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엑스박스 원 국내 출시 편

닌텐도 관계자, 닌텐도 팬도 부정할 수 없는 이야기. 현재 전세계 비디오게임 시장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가 양분하고 있는 형국이다.

닌텐도 Wii가 엄청난 판매량을 보이면서 비디오게임 시장을 장악하고 잇던 시절만 하더라도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팬보이의 질투로 치부할 수 있던 이 이야기는, Wii U의 실패로 인해 현실이 되고야 말았다.

닌텐도 Wii U의 실패 때문이었을까? 비디오게임 팬들은 그 당시까지 존재가 드러나지 않았던 차세대 기종들, Xbox 360과 Playstation 3의 후속기종에 대해 이전보다 더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게이머들은 지금까지 경험했던 것이 아닌, 다른 차원의 경험을 하기를 원했고,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러한 게이머들의 열망에 답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지난해 5월은 이들 두 회사가 E3를 앞두고 게이머들에게 자사의 최신 비디오게임기를 선보인 시기였다. Xbox One(엑스박스 원 / 이하 엑박원)과 Playstation 4(플레이스테이션4 / 이하 플스4)로 명명된 이들 기기는 전세계 비디오게임 마니아들의 시선을 한 곳에 집중시켰다.

조영준 기자(이하 편드는 놈): 작년 E3는 간만에 분위기가 뜨거웠죠. 아주 오랜만에 신형 비디오게임기가 출시된 덕분에요.
조광민 기자(이하 말리는 놈): 사실 전년도에 닌텐도 Wii U가 먼저 공개됐지만, 이를 차세대 기기라고 인정하는 이는 많지 않았으니까요. 차세대 기종이라기 보다는 신형 기기라고 보는 게 어울리는 느낌이랄까.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가 차세대 기종을 선보인 시기는 같았지만, 이들이 중점을 둔 부분은 전혀 달랐다. 소니는 상당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플스4를 설계했다. 바로 '성능의 강화'였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부르짖고, 집착하다시피 하는 단어가 된 '혁신'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가장 안정적이면서도 오랜 기간에 거쳐 검증된 '신제품이 가져야 할, 특히 신형 게임기가 가져야 할 덕목'을 갖추고 나온 것이다.

반대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다음 세대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이미 Xbox360에서부터 멀티미디어 기능을 강화하며 '게임기를 통한 홈 엔터테인먼트의 구축'을 노렸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엑박원에서는 관련 기능을 대폭 강화하면서 엑박원을 단순한 게임기가 아닌 '거실의 주인공'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보였다.

하지만 우려를 보내는 게이머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 기능을 갖추는 건 좋지만, 하드웨어의 성능이 플스4에 비해 부족했기 때문이다. 가격이 플스4보다 100달러 비싸게 책정되어 가격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점하지 못 한다는 점도 불안요소로 지적됐다.

이러한 우려와 달리 엑박원은 지난해 11월 출시 이후 나름대로의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오는 9월, 국내 출시를 예고했다. 가격이나 패키지 구성 등의 세부 사항은 알려진 것이 없지만, 플스4와 함께 차세대 게임기 시장을 이끌어 가고 있는 기기가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된다는 소식은 게이머들을 들뜨게 하기에 충분했다.

ps4xboxone
ps4xboxone

까는 놈: 이에 대한 소식이 워낙에 없다보니, ‘이게 나오기는 하는 건가?’ 하는 의구심도 있었거든. 어쩌면 철저하게 함구한 것이 지금의 반응을 이끈 것은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이 드네.
말리는 놈: 아무런 입장을 표하지 않은 것 자체가 마케팅 기법이라고 생각하신 거네요.
까는 놈: 그냥 추측이야 추측. 결과에 빗댄 추측. 그건 그렇고 출시가 된다고 하니... 어떤 반응을 이끌지 기대가 되네.

편드는 놈: 플스4 런칭 때처럼 되지 않을까요. 사람들은 줄을 서고, 물량은 모자라고. 아. 생각만해도 국내 비디오게임 시장에 훈풍이 도는 느낌입니다.
까는 놈: 그리고 되팔이들도 설치고?
편드는 놈: ...아니. 그런 건 생각하지 않습니다. 훈훈하지 않아요.

까는 놈: 출시 후에 알 수 있겠지만... 적어도 한국 시장에서는 그런 일은 힘들지 싶은데.
말리는 놈: 그런 말 하시면 ‘플빠’로 오해 받습니다. 조심하시죠.
까는 놈: 아니. 특정 기종에 대한 애정에 입각한 말이 아니라고. 우선 국내 비디오게임 시장이 그다지 크지가 않다는 것 때문에 하는 소리야.

