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길었던 파이날 판타지 13의 종착역. 라이트닝 리턴즈

이원태 lwtgo@hanmail.net

PS3으로 플랫폼을 옮겨 발매된 파이널 판타지13은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시리즈의 최신작 답게 많은 관심을 받으며 등장했으나, 발매전 기대와는 다르게 발매 후 열성팬들의 혹평이 쏟아졌다. 그래픽의 진화나 전투시스템에서는 호평이 있었지만 지나친 일직선 진행으로 인한 RPG게임의 특성이 사라진 영향으로 전체적으로는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차세대기로 등장한 첫번째 파이널 판타지라는 점에 힘입어 판매량은 상당했고 그 성과에 힘입어 파이날 판타지 13-2가 발매됐다.

라이트닝의 여주인공 세라와 새로운 인물 노엘을 앞세우며 시간여행에 대한 컨셉으로 진행된 파이날 판타지 13-2는 13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자유도를 비롯하여 다양한 시스템으로 반전을 노렸고 게이머들은 13 때보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물론, 13에서 억지로 끌어온 듯한 이야기의 도입과 이야기를 제대로 마무리를 하지 않고 후속작만 암시한 엔딩에 대한 불만은 있었지만... 그리고 13-2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라이트닝 리턴즈 파이널 판타지 13(이하 라이트닝 리턴즈)가 최근 발매됐다. 그 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던 파이날 판타지13 시리즈의 종지부를 찍는 최후의 파이날 판타지13. 라이트닝 리턴즈에 대해서 살펴보자.

라이트닝 리턴즈 파이널 판타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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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닝 리턴즈 파이널 판타지 13 이미지

PS3 전용이었던 13에는 못미치지만 충분히 아름다운 그래픽
파이날 판타지 13을 통해서 워낙 극상의 퀄리티를 보여준 터라 게이머들은 라이트닝 리턴즈를 플레이 한 후 그래픽이 실망스럽다는 의견을 많이 내놓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PS3 전용으로 발매됐던 파이날 판타지 13의 퀄리티가 워낙 뛰어났으니 이후 멀티플랫폼으로 발매하면서 그래픽 퀄리티의 저하가 확실히 눈에 거슬릴 만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영 못 볼 수준의 그래픽은 아니다.

물론 오픈월드 형식을 도입하면서 넓은 마을을 구성하고 시간 대에 따른 분위기 변화 및 수많은 NPC를 표현하기 위해서퀄리티를 낮춘 마을 NPC의 모델링을 보면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자유롭게 시점을 돌리면서 활동할 수 있는 넓은 마을, 주변 환경 요소들의 표현은 칭찬할 만하다. 특히 파이날 판타지 13 시리즈에서는 각종 마법을 비롯해 이펙트에서 빛이 산란하는 효과를 상당히 자주 쓰는데 이러한 부분이 세세하게 따져보면 다소 미흡해 보이는 그래픽이라도 충분히 화려하고 멋지게 보이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나쁘게 말하면 눈속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런 것도 제작진의 능력이라면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라이트닝 리턴즈 파이널 판타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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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닝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스타일 시스템
파이날 판타지13 시리즈가 이어져 오면서 호평을 받았던 요소 중에서 전투시스템을 빼놓을 수 없다. 13의 옵티마 체인지를 시작으로, 13-2에서는 패러다임 시프트, 그리고 라이트닝 리턴즈에서는 스타일 시스템이 존재한다. 스타일 시스템에 대해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 동안의 전투시스템의 장점을 살리면서 라이트닝 리턴즈의 코스튬 체인지 요소가 더해져 전략적인 요소를 잘 살리고 있는 시스템이다. 예전 파이날 판타지 10-2의 드레스업 시스템을 떠올리게 하는 스타일 시스템은 게임 상에서 얻게 되는 복장에 따라서 각종 스테이터스가 다르고,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별도로 지정되어 있는 등 적이나 취향에 따라서 원하는 스타일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

이렇게 3개의 스타일을 유저가 직접 설정하고 게임상에서 자유롭게 변경하면서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는 전투를 해야 한다. 특히 매력적인 주인공 라이트닝이 어떤 복장을 입었느냐에 따라서 게임 상에 그대로 반영이 되며, 노출도가 높은 복장부터 개그컨셉의 의상, 추억을 자극하는 의상까지 다양한 컨셉이 있어서 시각적인 즐거움도 충족시킨다. 하지만 처음에 다양한 형태의 복장을 이용해서 개성을 담으려 했던 부분은 후반으로 가면서 능력치가 좋은 복장으로 한정되서 결국은 자유로운 커스터마이징과는 조금 거리가 멀어지는 점이 아쉽다.

