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프로야구2K14 편

넥슨에서 서비스 중인 야구 온라인게임 프로야구2K는 프로야구 개막에 맞춰 이름을 프로야구2K14로 개명했다. 해가 바뀌면서 새롭게 출시되는 신작 스포츠게임 시리즈의 뒤에 년도를 뜻하는 넘버링이 붙는 경우는 흔하지만, 서비스 중인 온라인게임이 이름을 바꾸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본래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바꾸는 경우도 있지만 과거와는 달라지기 위한 각오를 담아 이름을 바꾸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프로야구2K14의 개명은 후자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잘 만들어진 게임임에도 아쉬운 면이 있었고, 그보다 더 아쉬운 성적을 남긴 것이 프로야구2K였으니까. 이런 점을 개발사 스스로도 알고 있었나보다. 프로야구2K14는 이런 아쉬움을 개선하기 위한 넥슨, 네오플, 비주얼콘셉트 코리아의 의지가 담긴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2014 프로야구 시즌이 개막했으니까 오늘은 야구게임. 그 중에서도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는 자세로 등장한 프로야구2K14를 다뤄보자. 그건 그렇고 올해는 한화가 우승하겠지?

조영준 기자(이하 편드는 놈): 어디서요? 프로야구에서요?
조광민 기자(이하 말리는 놈): 재계 1위를 노리는 게 차라리 더 현실성 있지 않을까요?

까는 놈: 농담을 받아주지를 못 하는구만 -- 됐어. 게임 이야기에 집중해야지. 농담도 못 받아주는 여유 없는 것들 --
편드는 놈: 농담한 거 아니잖습니까; 선배가 빙그레 시절부터 한화 팬인거 게임동아 식구들 전부 다 알고 있는데요.

말리는 놈: 프로야구2K14는 사실 국내 야구 온라인게임 시장에서는 독특한 입장의 게임이라고 할 수 있어요. 비디오게임 시장에서 인정 받은 MLB2K 시리즈를 온라인 환경으로 옮겨온 게임이거든요.
편드는 놈: 피파온라인3하고 비슷한 입장의 게임이네요. 피파온라인3도 비디오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게임이니.

까는 놈: 성적이 엇갈리긴 했지만 말이지. 하지만 프로야구2K의 부진이 온전히 게임성이 부족해서라고 보기는 어려워. 축구 온라인게임 시장이 무주공산이었고, 피파온라인2의 영광을 그대로 이어올 수 있었던 피파온라인3와는 출발선이 달랐으니까. 야구 온라인게임 시장은 '카드게임'판이 된 상황이었고, 경쟁작도 제법 많은 상황이었거든. 험준한 바닥에 발을 내딛은 셈이었지.

말리는 놈: 게임의 성공이 시장상황에 큰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프로야구2K14. 그러니까 작년의 프로야구2K에 아쉬운 것이 없던 것은 아니지 않나요? 경기 템포가 상당히 길어서 게임 한 번 하는데 오래 걸렸고, 인터페이스나 게임의 조작도 비디오게임의 느낌을 살리는데 집중하다 보니까 국내 온라인게임 이용자들에겐 너무 이질적인 느낌도 있었구요.

편드는 놈: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까요? 이름이 바뀌면서 이러한 부분들도 완전히 개선됐어요. 새롭게 즐길만한 콘텐츠인 마이 플레이어 모드도 추가됐구요. 이 정도면 업데이트가 적용된 게임이 아니라 후속작이라고 해도 될 수준입니다.

까는 놈: 그렇지 않아도 이전에 개발진들을 인터뷰 했을 당시 게임을 완전히 새롭게 하나 만드는 정도의 노력을 했다고 말할 정도였지. 그래픽까지 개선했으면 말 다한 거 아니겠어?

말리는 놈: 마이 플레이어 모드면 그거죠? 선수 한 명 육성하는 모드.
편드는 놈: NBA2K 시리즈에도 있고 MLB2K 시리즈에도 있는 바로 그 콘텐츠 맞아요. 선발투수, 구원투수, 1루수, 2루수, 3루수, 유격수, 외야수. 심지어는 포수까지도 경험할 수 있어요.

