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예술 그 사이를 논하다’, 게임정책 토론회 개회

“뉴욕현대미술관에서는 테트리스, 팩맨 등 15개 게임을 예술작품으로 전시해 놓았을 정도로 해외에서는 이미 게임을 예술로 인정했습니다. 게임은 미디어, 스토리 그리고 연출까지 다양한 요소가 집약된 콘텐츠이기 때문에 예술의 한 장르가 될 요소가 충분합니다”

금일(18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는 게임에 대해 각계각층의 다양한 인사가 모여 의견을 나누는 게임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

게임정책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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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의 김광진 의원과 게임인연대의 공동 주최로 열린 이번 토론회는 진보논객으로 알려진 진중권 교수,게임인재단의 남궁훈 이사장, 선데이토즈의 이정웅 대표이사, 게임콘텐츠진흥원의 김일 게임산업 팀장 등 각계각층의 전문가 8명이 모여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김광진 의원은 “이번 토론회가 이루어진 것은 문화진흥법안에 게임을 예술로 포함하자는 의견이 나와 이를 공론화 시키고자 함입니다”라며, ”과연 게임이 예술인지에 대한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고 이번 토론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게임정책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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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에서는 게임과 예술의 상관관계에 대한 전문가들의 발표회가 진행됐다.

먼저 진보 논객으로 유명한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지금의 게임규제는 청소년이 게임에 빠져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정치인, 종교인들이 파고들어 자신들의 영향력을 높이려는 정책 중 하나”라며, ”이전 세대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이미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게임은 이미 문화 전 영역에 침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라며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이어서 그는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것이 지금의 미디어 산업의 발전 방향이고, 인간은 언제나 미디어로부터 공존해 왔듯이 지금의 대중은 가상을 현실처럼 다루고 있고 게임에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런 흐름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게임이 단순히 유희나 오락거리를 넘어 사람들의 일상에 깊숙이 침투한 하나의 미디어 요소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과거 산업노동자의 경우 노동과 유희가 분리되어 있었지만 정보산업을 직업으로 하는 지금의 노동자들은 컴퓨터를 통해 노동과 유희를 동시에 즐기는 시대가 됐다며, 일과 유희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과거 오락으로 여겨진 영화과 지금은 예술의 한 장르로 인정 받았듯이 게임 역시 머지않아 하나의 오락과 스포츠의 면모를 가진 새로운 예술의 장르로 여겨질 것으로 보이며, 이미 게임과 예술의 결합은 영화, 미술에 걸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20세기에는 사진과 영화가 시각문화를 주도했다면, 21세기에는 컴퓨터 게임이 시각문화를 지배할 것으로 예상되며, 21세기에는 모든 예술이 어떤 식으로든 게임의 논리를 받아들이는 등 인간의 모든 활동을 관통하는 하나의 ‘페러다임’이 될 것이라고 발표를 끝마쳤다.

뉴미디어 아티스트 류임상은 게임은 ‘경험’하기를 원하는 대중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예술 콘텐츠라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그는 게임의 발전과 더불어 이제 사람들은 게임 속 세계를 하나의 환경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예술이 작가라는 붓을 통해 새로운 시선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게임은 이미 우리 삶에 이미 깊숙이 파고들었기 때문에 게임은 감상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훌륭한 콘텐츠라고 전했다.

아울러 이미 서양에서는 영화의 다음 단계로 게임을 지목하고 있으며, 최근 개봉한 탐크루즈의 영화 ‘엣지오브투모로우’에서는 전쟁에서 미션을 수행하다 사망하고 다시 부활해 능력치를 키우는 게임의 육성 요소가 영화의 주된 주제이며 이 같은 요소로 흥행에 성공한 것이 그 증거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상호작용이며, 보고, 듣고, 느끼는 행동이 모두 집약된 콘텐츠는 게임에서 시작됐다”라며, “지금의 대중들은 예술을 단순한 감상을 넘어 경험하기를 원하고 있으며, 게임이 가진 콘텐츠의 힘은 이 같은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가장 알맞은 콘텐츠”라고 자신의 발표를 끝마쳤다.