라이트닝 리턴즈 파이널 판타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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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클락과 넉다운이 전투의 핵심
라이트닝 리턴즈에서 전투의 핵심은 스타일 체인지와 더불어 오버클락과 넉아웃이라고 할 수 있다. 오버클락의 경우 라이트닝의 시간제어 능력을 발현하여 주변의 움직임을 느리게 만들고 일정 시간 자유롭게 공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넉아웃은 용어는 생소할지 몰라도 파이날 판타지13 시리즈를 즐겨온 사람에게 익숙한 브레이크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적의 약점이나 넉아웃 효율이 높은 스킬을 사용함으로써 몬스터 HP게이지 밑에 넉아웃 웨이브가 발생하고 붉은 웨이브 상태에서 조금 더 공격하면 적이 일정 시간 무방비 상태가 된다. 보스전의 패턴은 넉아웃 + 오버클락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전투의 핵심이 넉아웃+오버클락이라고 너무 심심할 것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라이트닝 리턴즈 파이널 판타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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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라이트닝 1인 체제로 전투를 진행하게 되는데 몬스터의 움직임을 보고 다양한 어빌리티를 적재적소에 활용하지 않는다면 험난한 전투가 된다. 적의 공격에 맞춰서 가드를 하거나 임의로 방향키를 이용해서 적과의 거리를 벌릴 수 있는 등 액션적인 측면이 더욱 강화되어 즉각적인 반응을 요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라이트닝의 행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ATB게이지의 관리도 중요하다. 그냥 마구 난사를 하게 되면 필요한 순간에 가드를 할 수 없게 되고,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넉아웃을 시키는 작업도 늦어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조금씩 적응을 하다 보면 다양한 어빌리티를 활용해서 액션성 넘치면서도 전략적인 전투를 즐길 수 있다.

라이트닝 리턴즈 파이널 판타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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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빌리티를 성장시켜라
라이트닝 리턴즈에서는 라이트닝이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어빌리티(스킬)가 등장하는데 게임을 진행하면서 점점 더 강력한 어빌리티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해당 어빌리티를 얼마나 성장시키느냐가 중요하다. 어빌리티 합성과 레벨업이 존재하는데 같은 종류의 어빌리티를 간단하게 1:1로 조합시키는 것이라 크게 어렵지는 않지만 효과는 꽤 크기 때문에 게임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기본적으로 합성은 무한으로 되는 것이 아니니 남은 어빌리티를 적절하게 조합해서 여럿에게 끼워줄 수도 있고, 필요 없는 어빌리티라고 생각한다면 상점에 판매해서 자금으로 활용할 수도 있으니 선택의 폭은 매우 넓은 편. 단 기본적으로 스타일 당 최대 착용할 수 있는 어빌리티가 4개이고, 총 3개의 스타일을 전투에서 운용할 수 있으니 12개의 어빌리티를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여기서 유저의 성향이 가미되면서 다양한 전투패턴이 전개된다. 자신만의 전략적인 스타일과 어빌리티를 구성하는 재미를 느껴 보자.

