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정령의 날개 편

국내 시장만 두고 이야기를 해보자. 일명 ‘비행기 게임’이라 불리는 비행슈팅 장르처럼 흥망의 롤러코스터를 격하게 탄 게임 장르가 있을까?

비행슈팅 장르는 언젠가부터 그 인기를 조금씩 잃어가기 시작했다. ‘시장을 주도’하는 힘을 잃었다고 하는 것이 정확하겠다. 1990년대 초반에는 ‘스트리트 파이터2’가 불러온 대전액션 장르 열풍에 치이고, 1990년대 후반에는 ‘비트매니아’, ‘댄스댄스레볼루션’ 등의 리듬액션 장르 열기에 밀리며 ‘아케이드 1인자’의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물론 지금까지도 그 명맥이 이어지고는 있지만 전성기 시절만큼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지는 못 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게임의 난이도가 상당히 높아지면서 근래 출시되는 비행슈팅 장르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장르’에서 ‘마니악한 장르’로 이미지가 변질되기도 했다.

이랬던 비행슈팅 장르가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다시 한 번 붐을 일으키고 있다. 스마트폰의 보급이 널리 이뤄지고, 성능이 급격하게 향상되면서 과거 아케이드에서 즐기던 슈팅게임의 수준을 뛰어넘는 슈팅게임들이 게이머들의 손바닥 안으로 파고들기 시작한 것이다.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그리고 내 손바닥에는 정령이 파고 들어왔지. 그 정령의 이름은 조이시티가 출시한 ‘정령의 날개 for Kakao’(이하 정령의 날개)!!
조영준 기자(이하 편드는 놈): 무리수 던지셨습니다.
조광민 기자(이하 말리는 놈): 평소에 안 하는 낯 간지러운 표현을 하시고 어쩐 일입니까?

까는 놈: 내가 조이시티 담당기자라 그래. 낯 간지러운 표현은 표현대로 하고, 비판할 건 비판하고 뭐 그러면 되는 거지. 문제 있나?
편드는 놈: 그런데 한준 선배 요즘 정령의 날개 무척 열심히 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재미있게 즐겼으면서 비판할 게 있어요?

까는 놈: 아쉬운 점이 없는 게임이 어디있나. 그리고 설령 그런 게임이 있더라도...
편드는 놈: 있다면요?

까는 놈: 먹고 살려면 까야지 뭐 어쩌겠냐.
말리는 놈: 말하자면 ‘악역에게도 속사정은 있다’는 거군요 -_-;

정령의날개
정령의날개

<특징을 잘 모으는 것도 기술이다 VS 초보자에게는 제법 어려운 게임>
말리는 놈: 요즘 비행슈팅 게임이 모바일 시장에 많이 출시되네요. 조작은 단순하지만 재미는 확실하다는 장르의 특성 덕분이 아닐까요?

까는 놈: 그런 면이 크지 않을까? 전통적으로 인기가 있는 장르이기도 하고, 게이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측면도 확실하잖아. 화력을 아낌없이 퍼부으면서 눈에 띄는 것은 모조리 파괴하면 되는 것은 시원시원하면서도 깔끔하지. 너무 단순하다는 측면도 있지만 가볍게 즐기기 원하는 이들에게는 이런 요소가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어.

그런데 나는 이 게임이 슈팅게임인가 싶을 때도 있더라. 게임을 지탱하는 축이 두 개거든. 슈팅 요소와 카드 수집 요소가 혼합된 게임이라 흔히 말하는 CCG(Collectible card game 혹은 Collecting card game) 게임의 느낌도 강하게 느껴지거든.

편드는 놈: 요즘 게임 장르 명칭을 보면 두 가지 장르를 혼합해서 쓰는 관례 아닌 관례가 많은데, 이 게임은 정말로 장르 두 개를 하나로 합쳤죠. 그런데 그 조합이 제법 매력적이에요.

까는 놈: 두 가지 음식을 하나의 음식으로 만드는 법은 흔히 두 가지가 있지. 하나는 짬짜면처럼 두 가지 음식을 분리해서 각각 하나씩 넣어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두 가지가 어우러진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내는 거야. 아이스크림 튀김처럼.

전자는 두 가지를 한 번에 먹을 순 있지만, 두 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룬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아. 반면에 후자는 완전히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어.

편드는 놈: 보통 슈팅게임에서는 주인공 캐릭터 혹은 기체가 부각이 되지만, 정령의 날개에서는 카드 뽑기로 획득하고 강화로 육성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정령들이 공격에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하지만 정작 게이머는 화면을 드래그 해서 주인공 기체를 좌우로 움직이며 게임을 진행하게 되죠.

CCG 형태로 캐릭터를 육성하고 더 강한 공격을 할 수 있는 조합을 만든 다음에, 슈팅 파트에서는 전적으로 게이머의 컨트롤에 의존하는 게임성을 지니고 있어요. 결과물만 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조합으로 보이지만, 이 두 가지 요소가 이렇게 잘 어울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네요.

까는 놈: 근래 출시된 모바일 슈팅게임들이 ‘어떻게 하면 과거에 아케이드에서 즐길 수 있엇던 수준의 쾌감을 전달할 수 있을까’에 목표를 두고, 좀 더 ‘아케이드스러운’ 게임을 만들려고 했던 것과는 다른 접근법으로 개발된 게임이야.

