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울트라 스트리트파이터4 편

지금이야 게이머들에게 욕을 가장 많이 먹는 게임사 중에 하나로 자리한 캡콤이지만 게임사를 돌이켜 볼 때 캡콤처럼 뚜렷한 족적을 남긴 업체도 드물다. 특히, 액션과 RPG 장르에서 뚜렷한 입지를 다진 캡콤은 1991년. 게임사에 길이 남을 초대형 사고를 친다. 대전격투게임 장르를 정립한 작품. 스트리트파이터2를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커맨드를 입력해 필살기를 사용하고 기본기와 필살기를 조합하는 콤보 등 스트리트파이터2에 도입된 개념은 곧 대전격투게임의 기본 개념이 됐을 정도.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14년. 수많은 스트리트파이터 시리즈가 나온 끝에 울트라 스트리트파이터4가 출시됐다.

울트라 스트리트파이터4
울트라 스트리트파이터4

조광민 기자(이하 말리는 놈): 오랜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도 명맥이 끊어지지 않고 신작이 계속 나왔다는 건 정말 굉장하네요.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내가 스트리트파이터2를 처음 본 게 초등학생 때였는데… 그 사이 정말 많은 스트리트파이터 시리즈가 나왔구만. 어디 한번 어떤 게 있었는지 꼽아볼까?

어디 보자… 스트리트파이터1, 스트리트파이터2, 스트리트파이터2 대쉬, 스트리트파이터2 대쉬 터보, 슈퍼 스트리트파이터2, 슈퍼 스트리트파이터2X, 하이퍼 스트리트파이터2, 스트리트파이터 제로(알파) 1, 2, 3. 여기에 3D로 구현된 스트리트 파이터 EX 1, 2, 3에 블록킹이라는 개념이 탑재된 스트리트파이터 3 퍼스트 임팩트, 세컨드 임팩트, 서드 임팩트.

그리고 세이빙 어택과 세이빙 캔슬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스트리트파이터4, 슈퍼 스트리트파이터4, 슈퍼 스트리트 파이터4를 거쳐 오늘 이야기 할 울트라 스트리트파이터4… 이거 도대체 몇 개가 나온거야?!!!

조영준 기자(이하 편드는 놈): 시리즈 이름을 쭉 읊는 걸 보고 있으니 어째 ‘김수한무거북이와두루미삼천갑자동방삭…’하는 코미디언이 생각나는데요; 그리고 자기가 읊어보겠다고 해놓고 화를 왜 냅니까;

울트라 스트리트파이터4
울트라 스트리트파이터4

말리는 놈: 빼놓은 작품이 있을지도 모르니 처음부터 다시 한 번 읊어보시죠.
까는 놈: 뭐? 웃기고 앉았네. 이걸 언제 다시 해 -_- 쓸데 없이 분량만 늘어나니까 이런 거 시키지 마. 애초에 스트리트파이터 시리즈의 역사를 이야기하자는 게 아니라 이번에 출시된 울트라 스트리트파이터4에 대한 이야기만 하기로 했잖냐. 그런데 너희들… 울트라 스트리트파이터4는 해봤어? 대전격투게임은 좋아하나?

편드는 놈: 아도겐, 워류겐 쓸 줄 알면 다 되는 거 아닙니까?
까는 놈: 되긴 뭐가 돼.

말리는 놈: 저는 어릴 때부터 스트리트파이터2의 춘리를 좋아해서 항상 춘리의 일러스트를 보면서 ‘어른이 되면 꼭 춘리 같은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까는 놈: 그냥 예쁜 여자를 좋아하는 거네. 게임은 하나도 모르는 거네!

말리는 놈: 사실 대전격투게임은 좀 어려워서요. 요즘 갈수록 게임이 복잡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요즘 울트라 스트리트파이터4 출시 이후에 캡콤을 욕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는 것은 압니다.

