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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메탈기어 솔리드 그라운드 제로즈 편

김한준

비단 액션게임이라 하면, 근육질의 사나이가 나와서 맨손으로 혹은 최소한의 장비를 활용해 쏟아져 나오는 ‘악의 무리’를 무찌르는 것이 상식이었던 시절. 이러한 상식을 발칵 뒤집어 놓은 게임이 출시됐다. 군대 훈련에서 그렇게나 강조하던 ‘기도비닉’의 중요성을 게임에 도입한 메탈기어 시리즈는 액션 게임의 기치를 ‘많이 맞으면 죽는다’에서 ‘들키면 죽는다’로 바꾸며, 게이머들에게 긴장감이 유발하는 재미가 무엇인지를 알게 해줬다.

1987년에 MSX2로 메탈기어가 처음 출시된 이후, 2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대단히 많은 시리즈가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최근 출시되며 많은 화제와 논란을 일으킨 메탈기어 솔리드5: 그라운드 제로즈(Metalgear solid V: Ground zeroes / 이하 그라운드 제로즈)는 이러한 메탈기어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메탈기어 시리즈는 나에게 각별한 게임이야. 추억이 많기도 하고, 그만큼 열심히 하기도 했고.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이 게임을 처음 해봤는데, 잊지 못할 기억을 안겨주기도 한 게임이기도 하거든.

조영준 기자(이하 편드는 놈): 뭐 때문에요?

까는 놈: 그 전에 하던 게임들은 앞으로 걸어가다가 적이 보이면 아무런 생각 없이 달려가서 공격버튼을 연타하는 식으로 게임을 진행하면 됐는데… 메탈기어는 스테이지 구성이 일자형이 아니라 길을 찾아다녀야 했고, 적을 만나서 무작정 싸움을 걸면 되려 내가 죽어버리니 어린 마음에 당황스러울 수 밖에
.
조광민 기자(이하 편드는 놈): 문화충격을 받으셨겠네요. 기존 게임과는 추구하는 바가 완전히 다른 게임을 어린 나이에 접하셨으니.

까는 놈: 당시엔 ‘우와~ 이거 되게 재미없다. 다른 거 해야지~’ 하고 넘어갔으니, 충격을 받았다기 보다는 ‘세상엔 이렇게 재미없는 게임도 있구나’ 라는 걸 처음으로 알게 해 준 게임이라고 해야겠지. 중학교에 들어가고 나서야 이 게임의 진가를 알았다니까? 그리고 1998년에 나온 메탈기어 솔리드를 하면서 정말 큰 충격을 받았고.

편드는 놈: 지금에 와서는 메탈기어 솔리드의 인공지능이 너무 떨어져서 엉성한 게임이라느니, 엉터리 잠입이라느니 하는 말이 많지만, 그 당시 메탈기어 솔리드는 정말 충격적이고 재미있는 게임이었죠. 오래된 게임을 지금 하면 재미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나름대로 재미있게 할 수 있더만요.

그라운드 제로즈

까는 놈: 취향에 안 맞으면 재미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취향에 안 맞으면 뭐든 재미가 없을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엉터리 잠입이라는 표현은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긴 한다. 인공지능이 엉성하기는 하니까. 시선 밖에 벗어나 있으면 바로 뒤에 서 있어도 모르니까.

하지만 이 게임 장르는 엄연히 잠입 ‘액션’이야. 잠입 ‘시뮬레이션’이 아니라고. 액션게임에서 잠입이라는 개념이 도입된 것에 의의가 있다고 보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여튼. 이런 것과는 별개로 그라운드 제로즈는 나에게 또 한 번의 충격을 안겨준 메탈기어 시리즈야.

편드는 놈: 게임이 그렇게 재미있습니까?
까는 놈: 아니. 재미있어지겠다 싶으면 게임이 끝나 -_-

말리는 놈: 애초에 게임 출시 이전부터 플레이 타임이 짧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충격 받을 것까지야 있나요;

까는 놈: 짧다고 짧다고 해도 이렇게 짧을 줄은 몰랐지. 감독인 코지마 히데오가 이 게임은 본편인 메탈기어 솔리드 5: 팬텀페인의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는데… 프롤로그도 아니고 튜토리얼을 돈 주고 판 느낌이야. 뒷통수 맞은 것 같더라고. 2시간도 안 했는데 엔딩을 봤으니까.

편드는 놈: 선배와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많더라구요. 테스트 버전 같다는 의견도 많은 걸 보니 선배가 유난을 떠는 것 같지는 않네요.

까는 놈: 내가 언제 유난을 떨었다고 -_- 그리고 테스트 버전이라는 말에는 나도 동감이네. 코나미 이놈들이 사람들 반응을 테스트 하려고 이 정도 볼륨으로 게임을 출시했나 싶으니까.

말리는 놈: 볼륨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으니, 게임 플레이 자체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죠. 한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하면 사람들이 지겨워 한다니까요?

까는 놈: 게임 자체는 재미있어. 본편인 팬텀페인까지 기대하게될 정도로 흥미롭게 구성되어 있으니까. 특히, 플레이스테이션4 버전의 그래픽은 역대 최고 수준이야. 이를 강조하기 위해서인지 게임 내 시간과 날씨도 그래픽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야간, 비 내리는 날씨가 책정되어 있지. 광원 효과와 물, 각종 질감 표현을 유감없이 과시하고 있어.
편드는 놈: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를 위해 개발한 폭스 엔진의 힘 아니겠습니까?