게임정책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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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시간에서는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게임산업, 학계, 정부기관, 미디어 전문가들이 의견을 주고 받는 토론회가 진행됐다.

가장 먼저 ‘게임이 예술인가’라는 주제에 대해 뉴미디어 아티스트 류임상은 “10년 전만 해도 미디어 아트가 예술이냐?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하나의 당당한 예술장르로 자리 잡았다. 게임 역시 이와 비슷하게 시기적인 논의에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아울러 ‘애니팡이나 리니지를 과연 예술로 볼 수 있느냐?’라는 방청객의 질문에 대해 진중권 교수는 “즉각적인 감성을 주는 예술과 의미적인 정의를 모두 예술이라고 말하는 것이 사실이다”라며, “많은 영화 중 상당수가 블록버스터 혹은 섹스를 소재로 한 것이 많고 진짜 예술로 불리는 영화는 정말 극소수다. 이처럼 하나의 사례를 일반화하는 것이 아닌 게임 자체가 가진 요소를 따져 봤을 때 예술이냐 아니냐를 논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게임업계와 게이머들의 공통적인 문제인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게임인재단의 남궁훈 이사장은 “과거 대기업인 CJ에서 일할 때 영화, 음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는데 그들은 ‘우리 영화인’, ‘우리 음악인’을 쉽게 이야기하더라. 이들은 자신이 종사하는 일에 자긍심을 가진 것이다” 라며, “분명 기업 내에서 게임의 규모가 매우 컸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게임인들은 당당히 ‘게임인’이라는 말을 쓸 수 없었다. 게임인재단에 사람인(人)이라는 단어를 쓴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좀더 게임산업에 자부심을 갖자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원인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고 이를 해결하면 문제는 자동으로 해결된다. 하나의 현상에 대해 정확한 진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금 미디어나 사회적으로 보면 문제의 원인을 모두 게임으로 모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게임 산업이 문제가 아니라 실체적인 문제를 게임 탓을 하며 진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정말 위험한 것이라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게임정책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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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민감한 사항인 게임 중독에 대한 토론도 함께 진행됐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중독과 몰입이 없으면 그것은 예술이 아니다. 끊임없이 한 분야에 대해 중독증세에 가까운 몰입을 하지 않고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예술 분야가 있는지 의문이다”라며, “지금 중독법을 만드는 이들은 중독을 모두 나쁜 것으로 몰고 도박, 마약, 알코올 같은 물질, 화학 중독과 도매금으로 취급하는데 이것은 정말 단순한 이분법이라고 생각한다. 중독이기 때문에 예술이고, 예술이기 때문에 중독적인 것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실제로 중독법 통과를 주장하는 인사들을 만나보니 정말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하더라,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이 ‘중독법 통과’라고 할 정도였다. 게임 중독법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중독 정신 의학계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것이 가장 크다고 본다.

이전까지는 게임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가 2010년 이후 게임 중독에 대한 논문이 많이 등장했는데, 일종의 사업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함이 가장 크고, 신의진 의원이 그토록 게임 규제를 부르짖는 것도 이 중독 정신 학회와 관련이 되어 있다. 물론 독실한 크리스천 인 손인춘 의원이 게임 규제를 말하는 것이 ‘일요일에 학생들이 교회를 안 가서’라는 말이 거의 확실시 되는 것이지만 말이다. 정치인, 종교, 학부모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게임 규제라는 결과를 낳지 않았나 싶다고 자신의 의견을 전했다.