라이트닝 리턴즈 파이널 판타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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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멸망까지 앞으로 13일, 어떻게 행동할 지는 게이머의 선택
라이트닝 리턴즈는 세상의 멸망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스토리가 시작되고 이러한 제한적인 시간배경은 게임 속에서 그대로 녹아 들어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 동안의 파이날 판타지 13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높은 자유도를 자랑하지만 제한적인 시간은 게이머가 어떻게 어떤 식으로 남은 시간을 활용할지 선택하게 만든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퀘스트는 메인 퀘스트, 사이드 퀘스트, 기도의 캔버스 까지 3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선행, 후행퀘스트는 존재하지만 기본적으로 게이머의 선택에 따라서 진행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메인 퀘스트는 옛 동료와 관련된 스토리로 라이트닝 리턴즈의 메인 시나리오를 관통하며, 사이드 퀘스트는 마을에 사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으며 유대감을 느낄 수 있으며, 기도의 캔버스는 일반적인 재료 수집형 퀘스트 들이지만 퀘스트 배경 텍스트를 통해서 또 다른 이야기를 체험할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

라이트닝 리턴즈 파이널 판타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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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진행 시 안내가 부족한 점은 아쉽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다양한 퀘스트를 통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체험하며 즐거움을 주고 있지만 그 과정이 만만치 않다. 메인 퀘스트의 경우 지도 상에 가야 할 장소를 표시하면서 도와주고 있지만 그 외의 퀘스트 들은 NPC와의 대화나 퀘스트 목록의 힌트를 통해서 어느 정도 시행착오를 겪으며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라이트닝 리턴즈는 남은 시간이 한정 돼 있는데다가 퀘스트가 가능한 시간이 한정된 경우도 있고, NPC의 경우도 항상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등장하는 시간대가 있다 보니 퀘스트내용에 나온 장소에 가도 아무 반응도 없는 경우가 있다. 별도로 NPC 등장하는 시간대에 대한 안내 메시지라도 있다면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한편으로는 제한된 시간 내에서 많은 사람들을 구해야 하는 라이트닝의 간절함(?)을 느끼게 하는 개발자의 의도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확실히 게이머를 위한 편의 요소가 부족하다. 개인적으로 전체 맵의 경우 별도의 화면을 불러오는 식이 아니라 게임 화면 내에서 겹쳐 볼 수 있게 했다면 상당히 편리했을 것 같은데 작은 미니맵 or 지도화면으로만 구분한 것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다.

라이트닝 리턴즈 파이널 판타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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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들간의 소셜 네트워크 요소
라이트닝 리턴즈에서는 게임 내에서 스크린샷을 촬영해서 다른 유저와 공유하거나 보스 몬스터급 사냥 시 나오는 스코어 올리기 등 다른 유저들과 경쟁하는 요소를 즐길 수 있다. 그냥 무시해도 진행하는데 아무 상관이 없지만 게임 내에서 구하기 힘든 아이템을 등록해서 판매하는 경우도 있으니 필요한 경우 활용하면 게임진행을 좀 수월하게 할 수도 있다. 특히 스크린샷이나 물품을 올릴 때 간단히 메시지를 남길 수도 있는데, 게임 상에 돌아다니는 NPC를 통해서 해당 정보를 보는 게 은근한 재미를 주기도 한다. 싱글 플레이 게임이지만 이렇게 작게 나마 유저들간의 소셜 네트워크 시스템은 꽤 괜찮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라이트닝 리턴즈 파이널 판타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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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미운 정이든 고운 정이든 13시리즈를 즐겨왔다면 주저 없이 택하라
파이날 판타지 13시리즈는 시리즈 중에서도 유저간의 의견이 많이 엇갈리는 게임이었는데 지금까지 시리즈를 즐겨왔다면 라이트닝 리턴즈는 놓치지 않길 바란다. 그 동안 파이날 판타지 13 시리즈를 즐기면서 느꼈던 개운치 못한 마음을 라이트닝 리턴즈를 통해서 크게 해소할 수 있다. 일단 벌려 놓은 스토리를 전체적으로 매끄럽게 수습하고 있고, 동료를 지키니 뭐니 이런 것들이 유치한 스토리라곤 해도 매듭은 확실히 짓고 있기 때문이다. 라이트닝 리턴즈에서는 과거 13시리즈의 추억요소도 상당부분 자극하고 있는 부분도 많아서 전작들을 재미있게 즐겼던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즐겁게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게임 자체가 완벽하다는 소리는 아니지만 그냥 분위기에 휩쓸려 어설픈 게임이란 선입견을 가지고 넘어가기엔 아까운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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