해당 포지션의 입장에서만 게임을 즐길 수 있어서, 투수 혹은 타자의 시점으로만 게임을 즐겨야 하는 일반적인 야구게임과는 완전히 새로운 재미를 줍니다. 어떤 방식으로 선수를 키울 것인지를 스스로 택할 수도 있구요.

까는 놈: 육성의 재미가 더해진 셈이야. 이게 프로야구2K14의 굉장히 강력한 무기일 수 밖에 없는 것이 다른 게임에는 이런 모드가 없거든. 육성 콘텐츠는 대부분 주렁주렁 달고 나오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 육성이라는 것이 확률에만 의존해야 하고, 원하는 수치만 골라서 육성할 수도 없는 식이니까.

편드는 놈: 내가 원하는 부분만 콕 찝어서 집중적으로 키울 수 있다는 게 재미요소죠. 거기다가 실존하는 선수들을 데려와서 내 마음대로 키울 수 있는 것도 장점이구요.

까는 놈: 난 류현진을 도루왕으로 키우고 있어. 도루 타이밍을 못 잡아서 자꾸 죽는 게 문제지만 -_-;

말리는 놈: 넥슨 측에서도 아예 그런 부분을 마케팅 요소로 잡고 있는 것 같아요. 도루왕 이대호, 거포 류현진을 키워봅시다. 뭐 이런 느낌으로.

까는 놈: 내가 좋아하는 선수를 내 입맛에 맞게 골라서 키운다는 건 확실히 재미있는 요소이긴 한데. 비디오게임으로 MLB2K 시리즈를 많이 즐겼던 탓인지 아쉬운 부분은 좀 있어. 원작을 즐긴 이들이라면 모두 같은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많은 이들이 즐기도록 하기 위해서인지, 복잡한 요소는 전부 빼고 콘텐츠를 가지고 온 느낌이야. 연봉계약이나 트레이드, F.A. 계약 체결, 광고 계약 같은 것 말이야. 있다 없으니까 허전하더라고.

편드는 놈: 하지만 그런 걸 다 가지고 왔으면 너무 게임이 복잡하지 않을까요? 선수를 키워서 대전을 즐기는 것에만 집중했다고 봐야죠. 이건 이식이 부실했다기 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했다는 느낌이 더 강해요.

말리는 놈: 사실 이런 불만은 원작을 즐겼던 사람이기에 가질 수 있는 불만이죠,

까는 놈: 그렇지. 이 게임은 MLB2K가 아니라 프로야구2K14까. 한국 사람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게 맞는 방향이었겠지.

편드는 놈: 마이 플레이어 모드 이야기만 하는 게 조금 그렇기는 한데... 아무래도 이 콘텐츠가 이번 업데이트의 핵심으로 느껴져서 이 얘기 밖에 할 수는 없군요; 게임 밸런스가 확 달라진 것도 아니고 엔진이 달라진 것도 아니니까요.

말리는 놈: 게이머 입장에서는 즐길 것이 확실하게 생겼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어요. MMORPG에서 새로운 클래스가 추가되는 것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도 새로운 방식으로 사냥을 하고 PvP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니까요. 형태가 어떻게 되던지 게이머들에게 ‘새로움’을 전달한다는 것은 중요한 가치에요. 게이머들도 그런 가치를 알기 때문에 열광하는 거구요.

까는 놈: 맞아. 더군다나 대부분의 야구 온라인게임들이 격변 수준의 변화보다는 새로운 선수를 추가하고, 구단을 운영할 수 있는 여지를 좀 더 확장하는 것 이외에 구조적인 변화를 주는 경우가 없으니. 프로야구2K14의 이러한 변화가 더욱 눈에 띄는 것 같아.

말리는 놈: 무언가 새로운 것이 더해졌으니, 더 높은 순위를 노려보는 것도 기대할 수 있겠죠.

까는 놈: 그래. 한화에 대형 F.A.가 둘이나 왔으니 더 높은 순위를 기대하는 것처럼 말이야 -_-
편드는 놈: 시작을 한화 이야기로 하시더니 결말도 한화 구단 이야기로 끝내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