편드는 놈: 그거야 게임이 나빠서 욕한다기 보다는 캡콤의 행태에 대해 비판하는 거라고 보는 게 맞아요. ‘또 울궈먹냐?’ 뭐 이런 원성이죠. 요즘 캡콤이 욕 먹을 일 많이 하기는 했지만 이번 건은 좀 억울하다고 생각할 거 같아요.

울트라 스트리트파이터4
울트라 스트리트파이터4

까는 놈: 스트리트파이터5가 안 나오고 ‘울트라’라는 이름을 써서 울궈먹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긴 한데… 그게 굳이 캡콤이 요즘 들어서 욕을 사서 먹은 일련의 행동과 연관지을 필요는 없다고 봐. 왜냐면 캡콤은 오래 전 스트리트파이터2 시절부터 게임의 밸런스와 시스템을 조금씩 고치며 시리즈를 추가했거든.

앞에서도 말했잖아. 스트리트파이터2 시리즈만 도대체 몇 개가 나온거야 -_- 나도 ‘울궈먹기’라는 부분은 비판할 생각 없어.

편드는 놈: 이번 작품은 슈퍼 스트리트파이터4를 업그레이드 하는 형태의 확장팩이에요. 추후에 패키지 버전이 출시될 예정이긴 합니다만, 일단 지금은 슈퍼 스트리트파이터4를 가지고 있으면 엑스박스 라이브나 PSN에서 울트라 스트리트파이터4 DLC를 사서 게임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거든요. 가격도 당연히 훨씬 저렴하구요.

모르는 놈: 그러고보니까 얼마 전에 엑스박스 라이브 마켓에 슈퍼 스트리트파이터4가 골드 계정 사용자를 대상으로 무료로 풀렸던데요. 엑스박스 라이브 골드 계정 이용자들은 15,000원 정도로 신작을 즐길 수 있는 셈이네요.

편드는 놈: 단순히 캐릭터만 추가된 것이 아니라 시스템도 이래저래 많이 바뀌었으니 사실상 신작을 저렴하게 얻게 된다고 할 수 있어요. DLC라는 요소가 욕을 많이 먹기는 하지만 울트라 스트리트파이터4는 DLC를 제대로 활용한 경우라고 보입니다.

까는 놈: 확장팩이지. 하지만 너무 애매해. 이를 DLC가 아니라 신작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제법 있는데, 그런 사람들에게 울트라 스트리트파이터4는 볼륨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모양이야.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볼륨이 부족하다기 보다는 성의가 부족하다고 해야겠지.

말리는 놈: 성의가 부족하다구요?
까는 놈: 사실 사람들이 대전격투게임의 신작에서 기대하는 건 밸런스가 어떻게 바뀔까 하는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새로운 캐릭터와 새로운 배경이야. 거기에 새로운 기술도 추가되면 더욱 좋겠지.

울트라 스트리트파이터4에는 캐릭터가 5개 추가됐고 거기에 새로운 배경도 추가됐어. 여기까진 좋아.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실망스럽지. 신규 캐릭터라고 내세운 녀석들은 전부 ‘스트리트파이터 X 철권’에 등장했던 캐릭터들이거든.

편드는 놈: 기존 작품에 등장했던 캐릭터들이 시간이 흐른 다음에 다시 게임에 추가되는 사례가 없던 것도 아니고… 예전에 봤던 캐릭터가 또 나왔다고 해서 비판할 이유가 있습니까.

울트라 스트리트파이터4
울트라 스트리트파이터4

까는 놈: 왜 없어 -_- 네 말마따나 기존 캐릭터들이 다시 재사용 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지. 당장 스트리트파이터4에서 슈퍼 스트리트파이터4로 넘어갈 때 추가된 캐릭터들도 이미 슈퍼 스트리트파이터2와 스트리트파이터3에 등장했던 티호크, 디제이, 페이롱, 윤, 양 같은 애들이었으니까.