까는 놈: 그래도 PS3, Xbox360 버전에서는 네가 말한 그 폭스 엔진의 힘이 제대로 발휘가 안 된 모양이더라. 사람 얼굴 질감은 훌륭한데, 몸통이랑 얼굴의 퀄리티가 차이가 나더라고.

말리는 놈: 맵에 돌아다니는 적을 어떻게 처리해서 이 장소에서 다음 장소로 이동하느냐는 이러한 잠입 액션에서는 꽤 중요한 요소인데. 조작체계나 액션에는 불만 없었나요?

까는 놈: 당연히 불만이 있으시겠지...하는 말투다 어째?
말리는 놈: 정확히 보셨습니다. 맞습니다.

편드는 놈: 근접 전투가 좀 더 물 흐르듯이 동작이 이어지는 게 장점이에요. 사물 근처에 갔을 때 자연스럽게 은폐 자세를 취하는 것도 보기 좋고요. 사실 잠입 액션이라고는 하지만 람보처럼 이것저것 파괴하면서 달려가는 식으로 즐길 수 있어서 플레이 다양성은 제법 확보가 된 편입니다.

그라운드 제로즈

까는 놈: 인공지능도 좀 더 좋아졌다고 할까? 무전을 하고 있는 적을 해치웠더니, 무전 저편에서 내가 방금 쓰러트린 적의 동료가 의심을 하는 행동을 하는 등 좀 더 현실적인 반응을 보이더라고.

편드는 놈: 적들이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만큼 나도 자연스럽게 신중한 움직임을 취하게 돼죠.

까는 놈: 그래봐야 눈 앞에 있던 동료가 사라졌는데, 눈에 보이는 게 없다고 경계를 해제하는 건여전하지만 말이야.
편드는 놈: 선배는 계속 볼륨이 작다고는 하지만, 나름 내실은 잘 갖추지 않았나요? 동선도 다양하고, 나름대로 여러 번 플레이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도전과제를 준비해서 게이머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도 하구요.

까는 놈: 맵이 캠프 오메가 하나인데… 그 안에서 내실을 갖춰봐야 뭘 얼마나 갖춰. 그리고 게임을 진행하는 와중에 ‘이런 것도 해보고 저런 것도 해보자’하는 생각을 들게 해야지. 게이머가 ‘난 이 게임을 더 즐겨봐야겠어! 이런 것도 찾아 보고 저런 것도 찾아보자! 야! 찾았다! 재미있다!’라는 식으로 플레이를 하게 만드는 건 억지스럽잖아.

사이드 미션의 가치는 메인 미션의 볼륨이 충분할 때 그것을 더 빛나게 해 주는 것이 아닐까? 식당 가서 돈까스 시켰는데 돈까스는 코딱지만한데 단무지 맛있다고 그 돈까스 가게가 좋은 가게라고 할 수는 없다고.

편드는 놈: 그래도 몰입도는 메탈기어 솔리드 4: 건즈 오브 패트리어트 보다는 높은 것 같은데요. 컷씬이 적어서…

까는 놈: …인정 -_-; 오프팅, 엔딩 빼면 게임의 흐름을 끊는 컷씬은 나오지 않지. 나는 게임을 즐길 때 재미의 연속성을 굉장히 중요시 여기는 편이거든? 영상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수시로 영상이 나오면 한창 조작하느라 바빴던 손이 식어버리는 느낌이라서 전작에선 불만이었어.

팬텀페인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그라운드 제로즈는 적어도 게임을 즐기는 내내 그 몰입이 끊기지는 않았던 것 같아.

말리는 놈: 요컨데 짧고 굵은 게임인 셈이네요. 양보다 질을 중요시하는 게이머들이라면 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은데요?

그라운드 제로즈

까는 놈: 너무 짧은 게임이라는 게 문제. 어지간한 팬심이 아니고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게임이야. 앞으로 코나미가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돈 받고 데모버전 수준의 게임을 팔까 겁난다. 그리고 내가 아는한… 게이머라는 사람들은 양과 질. 두 가지 모두를 만족하지 못 하면 몸살이 나는 까다로운 존재들이라고. 메탈기어 솔리드5: 팬텀페인이 이 두 가지 모두를 충족해서 나오기를 기다릴 수 밖에 -_-

<메탈기어 솔리드 5: 그라운드 제로즈는?>

확실한 것이 몇 가지가 있다.. 게임을 끝내고 나면 허무함과 함께 팬텀페인에 대한 기대가 더욱 부풀게 될 것이라는 것. 그리고 ‘코나미가 왜 이렇게 돈독이 올랐을까?’하는 의구심도 갖게 된다는 것.

유명한 요리사가 있다는 식당에 가서 식탁에 앉고, 맛있는 에피타이저가 나와서 ‘오! 역시 소문대로구나!’했는데 메인 요리가 나오지 않을 때의 기분을 안겨준 게임. 메인 요리가 나올 때까지는 1년도 넘게 기다려야 한다. 돈을 지불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게 되는 순간이다.

참고로 이번 작품은 2010년에 PSP로 출시된 메탈기어 솔리드: 피스워커의 뒷 이야기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 메탈기어 메탈기어솔리드5 그라운드제로즈 메기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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