그럼에도 플스4가 그렇게 큰 인기를 얻을 수 있던 것은, 그 전까지 차세대 기종이 국내에 출시된 적이 없다는 것도 한 몫을 했다고 생각하거든? ‘차세대 게임이라고 요즘 난리라던데 나도 그거 맛 좀 봅시다!’ 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었을 것이야.

거기에 가격도 최신 게임기치고는 크게 비싸지 않았고. 성능도 좋은 편이었잖아. 알게 모르게 차세대의 기준이 된 1080p 해상도와 60프레임으로 돌아가는 게임을 선보였으니까. 게임기 본연의 성능에 충실했기 때문에 국내 게임 팬들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었던 것 같아.

편드는 놈: 엑박원의 국내 출시 가격이 아직 확정된 것도 아닌데, 가격 이야기를 하는 것은 좀 섣부른 것 같아요. 그리고 성능은 엑박원도 충분히 좋은 편 아닌가요?

까는 놈: 전작인 엑박360에 비하면야 그렇지만... 지금 엑박원은 엑박360이나 플스3가 아니라 플스4와 경쟁을 해야 하는 입장이잖아. 상대적으로 성능이 밀리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어. 똑같은 게임도 더 낮은 해상도로 나오거나 프레임이 하락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잖아.

편드는 놈: 그런 시선이 있기는 하죠. 하지만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측에서도 최적화를 통해 1080p 해상도를 갖춘 게임을 엑박원에서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구요.

까는 놈: 그렇게 되면 좋지. 기대할 일이고,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야. 전세대 기종들도 초기 게임이랑 후기 게임들의 그래픽 수준이 제법 심하게 차이가 났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그런 과정은 엑박원만 거치는 게 아니라는 거지. 플스4는 뭐 최적화가 안 되겠어? 기본적으로 엑박원이 멀티미디어에 치중하느라 하드웨어 스펙 향상을 너무 신경 안 쓴 것 같아.

사람들은 최소 50% 이상의 성능 향상을 기대했는데, 기껏해야 10~15% 수준으로 성능이 향상되면 실망할 수 밖에 없잖아. 상황이 이러니까 엑박원과 플스4의 성능 비교는 다음 세대 기종이 나올 때까지 이어질꺼야. 이 부분은 마이크로소프트가 계속해서 안고 가야 할 숙제라고 봐.

편드는 놈: 성능이야 뭐... 플스4보다 상대적으로 부족하기는 합니다만. 반대로 멀티미디어 기능은 플스4보다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지 않나요? 아니. 상대적이라는 말도 부족하죠. 현존하는 모든 게임기 중에 가장 강력한 멀티미디어 기능을 갖추고 있으니까요. 단순히 동작만 인식하던 키넥트도 더욱 진화해서 사람의 얼굴 근육까지 읽어내고, 야간에도 동작을 파악할 수 있으며, 음성인식을 활용한 게임 기능도 강조된 것은 플스4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이에요.

까는 놈: 지금 엑박원이 강조하는 강화된 멀티미디어 콘텐츠 지원은 훌륭해. 하지만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은 셋탑박스가 아니라 게임기였다고. 그렇다면 고퀄리티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성능을 갖춰놓고 나왔어야지.

요즘 유행처럼 혁신이라는 말이 번져. 뭐만 하면 ‘혁신이 없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혁신? 중요해. 하지만 최소한의 기본은 갖춰 놓고 혁신을 통해 새로운 것을 전달해야지. 기본을 갖추지 못 했는데 혁신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착한 이성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들하고 비슷한 거 같아.

말리는 놈: 뭔지 알 것 같네요 -_-

까는 놈: 저거 사실은 외모는 기본적으로 깔고 들어가고, 거기에다가 착하기까지 해야 한다는 뜻인 경우가 많잖아. 혁신도 마찬가지야. 기본 기능은 확실히 보장하면서 거기에 새로운 경험도 하고 싶다는 소리라고.

엑스박스원
엑스박스원

편드는 놈: 키넥트를 통한 게임 플레이는 확실히 새로울 것 같지 않나요? 플레이스테이션 무브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던 키넥트가 더욱 정교해졌으니... 이를 게임 속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기대하는 것도 재미있구요.

까는 놈: 기대하는 것이 재미있는 게 아니라 직접 즐기는 것이 재미가 있어야지 -_- 그리고 한국 주거환경에 비추어 보면 키넥트 활용이 얼마나 될런지도 미지수야. 기본적으로 키넥트는 거리와 공간을 확보한 상황에서 힘을 발휘하는 기기인데, 한국식 주거환경에서 그 정도 공간을 확보하는 게 쉽지가 않아.