그런데 이들 캐릭터는 원래 2D 캐릭터들을 3D로 새롭게 모델링 해서 출시한 경우야. 2D와 3D의 대전 템포가 다르기 때문에 기술 밸런스도 새롭게 조절을 했고. 하지만 이번에 추가된 5개의 캐릭터 중에 포이즌, 로렌토, 휴고, 엘레나 등 4개의 캐릭터는 이미 ‘스트리트파이터 X 철권’에 등장 당시의 모델링과 기술이 그대로 울트라 스트리트파이터4에도 이어진 경우야.

야. 최소한 모델링은 새롭게 해야지. 디카프리의 경우는 기술은 새롭기는 한데, 얘도 모델링이 캐미하고 차이가 느껴지지 않아서 새로운 맛은 없어. 이러니 사람들이 ‘이놈들이 거저 먹으려 드는구나’ 라는 느낌을 받는 거 아니겠어?

말리는 놈: 결국 사람들이 기대했던 부분에서 만족감을 줄 수 없었다는 이야기네요. 그런 것에 대한 불만이 ‘울궈먹기’라는 비판으로 이어진 것이고.

까는 놈: 시리즈가 워낙에 많은 덕분에 개성있는 캐릭터도 무척이나 많아. 플레이 할 수 있는 캐릭터가 많아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은 캐릭터가 얼마나 개성이 있는가야. 이번 작품은 캐릭터 디자인에 신경을 너무 안 쓴 것 같아. 예산이 부족했다거나 아니면 기존 소스 재활용하는 용도로 게임의 롤을 정했다는 생각이 들어.

편드는 놈: 그래도 대전하는 재미는 확실하지 않나요? 정말 재미있게 즐길 수 있잖습니까. 더군다나 스트리트파이터2를 베이스로 한 스트리트파이터4가 베이스인 게임이라 배우기도 쉽구요. 잘 하기는 어렵지만 시스템 자체를 익히기 쉽다는 건 큰 장점이에요. 이게 대전격투게임인지 리듬액션게임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복잡한 콤보를 몰라도 되니까요.

그리고 이번엔 레드 세이빙, 딜레이 스텐딩 같은 요소가 추가되면서 대전의 리듬, 속도감에는 큰 변화가 없는데 대전의 향방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변수도 추가되서 파고들 여지도 생겼습니다.

이건 사실상 신작이라니까요? 예전에 슈퍼 스트리트파이터4 AE 시절에 패치를 통해 슈퍼 스트리트파이터4 AE Ver. 2012가 됐던 걸 생각하면 이번 작품도 패키지가 출시될 즈음에 밸런스 패치가 다시 한 번 될 여지도 있어요.

까는 놈: 아 누가 신작이 아니래? 신작이라고 하기에는 성의가 없었다는 이야기였지. 아. 시스템 추가된 것 중에 울트라 콤보 더블 시스템은 너무 마음에 들더라. 내가 원하는 상황에 맞춰 그에 어울리는 울트라 콤보를 더 쉽게 쓸 수 있어서 게임 운용이 편해. 물론 2가지 울트라 콤보를 쓸 수 있는만큼 대미지는 절반인 것이 함정이지만.

그런데 이것과는 별개로 이 게임에 또 아쉬운 점이 있어. 신규 캐릭터들의 트라이얼 모드가 없어. 이걸 통해서 캐릭터의 콤보를 익히고 기술의 판정을 익힐 수 있었는데, DLC라 그런지 없더라고. 결국 대전을 통해 깨지면서, 바꿔 말하면 패배의 스트레스를 감내하면서 캐릭터를 파악해야 한다는 건데. 이런 스트레스를 달가워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냐. 어지간한 마니아가 아니고서야.

편드는 놈: 트라이얼 모드는 없지만 멀티 플레이에서 즐길만한 다양한 모드가 있지 않습니까. 토너먼트를 만들어서 여럿이 즐길 수도 있고, 팀배틀 모드도 있구요. 물론 1:1 랭킹 매치나 친선 매치도 건제하죠.

