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디아블로3: 영혼을 거두는 자 편

디아블로3. 2012년 5월에 출시된 이 작품은 본 기자와 끈질긴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디아블로3와 연관된 추억을 하나씩 풀어보자면...

추억1: 출시가 되자마자 한정판 패키지를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지만 결국 못 구했다.

추억2: 출시 후 3일 안에 게임 리뷰를 써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그 유명한 ‘에러37’ 때문에 리뷰 마감일 직전까지도 게임을 한 번도 못 했다. 결국 리뷰를 위해 철야를 했지만... 철야 기간에 기자가 한 것은 ‘게임 플레이 5분, 재접속 시도 5분’의 반복이었다.

추억3: 하필이면 당시 내가 선택한 직업은 야만용사. 난이도가 조금 높아지자마자 ‘야만용사가 아니라 빛의 속도로 전사하는 광전사구나’라고 깨닫게 됐다. 그래서 야만용사를 버리고 선택한 직업은... 수도승이었다 -_-;

추억4: 블리자드 코리아가 환불 정책을 발표했다. 바쁜 일정과 지속적인 서버 문제 때문에 플레이를 거의 못 하고 있었기에 아쉬움을 머금고 환불을 받기로 결정을 했다. 하지만 내 계정은 ‘중국인 장씨’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해킹을 당한 상황이었고... 내 계정을 훔친 이 사람은 내 계정에 ‘만랩 캐릭터’를 잔뜩 선물해놨다. 환불을 받지 못 했음은 물론이다.
(당시 디아블로3의 환불은 계정 내 최고 레벨 캐릭터가 40레벨 이하일 때만 가능했다.)

추억5: 2013년 4월 19일. ‘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코너(당시 제목은 ‘게임동아 놈놈놈’)의 첫 소재가 바로 디아블로3였다. 원고를 10번도 넘게 썼다가 지웠다가를 반복하는 와중에 커피를 10잔을 넘게 마신 결과, 위염에 걸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조영준 기자(이하 편드는 놈): 어째 좋은 추억은 하나도 없는 것 같은데요? 즐거웠던 추억은 하나도 없으신가요?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손도 안 댔는데 만랩캐릭터 3개라는 부당이득을 얻은 거 말고는 없어 -- 내 인생의 유일한 부당이득이야 --

조광민 기자(이하 말리는 놈): 인연의 힘이란 게 대단하긴 하네요. 이번에 또 디아블로3를 다루고 계시니까요.
까는 놈: 확장팩 나왔으니 별 수 있나... 인기가 많으니 별 수 있나...
편드는 놈: 시작 전부터 싫은 티를 이렇게 팍팍 내면 어쩝니까;

디아블로3 영혼을 거두는 자
디아블로3 영혼을 거두는 자

게임트릭스가 공개한 PC방 인기순위를 보면 디아블로3는 11.78%(4월 3일 기준)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확장팩 출시 이후 꾸준하게 순위가 상승한 덕분이다. 재미있다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쉽게 들을 수 있다.

까는 놈: 게임이 확실히 많이 좋아지긴 했지? 이번엔 에러37로 고생하는 사람들도 없고... ‘2년 전에 이렇게 나왔어야 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고. 분위기가 참 좋네.

편드는 놈: 게이머들이 재미없는 게임을 재미있다고 하는 경우는 없으니까요. 칭찬이 나올 정도로 잘 만들었어요. 2.0 패치를 통해 게임이 많이 달라졌는데, 이번 ‘영혼을 거두는 자’ 확장팩을 통해 더욱 진일보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디아블로3에 실망한 사람들도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아요.

까는 놈: 기사 하나 써라. ‘디아블로3는 어떻게 다시 인기게임이 됐는가?’ 이런 제목으로.말리는 놈: 점유율 4강 탈락 시키실 생각이신가요?

편드는 놈: 그런 기사는 안 쓰겠지만... 칭찬할 건 수두룩합니다. 게임이 정말 많이 좋아졌어요. 디아블로 시리즈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점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 점을 집중적으로 보완했다는 느낌? 블리자드가 ‘가렵지? 긁어줄게!’ 했더니 사람들이 ‘아이~ 시원해!’ 하는 상황이라구요.

디아블로 시리즈가 아이템 파밍이 주가 되는 게임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어요. 간단한 조작으로 맵을 이곳저곳을 누비면서 적을 도륙하고, 얻는 아이템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강하게 만드는 ‘핵&슬래쉬’ 장르의 창시자 격인 작품이니까요.

