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인퍼머스: 세컨드 선 편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하겠다. 작년 12월 17일, 플레이스테이션4(이하 플스4)가 국내에 처음 출시되던 그날에 본 기자는 플스4를 손에 넣었다. 아내가 플스4를 예약구매 해 준 덕분이었다. 그 이후로 약 3개월이 흐른 지금. 아내는 내가 플스4를 할 때마다 의아하다는 눈치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왜 오빠는 똑같은 게임만 매일 하고 있어?"

이런 말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 실제로 본 기자는 플스4로 매일 피파14와 NBA 2K14만 번갈아가며 게임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같은 게임만 반복하는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첫 번째는 본인 스스로가 스포츠게임을 너무나 좋아한다는 것이며, 두 번째는 다른 게임을 하고 싶어도 마땅히 할 게임이 없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플스4 발매 이후 적지 않은 이들이 '관심은 있지만 그다지 하고 싶은 게임이 없다'는 말을 하고는 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엔진이 새롭게 적용됐다고는 하지만 피파14, NBA 2K14, 배틀필드4는 이미 Xbox360과 플스3로 발매됐던 게임이기에 완전한 신작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었고 킬존: 쉐도우폴이나 넥의 경우는 하드웨어 판매를 견인할 정도의 무게감을 갖고 있는 게임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즉, 게이머들의 플스4에서 할 게임이 없다는 이야기는 '플스4에서만 즐길 수 있는 대작게임이 없다'는 의미였다.

인퍼머스 세컨드 선
인퍼머스 세컨드 선

이러한 와중에 플스3 시절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었던 인퍼머스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인 퍼머스: 세컨드 선이 지난 3월 21일 출시됐다.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인지도를 쌓았으며, 플스4 출시 이전부터 스크린샷을 통해 기대감을 쌓아올린 게임이 마침 '신작 기근'에 게이머들이 지쳐갈 즈음에 무려 한글화라는 한국시장 한정의 축복을 받고 출시됐으니 게이머들의 시선이 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조영준 기자(이하 편드는 놈): 이거 작년에 공개된 영상과 스크린샷을 보니까 그래픽이 엄청나더라구요. '누가 차세대 게임을 논하는가? 내가 바로 차세대 게임이다!' 라고 외치는 듯한 포스를 화면으로 뿜어내는 느낌?

조영준 기자(이하 편드는 놈): 초능력을 활용하는 능력자들의 싸움을 다루고 있으니 기술력만 받쳐준다면 여타 게임에 비해 더 눈호강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게임이었죠. 사람들도 여기에 집중을 했구요.

출시도 안 된 게임에 스크린샷만 보고 큰 기대를 하는 건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사람이라는 게 멋진 사진을 보면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지 않습니까? 소개팅 나가기 전에 상대방 사진만 보고 가슴이 부푸는 뭐 그런 상황이라고 할까요.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덕분에 인퍼머스: 세컨드 선(이하 인퍼머스)는 플스4 진영에 날개를 달아줄 대작게임에 버금가는 기대를 받게 됐어. 사람들이 영준이 네 말마따나 이 게임의 비주얼 때문에 엄청난 기대를 하기 시작했거든. 하지만 나는 애초에 이런 상황이 좀 불안하더라. 보통은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법이니까.

네 표현에 비유하자면 소개팅 전에 사진이 너무 예뻐서 기대를 잔뜩 했는데, 대화도 안 통하고 성격도 별로인 사람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지.

편드는 놈: 확실히 게임 출시 이후에 실망했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들도 있죠. 뭐 어떠한 게임에서도 나올 수 있는 의견이지만요.

인퍼머스 세컨드 선
인퍼머스 세컨드 선

까는 놈: 기대가 너무 커서 그런 것일 수도 있어. 나는 애초에 인퍼머스 시리즈가 이렇게 큰 기대를 받을 게임인가에 의구심이 좀 있었거든. 인퍼머스 시리즈가 플스3 진영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던 게임도 아니고, 아쉬운 점이 많이 지적되던 게임이기도 했으니까.

맵의 이곳저곳을 누비면서 초능력을 펑펑 날리면서 적을 제압하는 것은 분명 재미는 있지만 구조적으로는 아쉬운 점이 남는 그런 게임이 인퍼머스였어.

말리는 놈: 아쉬운 점이 없는 게임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편드는 놈: 비주얼 때문에 과대평가 됐다는 말씀이신 것 같은데... 그 이야기는 바꿔 말하면 그 정도로 비주얼이 인상적이었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실제로 인퍼머스는 게임을 즐기는 내내 광원이 번쩍번쩍하면서 사람들 눈을 즐겁게 만들어요.

