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준의 게임 히스토리] 세계 최고의 축제를 게임에 담다, ‘월드컵 게임’ 열전

전세계인들에게 잠 못 이루는 밤을 선사하며 점점 그 열기를 더해가는 브라질 월드컵에서 때아닌 축구 게임 논란이 일어났다.

바로 잉글랜드의 축구스타 웨인 루니가 "’갤럭시 11’으로 세계를 구하고 상품까지 받을 수 있다고? 정말 최고군"이라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린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갤럭시 11’은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노 호날두, 루니 등의 축구 스타들이 게임 캐릭터로 등장하는 월드컵을 겨냥한 삼성의 축구 게임. SNS를 통해 은근슬쩍 자신이 등장한 게임을 홍보한 셈이다.

문제는 루니의 글이 1무 2패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조기탈락 해 가뜩이나 심기가 불편한 잉글랜드 축구 팬들의 성난 마음에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SNS를 확인한 많은 팬들은 루니에게 ‘분노’를 쏟아내고 있으며, 루니의 소속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게시판은 이를 비난하는 팬들의 글로 가득 차는 등 그야말로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게임업계와 큰 접점이 없는 삼성 같은 대기업에서 직접 개발할 정도로 인지도를 높인 이른바 ‘월드컵 게임’들은 월드컵 시즌에 접어들면 심심찮게 등장하는 단골손님이 된 지 오래다. 국내에서도 2002년 월드컵 이후 월드컵 특수를 노린 게임들이 꾸준히 등장해 온 것이 사실. 비록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그다지 큰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말이다.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을 게임으로 승화시킨 ‘월드컵 게임’. 그렇다면 이 ‘월드컵 게임’은 언제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것일까?

닌텐도
월드컵
닌텐도 월드컵

최초의 월드컵 게임은 1990년 출시된 ‘닌텐도 월드컵’이다. 국내 게이머들에게 추억의 게임으로 유명한 ‘열혈고교’의 속편으로 제작된 ‘닌텐도 월드컵’은 원작 특유의 기상천외한 슈팅과 캐릭터들의 개성 넘치는 스킬, 그리고 상대를 때려눕혀 기절 시키는 등의 모습이 그대로 구현된 캐주얼 스타일의 축구 게임이었다.

특히, 게임 속 등장하는 13개 국가 중 상대팀에 따라 맵이 달라지는데, 소련(USR)과 같은 혹한으로 유명한 나라의 홈 구장은 모두 얼음으로 되어 있어, 조금만 움직여도 공과 사람이 함께 미끄러져 공을 찾기보다 선수를 쫓아 기절시키려는 기묘한 모습도 심심찮게 연출되곤 했다.

닌텐도 월드컵
닌텐도 월드컵

그렇다고 마냥 캐주얼 적인 부분만 강조된 것은 아니다. ‘닌텐도 월드컵’에는 오프사이드 같은 축구 룰이 사실적으로 적용되어 있었으며, 골키퍼, 미드필더, 공격수, 수비수 등 포지션 별로 선수들이 다른 능력치를 가지고 있어 캐주얼 적인 재미와 함께 실제 축구와 유사한 현실성을 더했다.(하드웨어 성능의 한계로 총 6명의 선수 밖에 움직일 수 없었지만 말이다)

‘닌텐도 월드컵’의 또하나의 특징은 바로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소년만화 특히 스포츠 장르의 만화에서는 라이벌들과의 경쟁 끝에 국가(일본)의 챔피언으로 올라서게 되고, 이들 라이벌들과 팀을 이뤄 세계 무대에 나선다는 스토리(‘피구왕 통키’, ‘축구왕 슛돌이’가 대표적인 예)로 진행되는데, ‘닌텐도 월드컵’ 역시 전작인 ‘열혈고교 피구 클럽: 축구’에 등장한 선수들이 일본 대표로 세계 강호들과 우승을 다투는 전형적인 소년만화 스타일의 스토리를 가진 게임이다.

이는 월드컵이라는 대회보다는 자신들 만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등장한 게임인 것을을 알려주는 것으로, 월드컵 특수를 노렸다기보다는 축구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진 당시 일본 내 분위기에 편승해 등장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물론 북미 수출 버전에서는 표지부터 월드컵 분위기가 물씬 나도록 바뀌는 등 본격적으로 월드컵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테크모월드컵
테크모월드컵

‘닌텐도 월드컵’보다 4개월 늦은 1990년 9월에 발매된 테크모의 축구게임 ‘테크모 월드컵’도 빼놓을 수 없는 게임이다. 보다 리얼한 축구를 표방한 ‘테크모 월드컵’은 2D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사실감 넘치는 움직임을 보여주었는데, 난이도 및 경기 시간 조절 기능, 선수들의 위치를 알려주는 미니 레이더 등 지금의 축구게임에서 볼 수 있는 기능들을 많이 포함하고 있었다.

‘테크모 월드컵’은 본격적으로 월드컵 특수를 노리고 만들어진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게임이 출시될 당시 일본은 본선 진출이 ‘완전히 물 건너 간 상태’였다는 점이다. 허나 월드컵 개최국이 자동으로 본선에 진출하듯 일본에서 개발한 ‘테크모 월드컵’에는 당당히 일본이 이름이 올랐고, 심지어 등장하는 팀 중 강화로 분류되기도 했다.