디아블로3의 경우는 게임의 밸런스 문제와 아이템 드랍율에 문제가 있어서 일정 시점이 지나면 게임이 급격하게 지루해지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번 확장팩에서는 그런 문제가 개선이 됐습니다.

말리는 놈: 일반 난이도에서도 최상급 난이도에서 볼만한 전설 아이템이 드러나서 눈호강을 하게 하더라구요. 능력치 자체는 조금 낮기는 하지만 해당 난이도를 클리어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니 나름대로 만족스러웠어요.

디아블로3 영혼을 거두는 자
디아블로3 영혼을 거두는 자

편드는 놈: 여기에 제작 시스템도 게임에 흥미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구요. 전설 아이템을 분해하면 얻는 재료로 다른 ‘전설템’을 만들 수 있어서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순환해요. 사냥을 하다가 전설 아이템을 얻고, 이를 분해해서 더 좋은 전설 아이템을 만드는 식이죠. 여기에 최상급 난이도에서만 얻을 수 있는 전설 아이템 제작 도면도 존재해서 사람들의 도전욕을 고취시키고 있어요. 구조 자체가 아예 달라진 게 이번 확장팩의 특징입니다.

까는 놈: 말하자면 게임의 정체성을 드디어 찾았다는 건가?
말리는 놈: 사람들이 괜히 ‘진작에 이렇게 나왔어야 했다’고 말하는 게 아니에요.

까는 놈: 그래픽도 제법 좋아진 거 같더라? 정확히 말하자면 그래픽이 아니라 디아블로 특유의 음습한 분위기를 살렸다고 해야겠지만. 디아블로3는 밝은 색감의 스테이지가 많아서 게임의 정체성과 어울리지 않았거든.

편드는 놈: 이번에는 특유의 ‘딥 다크’한 분위기가 살아있습니다.
말리는 놈: 시리즈의 세계관과 게임의 비주얼이 일치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어요. 너무 피곤한 나머지 어깨가 뭉쳤는데도 ‘오 마이 숄더’를 중얼거리면서 게임을 하게 된다니까요?

까는 놈: 그래픽에서 나타나는 분위기는 시리즈의 정체성과 잘 어울리기는 하는데...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는 좀 아쉽지 않아? 파밍 자체의 재미는 확실히 좋아진 것 같은데, 스토리를 읽는 재미가 없어. 확장팩 액트도 1개 뿐이라 볼륨도 부족한 것 같고. 맵 여기저기를 쑤시고 다니는 재미는 있다지만... 그래도 돈 낸만큼 즐기고 싶은 게 인지상정 아니겠어?

편드는 놈: 새로운 스토리가 추가되면서 디아블로3에서 묘사가 부족했던 부분에 대한 설명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추종자들의 과거사를 알아가는 것도 흥미롭구요.

까는 놈: 그건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가 좋기 때문에 재미있는 게 아니라, 디아블로 시리즈의 세계관 자체가 흥미로우니까 그런 것이지. 누가 해도 재미있을 이야기를 접하니까 재미가 있는 거야.

솔직히 나는 세계관을 흥미롭게 잡아놨으면 스토리 텔링에도 집중했으면 좋았을 것 같아. 추후 또 다른 확장팩에서 이야기를 더 풀어낼 여지는 있겠지만 말이지. 세계관 기껏 잘 잡아놨는데 이야기를 서사를 재미없게 하면 세계관을 만든 사람에 대한 모욕이라고.

디아블로3 영혼을 거두는 자
디아블로3 영혼을 거두는 자

말리는 놈: 좋게 생각하면 그 정도로 게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파밍 요소’에 집중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까는 놈: ‘파밍 밖에 없는’ 게임이라 할 수도 있는 거고 말이지. 그리고 블리자드는 왜 이렇게 타락을 좋아하는 거야? 애들이 자꾸 타락해.
말리는 놈: 그러고보니 워크래프트의 아서스도 타락했고, 디아블로 시리즈 내내 인물들이 타락하고... 스타크래프트2에는 아예 ‘타락귀’라는 유닛이 나왔네요;
편드는 놈: 블리자드의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까는 놈: 아까 스토리 이야기를 했는데, 디아블로의 존재감이 가면 갈 수록 약해지는 것 같아. 디아블로3때도 최종 보스가 가장 인상이 약하더니만 -_-;; 이번에는 최종보스가 말티엘이라서 더 이미지가 흐릿한 거 같아. 게임 제목에 이름이 노출될 정도면 게임 내에서도 존재감이 묵직해야 하는 것 아니야?

