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상반기 2014 국내 게임시장 편

다사다난. 구태의연한 표현이라 할 수도 있지만 올해 상반기 국내 게임시장에 이렇게 잘 어울리는 표현도 없다. 시장을 술렁이게 만드는 소식도 있었고, 기대에 들뜨게 만드는 소식도 전해졌다.

오늘은 7월 17일. 1년이 절반하고도 약 2주 정도가 지난 시점이다. 국내 게임시장의 상반기를 돌아보기에 이렇게 적절한 시기가 있을까?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상반기 결산하기 딱 좋은 날이네”

조영준 기자(이하 편드는 놈): 성대모사 정말 못 하시네요. 그런데 왜 갑자기 상반기 결산입니까? 지금까지 한 번도 상반기 결산이니, 연말 결산이니 이런 건 한 번도 안 했으면서.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이 코너에 다룰만한 마땅한 게임이 눈에 안 띄어서. 그렇다고 충분히 해보지도 않은 게임을 유명하다고 넣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서 쓰는 건데? 사람은 솔직해야 돼.

편드는 놈: 성격이 솔직한 것 같기는 합니다만… 사람들에게 인기는 없을 것 같은 성격이네요.
까는 놈: …

말리는 놈: 어? 아니 뭐라고 대답을 해야죠.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렇게 가만히 있으면 정곡을 찔려서 그러는 것 같잖아요.
편드는 놈: 너무 그러지 말아요. 정곡을 찔려서 할 말이 없는 겁니다. 사람의 본질을 꿰뚫어버린 내 잘못입니다.

까는 놈: 에라이! 나쁜 놈들아! 기분이 나빠졌으니 상반기에 있었던 안 좋은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_-
말리는 놈: 역시 규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죠.

까는 놈: 솔직히 몇 년 전부터 이어져오고 있는 이야기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넘길 수도 없는 중요한 쟁점이지. 국내에서 게임이 어떻게 자리잡느냐에 대한 단초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니까.

놈놈놈 상반기 결산
놈놈놈 상반기 결산

편드는 놈: 일단 셧다운제가 합헌이라는 판결이 나왔죠. 4월 24일. 헌법재판소를 통해서 말입니다.
까는 놈: 까고 말해서… 어차피 지난 몇 년간 시행 중이던 정책이라 놀라울 것도 없긴 한데… 이게 위헌이 아니라고 판결까지 나와버리는 바람에 셧다운제의 정당성이 인증된 꼴이 됐어. 게임중독과 관련된 법안에 대한 빌미가 됐다고도 할 수 있겠지…
말리는 놈: 게임중독 관련 법안이 통과가 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업계에선 심기가 불편할 수 밖에 없어요. 전반적으로 이런 분위기에 굉장히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구요.

까는 놈: 오죽하면 지난 6월에 진행된 지방선거에 게임업계가 집중을 했겠어. 선거 결과에 게임업계가 이렇게까지 촉각을 기울인 적이 있었나 싶어. 부산시장에 당선된 서병수 후보가 일명 ‘손인춘법’을 공동발의한 인물이라 게임계에 적대적인 인물로 꼽혔거든.

그런 사람이 부산시장에 당선이 됐으니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의 향후 거취를 두고도 ‘부산을 떠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거고. 이에 대한 이야기는 이전에 다룬 ‘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 지스타는 어디로 편’에 좀 더 자세하게 나와있지.

편드는 놈: 깨알 같이 자기 기사 홍보하시네요. 뭐 그러한 의견이 나오기도 했고, 지스타를 보이콧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결국 지스타는 원래대로 진행될 것처럼 보이죠?
말리는 놈: 일단 올해까지 계약이 되어 있기도 하구요. 몇 달만에 준비해서 치를 수 있는 행사는 아니니까요.

까는 놈: 그러고보니까 서병수 부산시장이 게임사가 모여있는 판교에 올라와서 엔씨소프트와 스마일게이트를 찾아서 협조를 요청했다지? 협조 요청하기 전에 자신이 손인춘법 공동발의 했던 것과 오거돈 후보의 ‘게임산업 진흥’에 대한 공약을 비판한 것에 대한 사과 혹은 해명은 했나 모르겠네?

편드는 놈: 일단 시장이 됐으니, 시의 재정에 도움이 될 만한 행동을 해야 하니까요. 지스타 하나에서 왔다갔다 하는 돈이 얼만데요.

말리는 놈: 셧다운제 합헌 논란은 앞으로 업계에 큰 손해를 불러올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됐다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령. 통칭 웹보드 규제령은 업계에 실질적인 타격을 줘서 문제가 되고 있어요. 이로 인해 1분기 매출이 하락한 업체들도 제법 있구요.

