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격투와 잠입의 불협화음, 캐슬바니아 로드오브섀도우2

브람 스토커의 괴기소설 드라큘라를 필두로 흡혈귀를 주제로 한 작품은 우리에게 아주 익숙하다. 게임 시장 역시 드라큘라를 비롯한 흡혈귀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며 아예 드라큘라가 주역인 경우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코나미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이하 코나미)의 악마성 시리즈를 들 수 있는데 1986년 첫 작품을 시작으로 줄기차게 시리즈 작품을 뽑아내면서 2008년 기네스북에 가장 게임이 많이 나온 시리즈에 이름이 오르는 등 지금까지 최장수 게임 시리즈 목록에 빠지지 않는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악마성 시리즈가 2010년에 들어 2D 횡스크롤에서 3D로 변화하고, 새롭게 재해석된 게임성과 게이머라면 다 아는 코지마 히데오 코나미 부사장의 감수를 앞세워 대격변에 가까운 행보를 선보였으니 그것이 PS3용으로 발매한 캐슬바니아 로드 오브 섀도우이다. 결과는 나름 성공적이었는지 닌텐도3DS용으로 후속작 캐슬바니아 로드 오브 섀도우 미러 오브 페이트가 나왔으며 여기서 이번에 다룰 캐슬바니아 로드 오브 섀도우 2(이하 섀도우2)로 이어지게 된다.

캐슬바니아 로드 오브 섀도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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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슬바니아 로드 오브 섀도우2 이미지

섀도우2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그동안 최종보스의 역할로만 나왔던 흡혈귀 드라큘라가 주인공이란 것. 전작 캐슬바니아 로드 오브 섀도우의 엔딩에서 주인공이 인간에서 드라큘라로 변하는 파격적인 반전을 선보인 덕분에 컴뱃 크로스를 사슬 철퇴처럼 휘두르며 단검, 성수, 크리스탈 등을 뿌리던 주인공 가브리엘 벨몬트가 이제 섀도우2에서는 시작부터 암흑의 군주란 명성에 걸맞게 쉐도우 휩에 혈마법, 흡혈, 변신에 보이저 소드와 카오스 클로로 적들을 사정없이 유린해버리는 마왕으로 거듭나 강력한 활약상을 보여준다. 프롤로그에서만. 어?

캐슬바니아 로드 오브 섀도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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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막바지에 뭔가 시작할 것처럼 나오더니 갑자기 연대는 현대로 훌쩍 뛰어넘고 힘 다 빠진 주인공이 게이머를 맞이한다. 여기서부터 실질적인 본편이 시작되어 게이머는 주인공 가브리엘의 힘을 되찾고 사탄의 부활을 막아 그 대가로 영원한 안식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한다. 천하무적인 주인공이 힘을 잃고 차근차근 힘을 되찾는 진행이야 흔한 클리셰이긴 한데 최종보스에게 뒤통수 맞거나 불의의 사고, 혹은 게으름 피우다 약해진 것도 아니고 몇 백 년 자다가 갑자기 깨어나 힘을 되찾아야 하는 이 전개는 전작의 팬에게든 새로 시작하는 게이머에게든 당황하기에 딱 좋다. 이미 시작부터 이 게임에서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캐슬바니아 로드 오브 섀도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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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게이머를 맞이하는 것은 잠입 액션이다. 프롤로그에서 어디 매달리고 장애물 돌파하는 건 게임이니까 넣었다 쳐도 OP 영상에선 용으로 변신해 거하게 울부짖어주며 적들을 유린한 암흑의 군주가 현대의 인간들이 무서워 박쥐로 눈을 가린 틈을 타 쥐새끼로 변신해 하수구를 누비는 이 처참한 몰락을 반길 게이머가 몇이나 있을지 모르겠다. 잠입이 선택사항도 아니고 실수해서 한 번 들키면 알람과 함께 무차별 폭격에 암흑의 군주는 발목 잡힌 좀도둑마냥 사망 확정이라 체크 포인트로 돌아가며 게임이 끝날 때까지 결국 저 잠입 파트에 등장하는 적들은 싸워서 이기지 못 한다. 그저 찍찍 피하다가 이벤트 진행을 위해 필요할 때만 뒤에서 덮쳐 잠시 몸을 빼앗는 게 고작. 잠입 파트 자체가 이 패턴에 벗어나지 않아 게임을 지루하게 만드는데 일조한다. "쥐를 잡아라. 쥐를 잡아라. 찍찍찍" 찍으려고 가뜩이나 고생길 일방통행인 주인공을 흡혈귀로 만들었단 말인가.