신선하기 때문인지 재미있어. 나도 간만에 몰두해서 게임을 하고 있고. 하지만 단순하게 ‘파괴의 미학’을 즐기고 싶은 게이머들에게는 생소하거나 어려울 수 있어. 그냥 하면 안 되거든. 공격이 약해. 최강의 조합을 찾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카드를 계속 뽑아서 정령을 소환해야 돼. 그리고 합성을 해야 하고 말이지.

이 과정이 무척 재미있는 것은 사실이야. 하지만 “간단하게 나쁜 놈들 좀 쓸어볼까?” 하는 생각으로 접근한 사람들에게는 의외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어. 캐시 아이템을 활용한 공격력 강화도 CCG 요소 때문에 확률에 의존해야 하거든. 내가 원하는 카드가 언제 나올지를 몰라. ‘이만큼 돈 쓰면 이만큼 강해진다’는 확신이 없어.

정령의날개
정령의날개

말리는 놈: 단점이라기 보다는 새로운 점 아닐까요?

까는 놈: “이런 건 나쁘다!” 라는 말이 아니라 기존 슈팅게임과는 조금 다른 식으로 접근해야 하는 게임이기에 낯설 수 있다는 이야기지. 게이머들은 의외로 보수적인 경우가 많아서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이들 만큼이나 새로운 것에 당황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깔끔한 그래픽 vs 슈팅 장르 특유의 타격감은 어디로>

말리는 놈: 구조적인 면은 뭐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니까 장단점이라 분류하기 보다는 취향에 맡기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까는 놈: 제일 편한 방법이지. ‘여러분의 선택에 맡깁니다~’ 라는 것.
편드는 놈: 안전하기도 하고 말이죠. 후후후.
까는 놈: 욕 먹는 건 지겨우니까 말이야. 후후후.
편드는 놈: 그렇죠? 후후후.
말리는 놈: 둘이 뭐 하는 겁니까;; 게임의 구조적인 측면 말고, 직관적으로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요소에 대한 이야기도 좀 해보죠.

편드는 놈: 그래픽은 아주 깔끔하고 좋아요. 애니메이션 캐릭터 같은 느낌의 색상, 디자인을 채택했는데 ‘정령이 폭주해서 세상이 위기에 처했다’는 환타지 세계관과 제법 잘 어울립니다. CCG 요소가 있는 만큼 캐릭터 수집욕구를 자극하는 귀엽고 예쁜 캐릭터들이 있어야 하는 데 이런 점에서도 만족스럽구요. 귀엽고 캐주얼한 그래픽이라고 하면 저연령층이 좋아할만한 디자인을 생각하거나, 단순한 디자인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은데, 그런 느낌 없이 깔끔함을 잘 그려내고 있어요.

까는 놈: 캐릭터 디자인은 좀 흔한 것 같지는 않아? 완성도를 떠나서 캐릭터의 스타일들이 말이야.

편드는 놈: 르부르 박물관에 걸릴 작품을 그린 것도 아니고, 이 정도 친근함을 줄 수 있다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아까 선배도 너무 색다르면 오히려 거부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으면서, 왜 이번에는 너무 친숙하다고 뭐라고 해요 -_-;

까는 놈: 이게 내 역할이니까 -- 먹고 살기 쉬운 줄 아냐? --! 그런데 사운드는 좀 많이 아쉽더라. 피격 시에 나오는 유머러스한 음성이나 부드러우면서도 신나는 배경음악은 좋은데 게임 사운드가 좀 심심한 느낌이 들어.

타격음이 없어서 그래. 세 가지 속성, 다양한 디자인 만큼이나 각기 다른 공격 형태를 지닌 정령들이 공격을 퍼붓는데, 공격 사운드는 전혀 나오지를 않아. 정령의 개성을 외형 뿐만 아니라 소리로도 풀어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게임에서 사운드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야. 타격감은 사운드가 큰 영향을 주지. 슈팅게임은 속 시원하게 적을 두들기는 재미로 하는 이들이 많은데, 슈팅게임이라면서 타격음을 삭제한 이유를 모르겠다.

편드는 놈: 타격음까지 있으면 CCG 요소가 부각이 안 되고 슈팅 요소만 부각이 될 우려가 있어서...는 아니겠죠 음;
까는 놈: 중간에 스스로 깨달았으니 망정이지... 그런 주장을 끝까지 했다면 욕할 뻔 했다; 업데이트를 통해서 추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보자고.

<정령의 날개 for Kakao는?>
리그오브레전드를 오래 한 탓인지 자꾸 게임 이름을 리그오브레전드에 나오는 인기 아이템 ‘정령의 형상’이라고 말하게 되는 게임. 물론 둘 사이의 연관은 전혀 없다. 개인적으로는 근래 나온 슈팅 모바일게임 중 가장 몰입해서 하고 있는 게임. 정령의 특성이 아주 다양하기 때문에 이를 잘 판단하고, 어느 녀석을 키울 것인지 선택을 잘 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물론 원하는 카드가 나올 때까지 하염없이 돈을 투자할 수 있는 재력을 지닌 사람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팁이다. 4성 정령을 만들었다고 들뜬 마음에 ‘몰빵’해서 업그레이드를 시켰는데, 성능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아서 속상했던 본 기자가 주는 팁이니 명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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