 이미.. >

게임 개발을 80% 가까이 진행했는데, 시장에 같은 장르에 더 퀄리티 좋은 게임이 출시되었을 경우 모두가 난감하다. 혹은 만들기 전에는 괜찮았는데 갑자기 시장 트렌드가 확 바뀌어서 게임을 출시해도 승산이 안보일 경우에도 게임이 출시되기 어렵다.

꾹꾹 참고 완성하더라도 이미 퍼블리셔들은 관심이 없고, 자체 개발하기엔 회사는 여력이 안되고.. 이 경우 게임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확률이 높아진다. 국내 시장은 답이 없고, 해외 시장을 노려봐야 하는데 그럴러면 또 다시 해외 현지화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하고..개발비 압박은 커지고, 그러다 그냥 단념하고 접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돈 이미지
돈 이미지

< 투자를 못받아서.. 돈이 없어서 좌절 >

최근 국내의 투자상황은 썩 좋지 않다. 게임의 성공 비율이 극히 떨어지면서 리스크를 떠안으려는 투자자들이 많지 않다. 때문에 스타트업 게임기업의 경우, 혹은 중견 게임기업의 경우에도 자금줄이 말라서 게임 개발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개발에 열의가 있는 개발자더라도 월급이 2~3개월 밀리면 개발에 열의를 잃는 것은 물론 회사를 떠날 준비를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렇게 인력이 빠지다 보면 해당 게임은 좌초된다. 특히 예전부터 회사에 자체 개발 엔진을 가지고 게임을 개발한 경우 대체 인력을 투입해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기도 요원해진다.

사람들 이미지
사람들 이미지

< 자금은 있는데.. 괜찮은 사람이 없다 >

투자를 못 받아서 회사가 어려워서 게임이 개발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개발을 잘 하는 사람이 없는 인력 부족 현상 때문에 게임이 출시되지 못하기도 한다. 외부 투자자들에게 압박을 받아 게임을 일정 수준으로 빠르게 완성도를 높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인력을 뽑지 못해서 게임 개발이 정체되는 식이다.

최근 게임 시장은 모바일이 대세를 이루면서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인력 부족으로 개발이 지연되는 경우 치명적이다. 때문에 큰 회사들도 좋은 인력이라고 하면 TO가 없어도 일단 확보해두려고 하는 등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려 있다.

< 내부 허들이 너무 높아서..계속되는 표류 >

큰 회사의 경우 회사 내부의 자체 허들이 너무 높아서 게임이 출시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국내에서도 엔씨소프트나 스마일게이트 등은 내부 허들이 높기로 유명하다. 게임에 수십억 원의 개발비가 들었더라도 내부적으로 통과가 안되어 사장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이 눈에 띈다.

개발사 자체 허들이 아니라 반대로 퍼블리셔가 자체 허들을 높게 설정해서 개발사들이 게임을 출시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개발사가 자금이 고갈되어 아예 도산되기도 하는 등 개발중이던 게임이 영원히 묻히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 순전히 정치적인 이유로 사장되는 경우 >

개발도 잘 되고 있고 모든 것이 순조로운데, 윗 사람들의 정치적인 싸움으로 인해 프로젝트가 갑자기 접히는 식의 경우도 있다. 하루 아침에 개발자들이 다른 부서로 이동하게 된다거나, 혹은 프로젝트가 갑자기 드랍되면서 만들던 게임이 빛을 못보게 되는 경우다. 윗선의 애정 문제, 권력 다툼 등 정치적인 요인도 다양하다. 윗선에서 갈라지는 조짐이 보일 경우 개발자는 라인을 잘 타고 관리해야 한다.

이외에도 게임을 다 만들었는데도 불구하고 마케팅 팀 등 사업부서에서 이래러 저래라 하고 수정해달라 요청하다가 반 년 넘게 게임 출시가 밀리는 경우도 있고, 원 IP 계약사가 다른 큰 회사에 인수되어 해당 게임을 개발하지 못하게 된 경우도 있다. 또 개발사가 퍼블리싱 금액을 받고 개발을 설렁설렁 하며 시간을 끄는 경우 등 국내 게임사에는 다채로운 게임 개발 지연 이유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