캐슬바니아 로드 오브 섀도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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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섀도우2의 포커스가 몰락한 최강자의 고군분투에 맞춰졌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힘을 잃은 상태의 쉐도우 휩만으로도 다른 액션게임 안 부러운 박진감을 자랑하며 체력을 회복하는 냉기 속성의 보이드 소드, 적의 갑옷을 무력화 시키는 충격, 발열 속성의 카오스 클로를 획득하고 게임 중에 얻는 포인트로 새 기술을 습득하거나 기존 업그레이드 하면서 성장한 주인공의 액션은 이 게임의 생명줄이오 게이머가 가장 매력을 느끼기 쉬운 장점이다. 스킬트리를 살펴보면 종, 횡, 공중 공격의 고른 세분화에 각 기술들마다 개성들이 뚜렷해 기술들의 밸런스와 별개로 게이머의 입맛대로 적들을 후려 치고 썰어 찍는 맛이 일품이다. 다이렉트 공격과 범위 공격, 상호작용과의 연계가 부드럽게 이어지며 무적시간과 체력 회복을 담당하는 흡혈, 정확한 타이밍에 가드하여 공격 시간을 확보하는 싱크로나이즈 블록, 가드 불능 공격 때 사용하는 무적 판정의 회피 기동, 무기 숙련도, 각종 이득을 얻는 소비 아이템 등등 3D 필드 액션이라면 필수불가결인, 그러면서 실제 게임에서 전부 합격점을 받는 일은 의외로 적은 그런 기준을 무난하게 통과하는 걸 보면 이게 정말 뭔가 이상하고 구멍 뚫린 것 같은 그 게임의 시스템이 맞나 어리둥절하다. 게임 진행에 따라 카오스 클로로만 대응 가능한 적들이 너무 많이 나오는 점이나 편의상 특정 기술만 반복해서 사용하는 문제점 등은 아쉬운 점이나, 패턴 고착을 감안해도 섀도우2의 액션 시스템과 그 완성도는 수준급이다(여기에 챌린지 모드로 본편과 다른 액션 플레이를 펼칠 수도 있다). 전투할 때만 한정하면 주인공은 힘을 잃고 고생하는 몰락한 흡혈귀가 아니라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잘만 싸우는 암흑의 군주다.

캐슬바니아 로드 오브 섀도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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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전투만 시작하면 전성기 안 부럽게 펄펄 나는 주인공을 보다가 섀도우2에 등장하는 장애물과 퍼즐들을 풀고 있자면 더욱 힘이 빠진다. 적만 만나면 곰처럼 아니 용처럼 힘 솟는 주인공이 은근히 넓은 필드를 오가면서 장애물을 기믹에 맞춰 통과하고 지나갔던 장애물을 같은 방법으로 다시 지나가고 돌파했던 전투 필드는 방문하면 다시 싸우면서 휘둘리는 이 간극이 섀도우2에서 적잖은 불협화음을 만들어낸다. 이마저 일관성이 부족해 어떤 의도로 게이머가 해결할 난관으로 설정했는지 궁금한 상황. 이렇게 해서라도 무력한 주인공, 고생하는 주인공을 묘사했어야 하는 걸까. 안 그래도 넓은 필드에 제 역할 못 하는 미니맵으로 이리저리 헤매는데 잠입 파트를 비롯하여 전투 전후로 스트레스만 받게 만드니 섀도우2를 하는 게이머는 행복할 수가 없다.

캐슬바니아 로드 오브 섀도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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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 스토리마저 도와주지 않는다. “사탄의 추종자를 세 명 전부 무찔러야 네가 해방되는 줄 아는데 실은...”, “내겐 영원한 안식을 얻기 위해 전작에서 뒤통수 친 악역마저 도와줘야 했던 기분이 들지만 그런 건 별로 아무 상관없어.” 식의 되다 만 스토리, 뭔가 급하게 노선 변경한 티가 팍팍 나는 안일한 전개들을 보고 있자면 혹평이나 모멸 이전에 어쩌다가 이런 스토리를 채택할 수밖에 없었을까 동정심마저 생기는 것이다. 뜬금없는 급전개를 보고 있자면 OP과 프롤로그의 내용이 다른 건 애교로 보일 정도. 플레이 내내 쏟아지는 각종 설정들과 아트워크를 보면 설정 자체를 대충 취급한 건 절대 아닌데 준비 잘 해놓고 굳이 이런 스토리로 밀고 들어가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랄까 대단한 자신감이라고 해야 하나. 일단 이 와중에 로드 오브 섀도우란 연대기의 마침표를 찍는 동시에 후속작의 가능성을 남겨두는 건 성공했으니 어른의 사정이 있을지언정 무성의하지는 않았다.

캐슬바니아 로드 오브 섀도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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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성의는 있는데 결과물이 엉성하고 누더기를 덕지덕지 붙은 느낌인데도 액션 파트 하나만으로 계속 붙잡게 만드는 기이한 매력의 게임이 바로 섀도우2다. 매력과 불안, 흥분과 공포가 뒤엉키는 게 꼭 드라큘라 같다. 좋은 게임이라 빈말로 말하긴 어렵지만 매력 없는 게임은 더더욱 아닌 섀도우2 같은 게임은 처음 본다. 그렇다면 이 마성의 게임을 수작으로 여기냐 평작 이하로 취급하느냐는 전적으로 게이머의 손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호불호 갈리는 게임이 으레 이런 결론에 도달하긴 하는데 섀도우2의 경우 그 특성이 매우 극대화 된 케이스라 할 수 있겠다. 다만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시리즈의 최신작이 호불호 대상이 되는 것이 좋은 현상인지는 필자는 잘 모르겠다.

캐슬바니아 로드 오브 섀도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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