또한, 상명대 김인철 교수는 ‘과연 진짜 게임 때문에 과몰입, 중독이 되는가?’라는 문제 자체가 지금 해결이 되어 있지 않다. 2012년 미국 정신의학회 자료에서는 게임이 정신에 영향을 미치나에 대해 ‘아직 모름’이라는 문구가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아울러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게임을 마약과 함께 취급해 규제한다는 나라는 한 군데도 없다. 신의진 의원이 발의한 법을 보면 규제 대상 중 ‘인터넷 콘텐츠’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엄청나게 광범위한 소재다. 이에 따르면 나도 중독자다. 모든 인터넷 미디어가 중독요소로 지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라며 비난을 아끼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그는 “사실 법에서는 너무 넓은 규제는 불법이다. 모든 것을 컨트롤 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며, “신의진 법은 엄청나게 광범위한 요소를 불법으로 지정할 수 있는 것은 물론, 4대 중독을 컨트롤하는 중독위원회의 권리가 국회 이상이다 국민의 손으로 뽑은 국회의원보다 위원회에서 쑥덕쑥덕해서 뽑은 사람이 ‘중독자’들을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다”라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번 행사의 진행을 맡은 동양대 김정태 교수는 “미국 연방 대법원은 2011년 게임관련 법을 발표하며 게임은 예술의 한 종류이며, 게임을 제작하는 이들은 예술 작품을 만드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라며, “앞으로 게임 산업 종사자 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의 목소리를 듣고 보다 건강하고 건전한 게임 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 숙제다”라고 행사를 끝마쳤다.

< 토론회 말말말>

  • 게임인재단 남궁훈 이사장
    모든 문제를 게임 산업의 탓으로 전가하는 언론들의 보도도 문제지만, 정말 심각한 문제는 어떤 사건을 게임이라는 산업으로 탓을 하며 진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이라는 희생양을 앞세워 문제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 진중권 동양대 교수
공부할 시간에 게임을 하니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게임이 악의 축이다. 이런 불안감을 파고든 것이 종교계, 의학계다. 이를 통해 금전적인 이득을 볼 수 있고, 하나의 산업을 컨트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모든 전제에는 보수적인 시각에서 보는 꼰대들의 시선이 깔려있지만 말이다.

- 류임상 뉴미디어 아티스트
10년 전만해도 ‘미디어 아트가 예술이냐?’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하나의 당당한 예술장르로 자리잡았다. 게임 역시 이와 비슷하게 시기적인 논의에 있다고 생각한다.

-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우리나라에서 게임의 문화 연구는 중세시절 수준이다. 솔직이 학생들의 수면권을 요구하며 등장한 셧다운제나 게임 중독 규제법 등 이들의 논리에 계속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게임업계는 매출을 줄이고 게임 연구에 투자를 해야 한다.

- 김일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산업팀장
정신의학계와 게임업계가 사용하는 단어의 뜻이 다르다. 게임업계의 경우 게임이 사람들을 '사로잡지' 못하면 그 게임은 실패한 것이다. 이 '사로잡는다'는 것이 무엇인가? 바로 의학계에서 말하는 중독이다.

- 김인철 상명대교수
사실 법에서는 너무 넓은 규제는 불법이다. 모든 것을 컨트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의진 법에서는 엄청나게 광범위하게 불법으로 지정할 수 있는 것은 물론, 4대 중독을 컨트롤하는 중독위원회의 권리가 국회 이상이다.

- 윤형섭 상명대 게임학과 교수
뉴욕현대 미술관에서는 이미 15종의 게임을 예술작품으로써 전시해 놓은 상태이다. 게임을 예술로써의 지휘를 인정해줄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 김인철 상명대학교 교수
칼은 과일을 깎을 때도 쓰이고 강도짓을 할 때도 쓰인다. 강도를 하는 것을 막자고 칼을 규제하고 쓰는 법을 정하는 법을 만들면 그것은 분명 과잉규제다. 게임 규제도 이와 같다.

- 이정웅 선데이토즈 대표이사
애니팡 하트날리기가 가족간의 대화에 도움을 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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