특히, 게임 중에서 네온 스킬을 획득한 이후부터는 무슨 나이트클럽 온 것마냥 시종일관 번쩍번쩍하면서 전투를 펼칠 수도 있죠. 폭발 이펙트도 괜찮구요. 실제 시애틀의 지도를 게임 속에 통채로 옮겨 놓은 도시 경관도 기가 막히구요. 캐릭터의 표정도 살아있어요.

까는 놈: 그래픽 좋다는 건 아무도 부정 못 해. 차세대 기종으로 출시된 게임 중에 이렇게 이펙트 화려한 게임은 없었으니까. 아. 그러고보니 나도 스페이스 니들 앞에 갔던 적이 있는데, 스페이스 니들 앞에서 내가 널부러져 있던 구체 모양의 돌로 된 장식물도 있더라. 반갑더라구.

그런데 실제 도시를 통채로 옮겨 놨다는 건, 게임의 홍보요소는 될 지도 모르겠지만, 게임의 장점이라고 하기는 그렇지 않아? 신기하긴 해도 플레이에 큰 영향을 주진 않잖아. 뭐. 시애틀 택배기사가 이 게임을 하면 맵도 안 보고 돌아다닐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_-

그리고 반대로 오픈월드 맵을 채택한 게임들은 그로 인해 얻는 잇점만큼이나 혹독한 평가를 들을 각오를 해야 돼. 완전히 개방된 맵을 활보하면서도 게이머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어야 하거든.

말리는 놈: 그러고보니까 오픈월드 게임인데 자유도가 높지 않고, 퀘스트 종류도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많더군요.

인퍼머스 세컨드 선
인퍼머스 세컨드 선

까는 놈: 오픈월드 게임에서 샌드박스 장르의 특징을 기대했다면 갖게 될 불만이야. 실제로 이 게임을 처음 보면 시작부터 맵의 아무 곳이나 갈 수 있도록 개방형 구조를 띄고 있어서, “오! 아무거나 할 수 있나?”와 같은 기대를 하게 되기는 해. 하지만 이 게임은 샌드박스 장르가 아니라 액션 장르의 게임이야. 단지 액션 장르의 게임에 맵만 개방형 구조를 택하고 있을 뿐이야.

물론 그런 점을 감안해도 저런 지적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라는 게 문제야. 실제로 이 게임은 꽤나 평면적으로 진행되는 게임이야.

편드는 놈: 음... 캐릭터의 행동에 따라 선과 악으로 성향이 갈리게 되고, 이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달라지고 엔딩까지 달라지게 되는데요? 이 정도면 나름의 자유도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입체적인 진행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로 보입니다. 실제로 자신이 원하는 성향에 맞춰 게임을 진행할 수 있구요.

까는 놈: 그 선과 악을 나누는 구조가 너무 답답하게 느껴졌어. 게임 내에 캐릭터의 성격을 뒤흔드는 분기가 많이 나오지 않아서, 게이머 플레이 성향에 따라 선이나 악 루트를 타게 되는데, 이게 은근히 플레이 형태를 강제해. 반대 성향의 행동을 하면 패널티를 받게 되서, 선 루트로 게임을 진행하면 악한 행동을 하면 안 돼서 플레이에 제약이 생겨.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고. 답답한 느낌이 들더라.

게임이 평면적으로 느껴지는 또 다른 이유는 지역을 옮겨 다니며 게임을 진행해도 내가 할 수 있는 미션이 다 같은 모습이라는 점도 있어. 이 지역에서 저 지역으로 넘어가도 내가 할 일은 카메라를 부수거나, 적 이동 지휘소를 날려버리거나 해서 적의 장악률을 30% 수준으로 떨군 다음에 메인 미션을 수행하는 게 고작이잖아. 서브 퀘스트가 너무 고정적인 데다가 몇 종류가 없어. 메인 퀘스트를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그런 느낌이지. 이러면 게임이 질릴 수 밖에 없어.

더군다나 이 게임은 메인 스토리도 볼륨이 큰 편이 아니야. 기껏 시애틀을 게임에 옮겨 왔으면 그 안에서 다양한 놀이를 할 수 있도록 구비를 했으면 좋았을텐데... 해외 리뷰어들도 이런 점 때문에 점수를 많이 깎더라.

말리는 놈: 성향 구분이 어떻게 되던 간에, 자신이 올라탄 루트에서 얻을 수 있는 스킬을 다양하게 구사하면서 적을 제압하는 재미는 확실하지 않나요? 더군다나 이번 작품에서는 초능력의 종류도 다양하잖아요. 연기, 네온, 비디오에 콘크리트까지.

인퍼머스 세컨드 선
인퍼머스 세컨드 선

까는 놈: 특정 초능력이 너무 좋아서 일단 그것만 쓰게 돼. 능력마다 특화된 장점이 없어. 원거리 특화, 근거리 특화, 기동성 특화 등의 장점 말이야. 뭐 이런 점이야 취향에 맞게 게이머가 정할 일이긴 하다만. 정작 문제는 내가 제압해야 할 적에게 있어. 적들의 디자인이 죄다 똑같아.