말리는 놈: 아니 뭐 꼭 그럴 필요는;
까는 놈: 영화에서도 그렇다고. 에일리언도, 프레데터도, 젖소부인, 터미네이터도 작품 내에서 그 입지가 장난이 아니야. 혼자서 작품을 지배한다고.

편드는 놈: 응?; 중간에 스파이가 하나 있는 것 같은데요;
까는 놈: 특히 젖소부인은 정말 묵직했지... 디아블로는 전혀 묵직하지가 않잖아!
편드는 놈: ...뭐가 말입니까;

말리는 놈: 작품 내 캐릭터의 존재감을 말하는 것 같은데요. 거 보세요. 표현을 확실히 안 하니까 이렇게 오해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습니까. 이 이야기는 넘어가고 게임 내 스킬 밸런스에 대해 이야기를 하시죠?

편드는 놈: 디아블로3에서는 네팔렘의 축복이라는 시스템 때문에 특정 스킬만 사용하게 되는 결과가 있었죠.
까는 놈: 그래. 블리자드가 무슨 디아블로3 발매 전에는 다양한 스킬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서 플레이 다양성을 확보하겠다고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지.

편드는 놈: 이번에는 정말 다양해요. 언제든지 자유롭게 스킬을 바꿔가면서 전투를 진행할 수 있어요. 게다가 아이템이 특정 스킬에 추가 대미지를 주는 속성을 지닌 경우가 제법 많아요.

이런 아이템을 통해 게이머가 다양한 스킬을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어? 이런 능력치가 있어? 그럼 이번엔 이 스킬 위주로 놀아보자’ 하는 마음을 먹게 되는 겁니다. 영리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방식이죠.

디아블로3 영혼을 거두는 자
디아블로3 영혼을 거두는 자

말리는 놈: 성기사라는 신규 직업이 나오고 직업별 스킬도 보완이 됐구요. 파밍과 그를 위한 수단이 되는 사냥의 재미를 확실하게 다지기 위해 애쓴 것이 느껴져요.

까는 놈: 그래도 직업 밸런스는 여전히 엉망 아니야? 아까 블리자드가 타락을 좋아했는데, 얘들은 타락만큼이나 마법사도 좋아하는 거 같아. 해리포터 영화 극장에서 개봉하면 디아블로3 개발진들 죄다 단체관람 하러 갔을 것 같다니까.

아니 무슨 진짜 블리자드 사장 딸이 마법사야? 왜 이렇게 마법사만 강해? 그리고 부두술사는 이번 확장팩에서도 존재감이... 혼령을 사용하는 캐릭터라더니 왜 부두술사를 혼령을 만든거야!

말리는 놈: 뭐 블리자드가 개발한 게임이 밸런스가 잘 맞는 경우는 드물었으니까요. 스타크래프트가 밸런스가 잘 맞았다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사실 이건 오랜 기간에 걸쳐 리그가 진행되고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게이머들이 밸런스 잡아줬던 거라고 봅니다.

까는 놈: 파밍에 계속해서 집중할 수 있는 순환구조를 만든 것이 이번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은데... 아쉬운 건 파밍으로 얻은 결과물로 할 수 있는 게 사냥 말고는 없다는 거야. PK 콘텐츠가 너무 빈약해.

사람들이 아이템 파밍을 하는 건 사냥을 쉽게 하기 위함도 있지만, 남들에게 자신의 아이템을 자랑하고 싶은 경우도 많아. 자랑도 그냥 ‘내 아이템을 봐. 어떻게 생각해?’ 하는 정도로 하는 게 아니라 남들에게 ‘힘자랑, 멋자랑’ 하면서 반강제적으로 체감시켜 주면서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고.

디아블로3가 파밍만 부각되는 이유는 아까 말한 것처럼 스토리 텔링이 약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PK 콘텐츠가 없어서 그런 것도 있어. 투기장이 있긴 하지만 그다지 큰 장점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부각이 안 되고 있고. 이거 빠른 시간 내에 개편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디아블로3를 하는 사람들이 더 신나서 파밍을 하고, 더 즐겁게 게임을 하지.

말리는 놈: 그런데 한준 선배... 뭐 하나 물어봐도 됩니까?
까는 놈: 응? 뭐?
말리는 놈: 아까 그... 묵직하다는 이야기 하신 거. 정말 작품 내 존재감 이야기였죠?
까는 놈: 그럼그럼.

디아블로3 영혼을 거두는 자
디아블로3 영혼을 거두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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