이후 시리즈를 거듭하며 발전을 이어오던 ‘테크모 월드컵’은 94년을 거쳐 98년 프랑스 월드컵에 맞춰 출시된‘테크모 월드컵 98’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테크모 월드컵
테크모 월드컵

이 ‘테크모 월드컵 98’은 각 나라별로 독특한 ‘필살기’를 사용할 수 있었음은 물론, 선수들의 게이지에 따라 특수 스킬을 사용할 수 있어 많은 인기를 얻었는데, 이중 자신의 공을 방어하는 기술이 바로 그 이름도 유명한 ‘싱가’다.

때문에 ‘테크모 월드컵 98’는 국내 게이머들에게 ‘싱가 축구’로 이름을 알렸는데, 얼마나 유명했던지 전국 문방구 앞 오락기기 상당수가 이 ‘테크모 월드컵 98’의 아케이드 기판이었던 ‘ST-V’ 였을 정도. (하교 시간만 되면 서로서로 ‘싱가’를 먼저 쓰려던 학생들의 고함으로 동네가 떠들썩 해 지기도 했다.)

이후 테크모 월드컵 시리즈는 위닝일레븐과 피파시리즈라는 정통 축구게임의 강세로 서서히 내리막길을 보이기 시작했고, 결국 큰 혹평을 받은 ‘테크모월드컵 밀레니엄’을 마지막으로 후속작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는 상태다. (허나 아직도 몇몇 오락실에서는 아직도 '싱가~'를 외치는 게이머들이 있을 만큼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버추어스크라이커
버추어스크라이커

세가에서 개발한 버추얼스트라이커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최초의 3D 축구게임으로 유명한 버추얼스트라이커는 위닝일레븐이나 피파시리즈에 많은 영향을 준 게임이다.

버추얼스트라이커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3D라는 당시로써는 혁신적인 기술을 사용했음에도, 큰 버그나 이질적인 요소 없이 기존과 게임에 잘 버무렸다는 점이다. 특히, 총 18개국의 국가와 함께 각종 숨겨진 요소가 더해져, 기존의 축구게임에 지루함을 느낀 청소년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정식 라이선스 획득 및 유명 메이커의 판권을 따오는 등 스포츠 마케팅 분야에서도 큰 족적을 남긴 게임이기도 했다.

아케이드 기판 즉 오락실 게임으로만 등장한 버추얼스트라이커였지만 그 인기는 상당해서 지금도 몇몇 오락실에서는 버추얼스트라이커가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1994년 등장한 1편은 지난 18년이 지난 2013년 PS3, Xbox360의 다운로드 게임으로 등록되기도 했다.(물론 지역한정의 대가인 세가답게 일본 지역 한정이다)

위닝 월드컵
위닝 월드컵

축구게임의 양대 산맥 EA의 피파시리즈와 코나미의 위닝일레븐 시리즈 역시 매년 월드컵 시즌마다 월드컵 버전의 후속작을 발매하는 등 적극적인 월드컵 마케팅을 펼치는 중이다. 90년대 중반부터 이 두 게임은 매년 마다 축구 게임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타이틀로써 라이벌 구도를 확실하게 이어나가고 있었는데, 콘솔은 위닝이 PC는 피파가 강세를 보이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기점으로 두 게임은 위닝 진영에서 ‘위닝일레븐3 월드컵 프랑스98’을, 피파에서 ‘피파98: 로드 투 월드 컵’ 등의 월드컵 전용 타이틀을 앞다투어 발매하며, 본격적으로 월드컵 마케팅에 뛰어들게 되었다.

사실 게임업계의 월드컵 마케팅 전략이 본격적으로 세워진 것이 바로 ‘98년 월드컵’부터라고 할 수 있는데, 당시 축구계는 호나우도, 지단, 피구, 베르캄프, 바티스투타, 앙리 등 지금도 전설로 불리는 선수들이 전성기 혹은 아직 현역에 몸담고 있던 시기였다.

피파
월드컵
피파 월드컵

당시 세계 축구 선수 이적료의 신기록이 계속 갱신되던 것이 바로 90년대 중반부터였으며, 기라성 같은 선수들이 모여들자 사람들의 관심이 자연스레 높아져 당시 축구는 그 어떤 스포츠보다 높은 성장을 이룩했다. 때문에 그 정점이었던 98년 월드컵 당시 세계의 관심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이에 집중한 각 게임사들은 본격적으로 월드컵 마케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후 매년 월드컵 마다 각 국의 선수 혹은 유명 감독을 표지모델로 등장시키며, 월드컵 전용 타이틀을 발매한 두 게임은 피파시리즈는 콘솔을 위닝일레븐 시리즈는 PC를 공략하며 본격적으로 경쟁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최근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넥슨의 피파온라인3에 대항해 NHN엔터테인먼트에서 위닝일레븐 온라인을 서비스하며, 도전장을 내밀고 있어 콘솔, PC를 넘어 온라인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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