편드는 놈: 스토리가 시애틀이라는 도시 하나에서 진행되고, 적도 D.U.P.라는 특정 단체니까 룩이 다 비슷하게 보이는 것 아닐까요? 그래도 인공지능도 괜찮아서, 은폐나 엄폐도 확실히 하면서 주인공을 공략하지 않습니까. 단순히 터렛처럼 멍하니 서 있는 느낌은 없어요.

까는 놈: 그야 그렇긴 한데. 왜 D.U.P.에는 소총수나 저격수 밖에 병과가 없냐 -_-; 근접전 스페셜리스트도 있을 법한데, 적이 죄다 원거리에서 총만 쏘고 있잖아. 이 게임이 액션 게임이라면 ‘캐릭터의 전투’가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적들의 공격 패턴이 몇 개 없다보니까 게이머가 일부러 ‘패턴을 바꿔서 싸워볼까?’ 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전투도 초반부터 후반까지 거의 똑같이 진행하게 돼.

게이머가 플레이 패턴을 바꾸도록 하는 계기를 제공하지를 않는다고. 액션 게임에서 이거 굉장히 치명적인 문제다? 이펙트는 펑펑 터져서 눈은 화려한데, 어딘가 심심한 느낌이 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

편드는 놈: 그래도 전작보다 확실히 발전한 게임인 것 같아요. 건물 벽을 일일이 타고 올라가지 않아도, 환풍구를 통해 건물 옥상까지 단숨에 올라갈 수 있고, 네온 능력을 얻고 나면 굳이 모노레일에 올라타지 않아도 거점과 거점 사이를 빠르게 이동할 수도 있고 말이죠. 전체적으로 이동에 들이는 시간을 대폭 감소 시켜서 원활한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했어요.

까는 놈: 편해. 전작보다 편의성은 대폭 좋아졌어. 다만 아쉬운 건 차세대기로 넘어오면서 그래픽과 편의성은 발전했지만, 게임의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구조 자체가 아직도 투박하다는 거야. 그래픽이 좋아진 것만큼 즐길거리도 많아졌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인퍼머스 세컨드 선
인퍼머스 세컨드 선

말리는 놈: 그래픽 때문에 너무 큰 기대를 하고, 나름의 재미가 있으면서도 그래픽만큼의 만족도를 못 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공허하게 느끼신 거 같네요.

까는 놈: 응. 나는 이 게임에 점수를 준다면 한 8점 정도를 주고 싶어. 하지만 그래픽이라는 요소를 완전히 배제한다면 7점 정도 밖에 못 줄 것 같아. 확장팩이라도 DLC로 나오려나? 오히려 후속작에 기대가 된다. 이렇게 화려한 그래픽으로 좀 더 내실을 다져서 나온다면 아쉬울 게 없을 것 같으니까.

편드는 놈: 그런데 한준 선배... 인퍼머스 깨는 데 며칠이나 걸리셨어요?
까는 놈: 이틀 정도 걸렸나? 하루 5~6시간 정도 하니까 되던데?
편드는 놈: 그렇게 게임 해도 형수님이 뭐라고 안 합니까?;;; 주변 유부남들은 게임 한 시간만 해도 뭐라고 한다고 하던데;;

까는 놈: 3시간 넘어가니까 눈치를 막 주기는 하더라;;
말리는 놈: 인퍼머스: 세컨드 선 하시기 전에 선배의 퍼스트 선부터 만드시는 것이...
편드는 놈: 허허허. 거 이 친구. 짓궂기는. 허허허.
까는 놈: 이 놈들이 왜 이래 이거;;; 내가 여자였으면 너희들 전부 성희롱으로 신고했을거야 -_-

<인퍼머스: 세컨드 선>은?
게임의 부제인 세컨드 선은 ‘Second Son’으로 두 번째 태양이라는 뜻이 아니다. 본 기자는 ‘Second Sun’으로 알고 이 작품이 환경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웰빙 게임인 줄 알았던 시절도 있다. 주인공인 ‘델신 로우’의 성격만 보면 ‘이런 성격이면 삐뚤어지기 딱 좋은데...’라는 느낌이 들기에 선 성향으로 게임을 하면서 묘한 이질감을 느끼기도 했다.

게임의 수집 요소는 매우 적은 편이지만, 선 성향-악 성향으로 나뉘어져 있는 게임 구조 때문에 자연스럽게 2회차 플레이를 유도하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 플레이는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하는 선 성향보다는 눈에 보이는 건 모조리 부수고 다녀도 되는 악 성향으로 하는 편이 좀 더 호쾌하고 시원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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