말리는 놈: 그런 사람이 또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까는 놈: 비율적인 문제라고. 기능이 아무리 좋아도 써 먹을 수가 없으면 그건 계륵이지. 키넥트 뿐만이 아니라 엑박원이 강조하는 기능들이 대부분 한국 환경에서 크게 부각될 수 있을까 싶어.

편드는 놈: 키넥트 뿐만이 아니죠. 엑박원이 자랑하는 멀티미디어 기능. 이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편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게 또 하나의 장점이죠. 게임기 본영의 장점이 아니기에 ‘엑스박스 원’이 아니라 ‘셋탑박스 원’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합니다만...

까는 놈: 활용하기 나름이겠지만, 지금은 그에 대한 구체적인 미래가 제시되지 않았으니 현 상황만 놓고 말해보자. 엑박원으로 한국에서 즐길 수 있는 멀티미디어 콘텐츠가 뭐가 있을까?

미국에서는 스포츠 콘텐츠가 제법 활성화가 되서 그것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엑박원은 매력이 있긴 해. 하지만 한국은 이미 셋탑박스를 통한 콘텐츠 공급이 이동통신사를 통해 강력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이 틈바구니를 엑박원이 뚫고 들어올 수 있을지 걱정이야. 이미 엑박360 시절에도 기기를 통한 미디어 콘텐츠 공급이 미국에서는 활발하게 이뤄졌지만, 국내에서는 적용이 안 됐던 사례도 있잖아.

발표에서 공개된 Xbox One의 주벼기기와 본체
모습
발표에서 공개된 Xbox One의 주벼기기와 본체 모습

말리는 놈: 결국 마케팅이 관건이 될 수도 있겠네요.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 그리고 무엇을 공급할 것인지. 기기 성능을 포기하는 대신에 멀티미디어 기능을 강화했는데 이를 풀어내기 어려운 환경이라면 마케팅에 의해서 승부를 봐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까는 놈: 개인적으로는 엑박원이 처음 공개됐을 때부터 이런 생각을 했어 -_-
편드는 놈: 뭔가요?

까는 놈: 한국의 교육 콘텐츠랑 손을 잡는 것이지. 컨퍼런스에서 TV 기능을 강조하며 ‘TV 타령’을 하는 걸 보자마자 ‘이거 EBS랑 손 잡으면 대박이겠네?’라고 생각했거든. 한국에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는 안 팔려도 교육 콘텐츠는 팔리니까 말이지. 뭐 EBS가 아니라 각종 영어교육이나 사교육 사업자들과 제휴해도 괜찮고.

말리는 놈: 게임기를 교육 콘텐츠랑 묶어서 팔자구요?;
까는 놈: 게임 기능을 강조하기 보다는 멀티미디어 콘텐츠만 강조하는 걸 보아하니, ‘이놈들이 게임보다는 콘텐츠 장사를 하고 싶은 게로구나’ 싶었단다. 수험생 대상 프로모션도 가능하지 않을까?

키넥트로 플레이어 본인인지 아닌지를 체크해서, 수험생이면 로그인이 안 되게 막아놨다가, 수능이 끝나면 딱! 봉인을 풀어주는 거지. 그리고 ‘수능 공부하느라 고생했다’ 프로모션을 펼치면서 수험생 대상으로 게임 할인을 해주거나, 무료 게임을 푸는거지. 리딤 코드 입력하는 곳에 수험번호 입력하면 혜택도 주는 거야.

편드는 놈: ...시...신박하다!; 내가 그렇게 칭찬하던 키넥트가 이런 가능성을 갖고 있었다니!
말리는 놈: 하긴 판매촉진에 있어서 마법의 문구는 역시 ‘성적향상’이죠 -_-;;

<엑스박스 원은?>
발전된 게임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발전된 멀티미디어를 즐기게 해주겠다며 나온 마이크로소프트의 신형 비디오게임기. 사실, 엑스박스360 시절부터 미디어 콘텐츠 비즈니스에 관심을 보여온 마이크로소프트였기에, 이러한 결정이 완전히 놀라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플레이스테이션4의 성능과 비교되며 저평가 받고 있기는 하지만, 엑스박스 원에서만 즐길 수 있는 독점 게임이 갖고 있는 재미는 확실하기 때문에, 해당 시리즈의 팬들에게는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늬들은 헤일로 할 수 있냐?!’며 당당하게 말할 명분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러한 공격은 상대방이 ‘나 헤일로 안 좋아하는데?’라고 받아칠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엑스박스 원이나 플레이스테이션4나 모두 잘 팔려서 국내 비디오게임 시장이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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