울트라 스트리트파이터4
울트라 스트리트파이터4

까는 놈: 그럼 뭐해. 사람들이 죄다 랭킹 매치만 하고 있는데. 이번 작품은 스트리트파이터4를 즐기던 사람들이 슈퍼 스트리트파이터4를 거쳐 슈퍼 스트리트파이터4 AE에서도 경험을 쌓고 플레이 하는 게임이야. 내공이 많이 쌓인 고수들이 많다는 이야기지.

이런 사람들은 친선매치보다는 더 강한 사람들을 만나고, 자신의 강함을 수치로 표현할 수 있게 해주는 랭킹 매치에 좀 더 몰두하는 경향이 있어. 덕분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랭킹 매치를 즐기고 있거든. 네가 말한 다양한 모드도 사람이 있어야 함께 즐기지…

유저 풀이 좀 더 확보될 때까지는 큰 메리트가 없는데, 마니악한 게임으로 고착화된 시점에서 유저가 더 늘어날 것인지는 미지수야. 이런 부분도 패키지 버전이 출시되면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긴 해.

말리는 놈: 스트리트파이터5는 안 나오는 걸까요?
까는 놈: 나왔으면 좋겠는데, 나올 것 같지는 않아. 캡콤 속을 알 수야 없지만… 애초에 스트리트파이터4의 출시에 대해서도 캡콤은 미온적이었다고 하는데 뭐. 요즘 캡콤 행보를 믿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

편드는 놈: 저는 왠지 이번 작품이 스트리트파이터4 시대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번에는 각 캐릭터마다 에디션을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추가됐거든요. 하이퍼 스트리트파이터2가 그랬던 것처럼 각각의 캐릭터들은 스트리트파이터4, 슈퍼 스트리트파이터4, 슈퍼 스트리트파이터4 AE, 슈퍼 스트리트파이터4 AE Ver. 2012, 울트라 스트리트파이터4에 적용된 밸런스 중 하나를 택해서 게임을 즐길 수 있어요. 물론 오프라인 1:1 대전에서만 즐길 수 있지만요.

까는 놈: 온라인에서도 못 쓰는 건 좀 아쉽긴 하다만… 스트리트파이터4 시절의 사가트나 슈퍼 스트리트파이터4 AE의 윤, 양 같은 녀석들을 또 만나기 원하는 사람들은 없을 테니 적절한 선택인 것 같네. 아. 진짜 2008년에 사가트만 만나면 얼마나 짜증이 나던지 -_-;

편드는 놈: 하여간에 이러한 시스템은 보통은 시리즈의 마지막이 다가오면 팬들을 위한 ‘종합선물셋트’와 같은 의미로 제공되잖아요? 이런 시스템이 추가됐으니 스트리트파이터4 시리즈도 이번으로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요?

까는 놈: 그렇게 되면 좋겠다. 스트리트파이터5를 개발 중이면 더 좋겠고. 여튼 이번 작품은 슈퍼 스트리트파이터4를 소유한 이들이라면 15,000원에 5개의 신규 캐릭터와 새로운 시스템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회야. 흔히 말하는 ‘가성비 갑’ 작품이지. 문제는 스트리트파이터 시리즈의 골수 팬에게나 의의가 있을 것 같다는 점이랄까?

기존 작품의 확장팩, 기존 작품의 패치는 원래 그 게임을 하던 이들에게나 이슈가 되는 거지 신규 이용자들에게는 이슈가 되기 힘들어. 대전 게임에 신규 이용자 유입이 적다는 것은 결국 ‘초보자는 들어가봐야 고수, 중수들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는 의미 밖에 안돼. 이런 순환구조를 깨기 위해서는 이런 류의 확장팩이 아닌 신작이 더 효과적이라고 보인다.

편드는 놈: 기존부터 스트리트파이터4를 꾸준히 즐기던 이들에게는 매력적이라는 이야기인가요?
까는 놈: 그런 사람들은 내가 ‘울트라 스트리트파이터4 하세요’ 라고 말하기도 전에 이미 게임을 하고 있을 건데 그런 말을 굳이 뭐하러 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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