놈놈놈 상반기 결산
놈놈놈 상반기 결산

까는 놈: 표절 이슈가 많았던 것도 상반기의 특징이지. 뭐 국내 게임시장에서 표절이 문제가 되는 건 군대에서 눈 오는 것과 비슷한 일이지만.
말리는 놈: 무슨 말입니까?

까는 놈: 군인들이 흔히 하는 말이 ‘이놈의 눈은 쉬는 날에만 온다!’ 고 하잖아? 그런데 정확히는 쉬는 날에만 오는 것이 아니라 ‘쉬는 날에도’ 오는 거거든. 표절 논란도 마찬가지야. 올해 상반기에만 제기된 게 아니라 올해 ‘상반기에도’ 제기 된 거라고 해야지.

말리는 놈: 국내 게임시장의 표절 논란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너무 장황해지니, 일단 이번에는 올해 상반기에만 국한해서 이야기를 해보죠.

까는 놈: 올해 상반기에만 논란이 된 게 한두가지가 아니야. 네오위즈게임즈의 소울하츠는 출시 이전부터 일본의 바닐라웨어의 오보로 무라마사의 배경을 트레이싱 한 걸로 일본에서도 문제가 제기됐고, 결국 전면 수정하겠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지. 오죽하면 바닐라웨어 대표가 ‘작작하자’는 표현까지 했을까.

놈놈놈 상반기 결산
놈놈놈 상반기 결산

이거 뿐이냐? 애니팡2는 캔디크러시사가의 게임성을 그대로 차용한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최근에는 던전앤파이터의 광고가 애니메이션 나루토의 장면을 베끼고, 블레이드는 다크소울의 광고를 표절 하면서 물의를 빚었지. 신기하게도 넥슨과 네시삼십삼분 모두 자신들의 게임 광고에 트레이싱, 표절 논란이 일어나자 사과를 하기는 했는데… 여기다가 ‘대행사 잘못이다’라며 책임을 대행사 쪽을 돌렸어.

편드는 놈: 맞는 말 아닙니까? 그 광고를 대행사가 만들었다면 욕도 대행사가 먹어야죠.
까는 놈: 이들 업체들은 이전에도 표절 논란을 빚은 적이 있어. 그렇다면 표절에 대해 더욱 깐깐한 입장을 취해야 하는데, 이런 일이 벌어진 거야.

그리고 이 광고가 만약에 이런 논란이 없이 잘 넘어가고, ‘빵!’ 하고 떠서 화제가 됐다고 치자. 그럼 그때 이 업체들이 ‘사실 이 광고는 대행사에서 만든 겁니다’ 하면서 그 공을 돌렸을까? 치사한 거 아니야? 잘 된 건 우리 덕. 문제가 생기면 너희 탓. 뭐 이런 거야?

편드는 놈: 어째 그 이야기는… 선배가 무척 자주 하는 행동 같은데요. 잘 되면 ‘다 내가 잘 해서 그런거야’라고 말하잖아요.
까는 놈: 나는 그래도 돼 -_- 내가 그러는 건 농담 삼아 하는 말이기도 하고, 설령 내가 진심으로 그런다고 해서 이 세상의 흐름이, 시장의 도덕성이 바닥에 떨어지냐? 내가 그 정도로 대단한 인간이었으면 나도 소원이 없겠다.

스파이더맨 안 봤어?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야.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업체라면 그만큼 책임감을 갖고 일을 해야 한다고. 물론 그런 일이야 없겠지만 설령 ‘우린 돈만 벌면 그만인데…’ 라고 생각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도덕성 유지 혹은 품위 유지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편드는 놈: 알았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화를 내요;
까는 놈: 네가 내 치부를 까발려서 -_-;

말리는 놈: 음… 모바일게임 시장의 경쟁이 엄청나게 치열해질 것이라는 징후도 이번 상반기에 잔뜩 포착이 된 것도 상반기의 특징이라면 특징이겠네요.

편드는 놈: 넥슨이나 엔씨소프트가 모바일게임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전망이고, 다들 강력한 자본력을 갖추고 있는 업체들이라 모바일게임 시장이 규모의 경쟁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들도 있죠. 얼마전에 넥슨이 ‘스마트온’을 개최하면서 후반기 모바일게임 시장의 청사진을 밝혔는데, 여기서 공개된 라인업이 상당히 탄탄했어요.

말리는 놈: 게임을 즐기는 입장에서는 양질의 게임을 즐길 여지가 늘어났으니 반가운 일이지만, 모바일게임 시장 내에서 경쟁해야 하는 개발사나 퍼블리셔에게는 너무 강력한 경쟁상대가 나타난 셈이니 신경이 쓰이겠네요.

놈놈놈 상반기 결산
놈놈놈 상반기 결산

까는 놈: 중국 업체들도 엄청나게 한국 시장에 달려들고 있잖아. 강력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게임사의 지분을 인수하거나 게임을 구매하지. 단순히 투자 목적이 아니라, 자신들의 콘텐츠를 판매하기 위한 활로도 찾고 있고. 무엇보다 자금력이 어마어마해. 중국의 광활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한 자금력을 한국 시장으로 끌고 올 기세니까. 국내 업체들이 긴장할 수 밖에 없어.

그런데 중국은 왜 해외에 나가기만 하면 규모가 다 크냐? 삼국시대에는 살수대첩, 한국전쟁 당시에는 인해전술이더니 이번에도 자금력으로 압박을 해오네 -_-; ‘종특’이란 게 정말 있기는 있는가봐.

편드는 놈: ‘장점의 극대화’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네요. 하여간에 흥미로운 징후가 많이 보인 상반기 모바일게임 시장이었어요. 해외 자본의 유입과 온라인게임 시장의 공룡들의 모바일게임 시장 진출 행보가 시작된 것과 맞물려,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퍼즐, 런닝게임 같은 단순한 장르를 넘어 좀 더 복잡한 구조를 띈 액션, MORPG 등의 장르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거든요.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규모의 경쟁’이 이뤄질 것인지, 그리고 해외 업체와 국내 업체의 힘겨루기가 어떤 결과를 나을지, 모바일게임이 질적으로 얼마나 향상될 수 있을지 등 다양한 면에서 기대가 되네요.

말리는 놈: 그런데 어째 상반기에는 나쁜 소식만 있었나요? 좋은 소식도 있었을텐데…

편드는 놈: 온라인게임 시장에 MMORPG 장르가 다시 부활할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징후가 잔뜩 포착됐어요. 모바일게임의 강세에 상대적으로 주춤했던 온라인게임 시장이 다시 주목 받고 있는 거죠.

까는 놈: 블레스, 검은사막, 문명 온라인 등의 MMORPG가 테스트를 진행했지. 쓴 소리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러한 대작들이 동시에 베일을 벗으면서 온라인게임 시장이 간만에 들썩거렸던 건 확실해. 여기에 이카루스가 공개서비스에 돌입하면서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고.

놈놈놈 상반기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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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드는 놈: 그러고보니까 이카루스 조만간에 공개서비스 시작 100일 맞이한다고 합니다.
말리는 놈: 올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상반기에 트리오브세이비어의 정보가 공개되면서 게임에 대한 기대를 하는 사람들도 늘어났어요. 넷마블은 신작 액션게임 파이러츠의 테스트를 실시했구요. 선배도 파이러츠 해보겠다고 기대 많이 했잖아요.

편드는 놈: 그러게요. 리그오브레전드에서 게임 못 한다고 하도 욕을 많이 먹어서, 욕 먹기 싫다고 파이러츠 한다고 하시더니?
까는 놈: 응. 파이러츠에서도 욕 먹었다. 못 한다고. 욕 하는 애들은 어딜가나 있더라.

말리는 놈: 고생하셨습니다 -_-
까는 놈: 괜찮아. 나도 같이 욕 했어. 후후후…
편드는 놈: …기자가 욕 하고 다니고 그러면 어쩝니까;;

까는 놈: 다른 욕은 다 참아도 부모님 욕은 못 참겠어 -_-
여튼 인상은 무척 좋은 편이었네. 컨트롤을 좀 많이 해야 해서 손가락이 꼬이는 느낌은 있었다만… 이건 내 조작능력 문제고. 게임은 밸런스를 좀 가다듬으면 재미있게 할 수 있을 듯한 느낌?

말리는 놈: 리그오브레전드를 견제할 새로운 AOS 게임을 기대했는데 막상 즐겨보니 AOS라기 보다는 액션 게임에 가까운 인상을 받았지만 뭐 상관은 없겠죠.
까는 놈: AOS건 액션이건 재미만 좋으면 그만 아닐까?

놈놈놈 상반기 결산
놈놈놈 상반기 결산

편드는 놈: 전체적으로 상반기 게임 시장은 호재 보다는 악재가 많았던 느낌이에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하반기를 기대할만한 여지를 많이 남겼다는 거죠. 구름은 꼈지만 구름 사이로 햇살이 보이는 느낌이랄까요?
말리는 놈: 하반기를 이끌어 갈 신작도 기대가 되구요. 워낙에 변화무쌍한 국내 게임시장이라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확실한 건 하반기에도 정신 없이 바쁘게 시장이 돌아갈 것이라는 거죠. 그런 것도 시장이 살아있다는 증거가 될 거에요.

까는 놈: 하반기에는 표절시비 없고, 독창적인 게임이 좀 많이 쏟아졌으면 좋겠다. 온라인게임이든 모바일게임이든 가릴 것 없이. 게임을 즐기는 입장에서는 그게 최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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